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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생각하기 -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보는 사고의 힘
스즈키 간타로 지음, 최지영 옮김, 최정담(디멘) 감수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우리 또래에게 수학이란 문제를 풀고 문제 푸는 기술을 배우는 과목이었다. 중고등학교 수학 시간 때는 늘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수업 내용 자체가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것인지에 맞춰져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내 또래의 사람에겐 수학은 입시문제풀이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바로 며칠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도 이런 한국의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서 낙오자로 평가되기도 했다고 한다. 수학에는 흥미를 느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학창 시절 수학에 정을 못 붙혔다는데 한국의 수학 교육이 얼마나 비정상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이상한 수학 교육 때문에 수많은 수포자가 만들어지고,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수학이란 한문의 목적은 입시를 위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소위 수학적 사고인데 수학을 공부함으로써 수학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방식을 키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논리적으로 보자는 것으로 수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식이다. 물론 과거의 문제풀이식 수학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은 수학 공부를 한다고 수학적 사고력이 키워진다는 주장에 회의적이 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학 공부법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방식에 따라서는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해 결론까지 생각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능력,
즉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으로 생각하기]는 그렇다면 과연 수학을 통해 수학적 사고와 논리력을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수학적 사고방식 소위 수학머리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수학 공부를 잘하고, 높은 성적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학 학습법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수학적인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수학에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뭐 그런 수학머리와 논리력을 키우면 수학 공부도 잘하고 시험점수도 잘나올텐데 결론적으로는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책에는 수학머리를 사물의 본질을 파악해서 이해하는 힘이라고 정의내린다. 이 수학머리는 단순히 수학 과목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외울 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암기를 할때도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본질을 파악해서 이해하면 암기도 쉽게 된다는 뜻인데 결국 수학머리가 부족하면 수학 뿐만 아니라 공부를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하겠다. 저자는 수학머리가 부족한 이유 즉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을 8가지 특징으로 구분해놓았는데 책은 이 수학을 못하는 사람의 8가지 특징을 하나씩 살펴보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정의를 소홀히 여긴다, 문제 푸는 법만 외운다, 왜 그렇게 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꼽아놓았는데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도 저런 케이스에 속하기 때문에 공감이 가면서도 그래서 수학을 어려워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8가지 원인 중 몇가지는 학교 교과 과정에서 그렇게 교육이 되버린 측면도 있다는 자기 변명을 해본다. 앞서도 말했지만 수학시간에는 수학의 원리나 개념 설명 보다는 문제풀이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문제푸는 기술을 알려주는데 그러다보니 정의 같은 것은 대충 넘어가기 일쑤고, 문제 푸는 법에만 매달리게 된다. 또 공식에 넣어서 답만 구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왜 그렇게 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전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의는 원리와 개념 즉 본질과 직결된다. 정의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뜻으로 기본이 안되어 있으니 이후의 이해도 안되고 응용도 안되게 된다. 책에서는 원주율과 0제곱, 0계승(!), 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정의를 파헤치는 연습을 해본다. 원주율을 3.14이고 0제곱은 1, 0계승(!)은 1이라고 마치 공식처럼 외우는 것에서 벗어나서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인데 정의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의에 이르는 과정과 이유까지 생각하면 원리와 개념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들어오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학적 사고와 지식이 더 깊어진다.
학교 때 수학문제를 풀 때는 문제를 다 읽지도 않고 공식에 대입할 요소들만 찾아내서 바로 적용시키고 답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앞서도 말했던 문제 푸는 기술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기술이 있으면 확실히 시험문제는 빨리 풀 수 있게 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모두 풀어야 했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을 무시하게 된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니 문제를 조금만 꼬아놓아도 알 수가 없게 된다. 아마 이게 수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가 아닐까 한다. 분명 문제를 많이 풀면서 공부도 많이 했는데 정작 시험만 치면 틀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아무리 문제를 꼬아놓아도 원리만 알면 모두 같은 문제처럼 보인다. 본질을 알면 예측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으면 궁리할 수 있다. 이 말은 이해가 깊어지면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하며 답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된다는 뜻이다. 연습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문제를 잘 이해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은 채 무작정 공식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문제풀이만 하다보니 내가 연습했던 형태의 문제외에는 대응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공식만 외웠을 때 벌어지는 참극이다. 그런데 책에 제시한 문제를 풀어보니 문제를 이해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문제를 꼼꼼하게 읽고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필요한 숫자를 빼내서 공식에 넣고 문제를 푸는 기술만 익혀서 그런지 문제를 다 읽지도 않고 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책에는 수학을 어렵게 느끼게 했던 8가지 잘못된 습관을 소개하고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지 각각 몇가지의 예시 문제를 들어가며 설명하는데 그 문제를 한두개 풀어봤다고 갑자기 수학공부를 하는 방식이 확 바뀌고, 수학에 대한 시각이 다이나믹하게 변하지는 않는다. 당장 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도 문제를 설렁설렁 읽었던 걸 생각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익은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하겠다. 책에 소개해놓은 내용들은 개념을 정리해놓은 것뿐으로 그런 개념들을 유념해서 수학적 사고를 키우는 연습을 꾸준하게 해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