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 관용과 카리스마의 지도자
아드리안 골즈워디 지음,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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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르투스, 너마저..."로 기억되는 카이사르의 마지막 한 마디. 어렸을 때 읽었던 소년소녀 세계위인전집에서 케사르라는 한 위인은 그렇게 배신의 아픔 속에서 억울하게 죽어갔다. 이후 여기저기서 조금씩 습득해갔던 그에 대한 지식들은 클레오파트라와의 염문이거나 황제가 되고 싶어했던 권력욕에 가득찬 제 일인자의 모습이었다. 이제서야 두툼한 카이사르 평전을 앞에 두고, 카이사르를 제대로 이해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벅찬 마음을 품고 책을 열었다. 물론 책을 쓴 저자의 의견에 많이 치우치는 결론이 내려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원전의 일을 이토록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

카이사르의 생애는 영화처럼 질곡많고 극적이었다. 집정관이 되려는 그의 야심은 개인적인 것이기도 했지만, 로마에 대한 사랑 없이 갈리아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전쟁을 치르며 살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기나긴 기간동안 로마에 등을 돌리려 했던 갈리아의 반란을 진압하며 보냈던 여정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로마에 되돌아간 후의 부와 명예에 대한 계산이 전부가 아님을 증명하는 이유로 자리잡는다.
우왕좌왕하던 병사들을 아우르고 조절하며 절대적 지지를 끌어낸 점을 보면 그는 타고난 리더십과 제 일인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으로 보인다. 실패를 하기도 했고 잘못된 판단으로 아군의 피해를 늘렸던 적도 있었으나,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군사적 업적은 전쟁 중에 저술한 '갈리아 전기'로 남아 훗날 나폴레옹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했다.

개인으로서 평가를 받자면 완벽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폼페이우스와 내전을 벌여 조국을 혼란스럽게 한 점이나 도덕적으로 오점이 많은 등의 단점들이 그가 로마에 가져다준 위업을 초라하게 만들 수는 없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냐에 따라서 평가의 높낮이는 크게 벌어질 테지만, 사람은 처한 상황에서 본분에 맞게 행동할 뿐이다. 적진에 나가 싸우면서 성직자처럼 생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으니, 갈리아의 전투에서 적과 포로들에게 군사들이 하는 잔인한 짓을 내벼려 두었던 것을 비난할 수도 없다.

관용적이면서도 잔인했던 카이사르였지만, 로마의 통치자로서 그가 암살당해야만 했던 당위성을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거의 왕에 가까운 권력을 누리면서도 관용을 베풀 줄 안다는 점에서 폭군은 아니었으며, 정사를 멀리 한 채 권력의 단맛에만 빠져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암살당하기 전에 그의 마음 속에 어떠한 야심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수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자들이 그를 죽일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 가장 컸음을 추측할 수 있다. 즉, 카이사르에게 권력이 집중됨에 따라서 위기감을 느낀 원로원 의원들의 암살계획은 로마를 위한 결정이었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졌음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카이사르 자신이 암살계획을 전달받을 수 있었으나,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마지막 날의 묘사에 가슴이 아프다. 아마도 아들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부르투스를 발견한 후에는 더이상 저항하지 않았음에는 인간적인 처량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영광을 충분히 맛본 삶이었다 할지라도.

지금의 눈으로는 참 이해하기 힘든 근친간 결혼과 필요에 의해 쉽게 이혼하고 재혼하는 로마시대의 모습을 훑어보며,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대의 정치판과 사람의 여러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물론 이 책이 준 가장 진한 이미지인 인간 카이사르는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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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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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나만의 중심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감히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생각하고 생각해도 오류에 발을 담근 후의 생각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는 한, 오류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그동안 행해져왔던 생각의 오류들을 알고자 책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흔히 정리된 통계수치를 보고 현상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듣고는 숫자로 작성된 수치보다 더 큰 믿음을 주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증명된 자료보다 친구의 말 한 마디나 타인의 의견 한 줄에 쉽게 흔들리곤 한다. 첨단과학 시대에 살면서도 외계인의 존재를 쉽게 믿어버리고, 연구를 바탕으로 한 통계자료보다는 '~하더라'라는 말 한마디에 생각이 이끌리는 것은 그 한 예이다.
'진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자가 되려면, 삶에서 적어도 한 번은 모든 것을 최대한 의심해 보아야 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회의주의라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과학성에 입각한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가정을 살펴보고 검증이 가능한지의 여부도 살펴 보아야 한다. 

