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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평점 :
"이런 사람인줄 몰랐어요."
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 말인지 '나를 찾아줘'를 읽는 내내 생각해보게된다. ' 이 사람이라면...' 이라는 가능성을 믿고 시작한 결혼, 연애,사업 등 우리가 맺을 수 있는 모든 관계가 그 사람이 할 것이라 생각한 범위를 넘어서면 실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비밀이 상상도 못한 것이라면 때로는 끔찍한 공포가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부터는 제가 없이 어떤 경찰 조사도 받아서는 안 됩니다."
라는 변호사의 조언을 받게 된 닉, 결혼 5주년이 되는 날 사라진 아내 에이미를 찾기 위해 시작된 경찰조사에서 그는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배우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당연스레 그 상대에게 먼저 시선이 간다는 걸 알면서도 괜시리 닉은 당황해하고, 경찰들의 조사가 시작될수록 자신이 이사온 후부터 아내 에이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된다.
게다가 바람을 피우던 닉, 그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하며 자신을 합리화 하기도 하는 사람이기에 그의 뻔뻔함에는 에이미처럼 실망하게도 되면서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진짜 사랑은 남자가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살도록 허락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 225
자신 말을 반박하지도, 넘겨짚지도 않고 같이 웃어주는 애인 앤디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닉은 이런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여자 또한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살도록 허락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둘이 만난 이들의 결혼은 하나가 되려고 하면서부터 그리고 넌 왜 '나같은 너', '그 때의 너' 가 아니냐고 하면서부터는 서로에게 전쟁이 되어버린다.
에이미의 실종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닉의 생각을 따라, 에이미가 적어놓은 일기를 따라 우리는 그들 5년 결혼 생활을 볼 수 있다. 아내를 볼 때 제일 먼저 사랑스런 느낌을 주는 뒤통수가 생각난다는 남자 닉은 결혼 하기 전 좋았던 감정이 어떻게 서서히 사라지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게 우리를 끌고 간다. 아내에게 소리내어 말하지 못했던 질문을 우리에게 꺼내주면서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결혼 위에 먹구름처럼 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 "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 뭘 느끼고 있어? 당신은 누구지? 우리가 서로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앞으로 무슨 짓을 하게 될까?" 등으로 우리가 늘상 하는 질문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수도 있다니 ...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질문이 얼마나 오싹한지 알게 된다.
에이미의 일기에서도 변한 그들의 지금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살던 뉴~욕~을 포기하고 남편의 고향으로 와야만 했던 여자는 자신의 빛나던 재능, 돈, 아름다움을 알아주지 못하는 곳에서 존재마저도 남편에게 점점 사라져 가고 있음을 느끼는 자신에 불안해 하고, 언젠가(하지만 분명히 ) 이 결혼이 깨어지겠지만 그 날까진 최선을 다하겠노라는 맹세를 일기에 적어가고 있다.
단순한 실종으로 보이지 않는 에이미, 그녀가 사라진 집안에 남아있는 흔적은 어쩌면 그녀가 살해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점점 키우는 증거들로 가득차게 되고, 닉은 에이미의 흔적을 찾아가며 자신이 알지못했던 그녀의 친구, 생활 이야기를 듣게 되며 그동안 자신이 보면서도 몰랐던 에이미에 대해 조금씩 알게된다.
어쩌면 남편이... 하고 1부가 끝나는 순간부터 우리가 진실이라 여기던 부분들에 뒤틀린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있음을 알게된다. 에이미를 찾아야만 살 수 있는 남자 닉은 그녀를 찾아 과거의 추억을 헤매면서 그녀와 사랑할 때 최고의 남자라 느꼈던 자신을 기억하게 된다. 만인의 우상인 '쿨한 에이미'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진짜 에이미' 사이에서 그가 알고 있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을 찾아달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여자 에이미, 그녀를 잘 알기에 찾을 수 없다는 걸 아는 남자 닉. 그들은 그동안 매일 보던 현재 상대방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음을, 그러면서 생각보다 많은 과거의 기억과 추억에 대한 공유로 살아가고 있었음을 알게된다.
겉으로는 괜찮은 결혼 생활을 하는 듯 보였던 남자와 여자의 속마음이 어땠는지 들여다보면서, 등을 대고 누운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면 이라는 가정에 흠짓 놀라게된다. 같은 장소에 있었던 두 사람이 같은 일을 얼마나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될수록 '칼로 물 베기' 라는 부부 싸움안에 충분히 날카로운 칼날을 얼마든지 휘두를 수 있다는 걸 돌아보게 하는 질리언 플린이란 작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한번 이상 우리가 애인이나 남편, 아내에 대해 느꼈던 불만을 닉과 에이미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맘 놓고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며 어제 있었던 불만을 정리하는 지금의 우린 얼마나 평화로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결과를 넘어 선 '상상도 못한 반전' 이란 이런 걸 말하는 걸까, 남자와 여자, 그리고 쭉~ 똑같을 것 같던 일상의 일들에 참지 못하는 누군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 일들이 우리 등 뒤가 서늘해질 일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결코 등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570
이 얼마나 끔찍한 말인지, 주변에 놓여있는 일상,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이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그려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질리언이란 작가에게 다시 한번 놀라게된다.
"사람들은 서로를 안다고 믿고 싶어 해요. 부모는 자식을 안다고 믿고 싶어 하고 아내는 남편을 안다고 믿고 싶어 하죠."--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