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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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것에 의구심을 품은 인간들은 그런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인간들의 흔적을 더 잘 느끼게 되는 걸까요? 잘 쓰이지 않아서 고민이지만 책을 쓰려는 그녀는 자신이 책을 써갈 수 밖에 없다는 고백을 합니다. 어렸을 때 겪은 이상한 일들, 그리고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발목을 낚아채는 듯한 느낄 수 없는 이의 손길은 그녀를 혼자있게 하지만 또 혼자이지 못하게 하기때문인데요. 책을 쓸 때만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곁에 있어줄 것만같은 남친 진이 생기는데요. 그들은 늘 거리를 둡니다. 그걸 알면서도 만나구요. 그렇게 진이 인천 대불호텔 이야기를 하고 그녀는 유령이 있는 그 이야기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엄마의 이야기로, 다시 대불호텔 이야기로 넘어가며 살아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보게 됩니다. 대불호텔같은 건물만이 가진게 아닌, 어디에든 잠시라도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사연이 만들어내는 역사가 있다는 것도요. 특히나 생사가 단지 운만으로 갈리는 전쟁으로, 그래서 찾아온 가난으로 이별을 해야만 했던 이들이라면 유령이 나온다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의 남길 이야기가 있다는 걸요. 그렇게 유령보다 더한 게 인간의 악의란 걸 보게 됩니다. 절망에 빠진 이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나의 진실이 무엇보다도 더 아프고 지울 수 업슨 상처가 된다는 것도요.


일단 재미있잖니. 누가 누구를 의심하고, 그러다 죽게하고 도망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이란 어쩜 그렇게 공감하기 쉬울까. 그래. 이야기를 믿었다기보다는 이해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인 것 같구나,-252

중요한 건 유령이 왜 나왔을까가 아니라 거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싶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옮기게 됩니다. 누군가 기억하는 순간들만을 가지구요. 때로는 그 여자가 서있던 공간을 자세히 바라보게 되고, 때로는 어느 남자가 바라보던 시선이 닿아있는 저 먼곳을 애써 기억하며 사연이 입혀지고 이야기가 남게 되는건데요. 그게 꼭 맞는 이야기가 아니면 어떠랴 싶어지는 건 때로는 듣는 이가 뭐라 생각하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워지는 게 사람이란 걸 알기때문일겁니다.


그래서 호텔과 유령이라는 단어들에 내가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연이 특별할거라 믿고 계단마다 서려있는 이야기들에도 그 여자가 느꼈던 어떤 적의나 원한이 덩어리 진 일상이 늘어져있을거라 믿으면서요. 그래서 그녀는 박지운의 이야기가 신기했고 그 다음이 궁금했을 것이며, 여러 번 들었던 진은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가짜라고 믿기에 창피했을 겁니다. 앞 뒤가 늘 바뀌니 말이죠.


사람은 믿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진짜,그렇지 않으면 가짜가 되는거라는 걸 보게도 됩니다. 계단에서의 사고가 연극이라는 걸 몰랐던 차오는 연주의 힘을 믿었고 영현이라 믿었던 연주는 그녀가 자신을 속이거나 거짓을 말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고 영현 또한 연주가 이런 식으로 떠나달라고 말할 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유령이 남았을지도 모르구요. 어쩌면 그 유령은 마지막 진심을 말하고 싶었던 영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유령으로라도 남았다는걸 다시 전해줄 수 있는 이에게 어떻게든 증명하고 싶었을 거 같으니 말이죠.


짚어보면 다 다르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유령을 만난듯 일렁이게 되는데요.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거 아닐까, 이제는 매일 매일 글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그녀라면 이런 마음을 알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할 말이 많이도 있나보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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