또한, 무언가를 바라볼 때,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것조차 인간의 인식작용을 필요로 한다. 뇌가 지각하지 않으면 눈으로 본 것을 인식할 수 없으므로 우리가 보는 이미지가 실제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오인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다른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명해야 한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인식을 해석할 때 주관적 성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상당히 애매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나 많은 이들에게 절대적 예언서로 추앙받고 있다. 주가지수나 경기 회복, 날씨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다 생각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는 무수한 복합적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므로 예측 가능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예측 불가능한 것을 빨리 깨닫고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더욱 현명한 일일 수 있다.

책에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과신의 오류를 저지르거나, 불완전하고 잘못된 기억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소개된다. 또한 장점만이 부각되고 있는 집단논의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들로 이루어진 집단의 의사결정은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집단 결정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집단의 사고에 개인적인 판단이 묻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지극히 과학적인 생각에서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을 강조하는 이 책은 가끔씩은 즐기고 싶은 예측이나 우연의 들어맞음에 대한 재미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어 은근한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새 빠질 수 있는 생각의 오류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사고로부터의 달콤한 여유가 주는 유혹을 뿌리치고 판단과 사고의 인식을 할 때마다 책의 가르침을 되새겨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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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만 알고 있는 세금절약 테크닉
도광록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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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내고 사는 우리로서는 어떤 때 세금을 내야 하며 어떤 경우에 세금을 덜 내고 더 내는지 알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낭패보는 일이 잦다. 무지로 인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과목도 아니니만큼 스스로 터득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빌려야 한다. 사업자의 경우에는 취득세와 등록세, 부가가치세, 그리고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차량과 부동산 관련 세금 정도는 상식 차원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세금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부담없도록 쉽게 쓰여져 있는 편이다. part1에서 세금의 종류, 얼마나 내고 있을까,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등의 기본적인 사항을 배울 수 있고, part 2부터 part 5까지는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여기서는 부동산 구입, 보유, 양도와 주테크에 따른 모든 세금을 설명해준다. 그 이후로는 상속, 증여에 따른 세금에 대한 내용이 있고, 요즘 문제가 되는 이혼으로 세금을 피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간다.

이 책이 지루하거나 딱딱하게만 읽히지 않고 나름 재미도 있었던 것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을 내야만 하는 사례나 예기치 않았던 세금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던 사례 등을 통해 세금을 알고 미리 대처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책에 나온 소제목 중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전 보릿고개 시절에는 배가 고파도 마음은 행복했었지만, 물질적으로 훨씬 풍부해진 지금은 빈익빈 부익부에 따라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며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지수가 낮아졌음을 뜻한다. 특히, 소득이 노출되는 월급쟁이와 세금을 자기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자영업자와의 갈등이 존재하는데, 자영업자의 신고소득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신용카드, 사업용 계좌 등의 제도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월급쟁이들은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교부를 생활화하여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당부한다.

이 책에서 많은 설명의 비중을 차지한 세금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다. 예전엔 신문기사에서 오려 보관하곤 했는데, 이 책이 있으니 부동산 매매시에도 한쪽 가슴이 든든할 것 같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중개업 하시는 분의 말만 쫓진 않을 자신이 생겼다. 또한, 궁금하게 생각하던 상속과 증여세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아직 눈앞에 닥친 상황의 세금은 아니나, 후에는 필요해질지 모르는 세금이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세금절약 테크닉이라는 것은 절세를 의미하는 것이다. 자산이 꽤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안내고 피해 다니는 장면을 tv프로그램으로 접해서 그런지, 세금 회피라면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절세는 탈세와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합법적인 세금 절약의 방안이다.
세금을 내고,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이다. 내가 내고 있는 세금과 앞으로 내야 할 세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파악해 두고 돈만 내는 제3자에서 벗어나 진정 세금의 주인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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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별자리 러브스토리
가쿠타 미쓰요.가가미 류지 지음, 장점숙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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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일이다. 친구가 인천에 사는 관계로 놀러 갔다가 월미도 카페에서 컴퓨터 별자리점을 보았다. 빽빽한 한 장의 종이에 성격과 애정운 등이 찍힌 결과물을 읽어보니, 나름 맞는 부분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친구들과 서로 돌려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그 후로 별자리 운세에 대한 자료가 눈에 보이면 자연스레 관심이 가곤 했던 것은 아마도 이때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성격에 따라 사랑을 가꿔나가는 방법은 달라진다. 만약, 성격이 별자리에 의해서만 좌우된다면? 남자와 여자는 각각 12가지의 성격으로 구분되는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네 가지 혈액형으로 성격을 사분화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화의 오류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대상이므로.

