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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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난 수천년 동안 꽃에 의미를 부여해 왔다. 각 나라마다 의미는 다르지만 꽃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은 같은데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똑같이 꽃에 출생, 죽음, 사랑, 질병 등 인간의 인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들과 관련된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보통 꽃의 이름에 새겨지는 의미는 꽃의 생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만 꽃을 피우는 녀석들은 인간의 죽음이나 부끄러움과 연결시키고, 다른 식물을 휘감고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는 녀석은 집착하는 사람으로 비유하는 식이다. 꽃을 인간의 삶과 연결지어서 그 문화가 가진 종교나 고대 의식의 주요한 상징이 되기도 한 것 같다. 또는 다른 일상적인 물건과 닮았을 때 그것과 관련된 의미를 얻기도 한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특히나 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좋아했었다고 하는데 그 시대의 사람들은 코드화된 꽃의 상징이나 꽃말에서 감정의 배출구를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확히 어떻게 꽃의 상징이나 꽃말을 통해 감정을 배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아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가령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꽃다발을 주는 것으로 감정을 대신했다거나 문학 작품 등에서 꽃을 메타포로 해서 금기시되는 감정이나 의도를 드러내는데 사용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실제로 지금도 꽃을 선물할 때 꽃에 담긴 꽃말을 상징처럼 사용하고 있다.


[꽃말의 탄생]은 꽃 이름의 유래, 꽃과 식물의 쓰임새와 특정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그 꽃이 등장하는 오래된 시나 문헌 들을 소개하고 있다. 꽃들이 왜 그런 꽃말을 가지게 되었고, 왜 그런 의미를 담게 되었는지를 꽃의 역사나 이름의 유래, 쓰임과 효능, 시대와 지역 그리고 문화적 배경 등 꽃의 생태와 특징 등을 통해 꽃말의 유래를 유추해보고, 꽃이 언급된 신화, 문학 작품과 문헌들을 통해 사람들은 그 꽃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져 왔고, 어떠한 상징으로 사용했는지도 알아보며 꽃과 꽃말에 대해 여러각도로 생각해본다.


책에는 해바라기, 장미, 로즈메리, 라벤더, 재스민, 백합, 아카시아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꽃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 50여 종의 꽃과 식물이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리지아가 없어서 아쉽다. 내용적으로는 꽃과 그 꽃의 꽃말이 뭔지 대응해서 나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의 타이틀처럼 꽃의 생태나 특징, 꽃과 식물의 쓰임, 신화와 문학작품에서 어떤 상징으로 등장하는지 등 꽃말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그런 상징으로서 꽃이 신화와 문학작품 등에 어떻게 등장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는 식이라서 마치 꽃의 인문학 교과서 같은 느낌이라고 하겠다.


상징으로서의 꽃을 보다보면 시대와 지역, 문화권에 상관없이 비슷한 이미지와 상징으로 꽃을 바라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보통 꽃에 의미를 부여할 때는 꽃의 생태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특징으로 상징성을 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미인데 장미는 언제부터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고대로부터 사랑이란 이미지로 사용되어 왔다. 이미 그리스와 로마시대 떄부터 시인과 작가들에 의해 사랑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또 장미는  여성의 성에 대한 완벽한 은유로도 사용되었는데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는 속담은 연인이 주는 상처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 연꽃은 여러 문화권에서 영적으로 의미가 있는 꽃으로 취급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화에 연꽃이 등장하고,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꽃으로 말해진다. 특히 불교에서는 연꽃이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더러움과 물기를 떨치고 완벽하게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독특한 특징 때문에 타락한 환경 속에서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힌두교에서도 불교와 마찬가지로 물질에 대한 집착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나타내는 모티브로 이용된다고 한다.


쑥은 여러 나라, 여러 민족들에게서 의식과 치료, 미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여름밤 쑥을 태우며 벌레를 쫓는 역할로 사용하는데 앵글로색슨족은 쑥을 모든 치료약 가운데서도 매우 신성한 약초로 생각했고, 로마에서는 쑥을 지니고 여행을 떠나면 피로를 느끼지도 않고, 해를 입지도 않는다고 믿었다. 또 아일랜드 근처의 어느 섬 주민들은 쑥을 모아 사악한 마법을 막고나 화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외 여러 문화권에서는 의식의 일부로 쑥을 태웠다고 하는데 시대와 지역, 문화권에 상관없이 꽃들이 비슷한 이미지와 상징을 가지고, 비슷하게 활용되었다는 점은 여전히 재미있다.


꽃이 늦게 전파된 지역에서는 이미 그 꽃이 가지고 있는 상징도 함께 수입이 되는데 그럼에도 그 지역 사람들의 문화와 전통에 따라 새로운 상징이 부여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지금 무렵이면 한창 수국이 피는데 이 수국은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한다. 수국은 토질의 산도에 따라 꽃의 색이 바뀌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래서 일본 전통 예술과 시에서는 변덕스러운 감정이나 불성실함을 상징한다. 수국은 1700년대까지 유럽에 전해지지 않았는데 유럽에서는 수국 꽃송이가 뽐내거나 허영심 많은 성격과 닮았다고 느꼈다니 같은 이미지에서 같은 상징을 읽어내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상징을 부여하는 일도 많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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