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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한자, 한자 속 신화 : 자연물편 - 딸아 한자 공부는 필요해, 문제는 문해력이야. ㅣ 신화 속 한자, 한자 속 신화
김꼴 지음, 김끌 그림 / 꿰다 / 2022년 6월
평점 :

한국어 어휘의 70% 정도가 한자어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한자는 우리말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한자, 한자어를 알아야 한다는 뜻도 되겠다. 항간에는 어려운 한자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말도 하는데 한자어 그 자체가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체계에서 한자어를 치킨뼈 발라내듯이 깨끗하게 분리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한자어와 한자를 통해 우리말의 의미를 자세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도 있으므로 무조건 한자어를 쓰지 말자고 하기보단 차라리 한자를 많이 이해하고 알아두는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령 동음이의어 같은 경우 한글만 있다면 전체 문장을 읽고 맥락을 이해해야 하지만 한자가 써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식이다.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한문시간이 따로 있어서 한자를 배웠고 신문에도 한자병기를 해서 한자가 익숙하지만 요즘은 거의 한자가 퇴출당하다시피 해서 젊은층 중에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애초에 한자는 진입장벽이 좀 높은 편이라서 한자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공부하기란 그리 녹녹치 않다. 익히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워낙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서로 헷갈리고 힘들게 암기해도 금세 까먹기 일쑤다. 이렇게 익히기 어려운 한자를 그림문자라는 한자의 특징을 활용하여 그림 이야기책을 보듯 한자를 익혀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책이 [신화 속 한자, 한자 속 신화]다.
한자는 원시적인 그림인 갑골문자에서 출발해서 지금의 표준정체인 해서체에 이르렀다. 한자는 출발이 그림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그림에서 글자로 변환되는 과정과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면 한자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한자의 특징을 활용해서 글자의 자형을 해체하여 풀이하면서 한자의 구성과 의미를 알아보면 한자를 쉽게 그리고 오래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기본 컨셉이다. 가령 日가 들어가는 단어 중 昱의 경우 무작정 빛날 욱이라고 외울 것이 아니라 昱는 해(日)가 일어선다(立)는 합성 형태라는 것을 파악하면 해가 일어서니까 빛난다는 뜻으로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
그리고 여기서는 여러 나라의 신화를 소개하고 그 신화와 관련있는 한자를 설명한다. 앞서 한자는 그림문자인 갑골체에서 출발했다는 말을 했는데 저자는 한자의 원형이 그림문자라면 옛사람들의 그림책과 맥이 닿아있다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옛날사람들의 이야기인 신화로 한자를 공부하면 좀 더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로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화 한자는 글자 풀이나 뜻이 신화와 관련이 있거나 신화를 통해 익히면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자들을 정리하였다고 한다. 하나의 기본 한자의 형성 원리 등을 설명한 후 기본한자가 적용된 응용한자도 소개하며 신화와 기본한자, 응용한자까지를 하나의 스토리 상에서 연상작용을 통해 쉽게 기억할 수 있게 구성되어졌다.
책에서 한자를 해체하여 글자를 각각의 의미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방식을 파자라고 하는데 이런 형태로 공부를 하니까 한자들끼리 연계가 되면서 확실히 쉽게 이해가 되고, 연상작용으로 쉽게 외워진다. 특히 이미 알고 있는 한자에서 응용하여 몰랐던 한자를 쉽게 외울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가령 책에 소개된 것처럼 國 나라 국의 경우 惑 혹시라도 나라에 적이 처들어 올 수 있으니 주의하자는 식으로 서로 연계하여 외우니 바로 기억이 되고, 이렇게 기억하니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國를 이미 아는 사람이라면 惑의 형태와 부수도 이미 알고 있으니 따로 한자의 형태를 외우거나 할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알고 있는 한자에서 가지치기를 해서 새로운 한자를 뚝딱 알게 되는 것이라서 매우 효율적이고 능률적이기도 하다.
신화와 옛이야기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한자와 자연스럽게 연계시켜 설명을 하다보니 한자의 의미도 비교적 쉽게 이해되고 머리 속에 들어온다. 가령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서 한자를 모르면 견우와 직녀가 단순히 평범한 사람이름으로만 기억되겠지만 한자와 연계하여 풀이하면 견우는 牽 끌견 牛소우로 풀이해서 소를 끄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직녀는 織짤직 女계집녀로 풀이해서 베를 짜는 여자라는 의미라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소치는 농부인 견우와 베를 자는 일을 하는 직녀의 사랑이야기라는 스토리와 함께 기억하면 한자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한자라고 하면 당연히 동양의 신화를 떠올리게 되고 한국이나 고대 중국의 신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텐데 책에는 제우스나 키클롭스 같은 서양의 신화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신화의 스토리에 한자를 녹여내어서 스토리에 맞는 한자를 소개하는 것이라서 신화의 국적을 따질 것은 아니지만 서양 신화로 한자를 배운다는게 이색적이라서 의외성이 있다. 일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지만 성인들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으며 한자 공부를 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라 한자를 쉽게 익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추천할만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