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엔젤'은 스탈린의 비밀노트라는 설정을 다룬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 일으킨 소설이다.
스탈린의 비밀노트나 숨겨둔 아들과 같은 설정은 물론 소설의 재미를 증가시키는 수단에 불과하겠지만, 책속에 언급되는 이야기 중 일부는 실제 사건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스탈린의 맏아들이 전쟁 중 포로로 붙잡혔으나, 스탈린이 포로 교환을 거부한 후 수용소의 전기담장으로 뛰어들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실제의 일이다. 그리고 부인들 중 한 명(책 속에 나오는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의 어머니)은 자살했지만, 동기나 경황이 분명치 않아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도 예전에 읽었던 스탈린의 전기문에 나온 이야기이다. 또한, 말년으로 갈수록 죽음을 두려워했고 사람을 믿지 못했던 점도 그렇다. 현실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설은 이렇듯 실재와 허구가 교묘히 섞여 있어서 더 책 속으로 빠지게 되는 듯하다.
도입부는 역사학자 켈소에게 들려주는 라파바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스탈린이 항상 갖고 다녔다는 검은 유포의 부드러운 외피를 지닌 노트의 행방을, 켈소와 마만토프, 펠릭스는 각각 다른 이유로 찾아 헤멘다. 생각지도 않았던 마지막 반전은 역시 로버트 해리스다운 마무리를 보여주었으며, 한때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총을 드는 라파바의 딸 지나이다의 결연한 마음이 나타나는 엔딩이 찡하다.
한편,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밀려들어오는 변화 속에 정신적 혼란을 겪는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도 엿보였다.
스탈린은 서유럽을 따라잡기 위하여 경제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러시아의 경제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와 뜻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여 군지도부가 거의 파괴되다시피 할 정도였다. 생전의 레닌은 스탈린이 독재체제를 만들지 않을까 경계하며 그의 권력이 커지지 않기를 바랐다는데, 레닌의 예측이 맞았던 셈이다.
스탈린에 대한 추억을 안고 사는 국민들은 아마도 자유보다 빵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사람들이리라. 책 속의 마만토프의 말처럼 스탈린이 나무쟁기밖에 없는 나라를 물려받아 핵폭탄으로 무장한 제국을 선물했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이 국수주의로 치달아 생겨난 비극은 히틀러와 독일의 사례로 이미 절감한 바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또다시 배고픈 상황이 오더라도 자유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민주주의는 경제발전의 속도와 상관없이 우리가 인간인 이상 누려야 할 소중한 이념이자 생활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책도 그 점을 말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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