책에 소개된 24편의 짤막한 소설들은 삶과 사랑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나와 내 주변인물들이 실제로 살아 활개치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친구 누구와 닮았다, 이건 꼭 나같다. 이건 누구와 판박이다 등을 내내 마음속으로 외치며 읽었으니까. 글 쓰는 일에 쉬운 일이 있겠냐마는, 사람마다의 특징을 잡아내어 소설로 쓰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너스격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각 별자리의 남자와 여자의 특징에 대해 저자가 설명해주는 글이 나온다. 별자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소설보다 이 부분에 더 흥미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각 별자리에 해당하는 사람과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었고, 별자리와 관련없이 한 사람의 성격이 여기 저기에 조금씩 나타나있는 듯 했다. 사람은 훨씬 복잡한 존재라서, 하나의 별자리로 그 사람을 설명해 내기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이런 경험은 책 뒤편 저자의 글을 읽으며 정리가 되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별자리에 의해 12가지의 성격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각 별자리마다 등장인물이 나옵니다만, 양자리는 모두 이렇다, 황소자리는 이렇다고 단정 지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쓰고 싶었던 것은 오히려, 사람은 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p340~341)--

별자리 점치듯이 이 책을 대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대신,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며, 나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삼는다면 책의 역할을 100% 다하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사랑하다가 벽에 부딪힌 사람들이 책 속에서 현실의 사랑을 현명하게 인도해줄 만한 길을 찾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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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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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은 스탈린의 비밀노트라는 설정을 다룬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킨 소설이다.
스탈린의 비밀노트나 숨겨둔 아들과 같은 설정은 물론 소설의 재미를 증가시키는 수단에 불과하겠지만, 책속에 언급되는 이야기 중 일부는 실제 사건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스탈린의 맏아들이 전쟁 중 포로로 붙잡혔으나, 스탈린이 포로 교환을 거부한 후 수용소의 전기담장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실제의 일이다. 그리고 부인들 중 한 명(책 속에 나오는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의 어머니)은 자살했지만, 동기나 경황이 분명치 않아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도 예전에 읽었던 스탈린의 전기문에 나온 이야기이다. 또한, 말년으로 갈수록 죽음을 두려워했고 사람을 믿지 못했던 점도 그렇다. 현실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설은 이렇듯 실재와 허구가 교묘히 섞여 있어서 더 책 속으로 빠지게 되는 듯하다.

도입부는 역사학자 켈소에게 들려주는 라파바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스탈린이 항상 갖고 다녔다는 검은 유포의 부드러운 외피를 지닌 노트의 행방을, 켈소와 마만토프, 펠릭스는 각각 다른 이유로 찾아 헤멘다. 생각지도 않았던 마지막 반전은 역시 로버트 해리스다운 마무리를 보여주었으며, 한때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총을 드는 라파바의 딸 지나이다의 결연한 마음이 나타나는 엔딩이 찡하다.
한편,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밀려들어오는 변화 속에 정신적 혼란을 겪는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도 엿보였다.

스탈린은 서유럽을 따라잡기 위하여 경제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러시아의 경제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와 뜻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여 군지도부가 거의 파괴되다시피 할 정도였다. 생전의 레닌은 스탈린이 독재체제를 만들지 않을까 경계하며 그의 권력이 커지지 않기를 바랐다는데, 레닌의 예측이 맞았던 셈이다.
스탈린에 대한 추억을 안고 사는 국민들은 아마도 자유보다 빵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사람들이리라. 책 속의 마만토프의 말처럼 스탈린이 나무쟁기밖에 없는 나라를 물려받아 핵폭탄으로 무장한 제국을 선물했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이 국수주의로 치달아 생겨난 비극은 히틀러와 독일의 사례로 이미 절감한 바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또다시 배고픈 상황이 오더라도 자유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민주주의는 경제발전의 속도와 상관없이 우리가 인간인 이상 누려야 할 소중한 이념이자 생활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책도 그 점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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