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빠른 속도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내용 인지에는 무리가 없다.

 

주인공의 말과 사고에는 재치가 넘친다. 

 

3부를 읽지 않는다면 훌륭한 모험소설, 내지는 성장소설이 되었을 법 하다.

 

그런데 3부의 내용 하나로 우화적이고 재미있던 소설이

갑자기 정체불명의 기이한 것으로 돌변해버리고 말았다.

(3부의 형식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나중 문제다)

 

그렇다면 남은 의문 하나.

 

대체 이 작가는 무슨 효과를 노리고 3부를 덧붙인 건가.

그래서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

 

그는 왜 마지막에 어느 이야기가 마음에 드는지 물었던 건가.

그리고 왜 눈물을 흘렸던 건가.

 

3부만 떼어놓고 보면 정말 흥미로운 모험소설인 것이

어떻게 3부 하나만으로 이렇게 변모할 수 있나.

 

굳이 이렇게 변모시킨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이 너무 커서 이야기에서 오는 감동은 조금 절감된 감은 있지만

포장 안에 또 포장이 있고

이야기 안에 또다른 이야기가 있는 이런 구조는 언제봐도 흥미로운 것 같다.

......그래서 네가 바라는 게 뭐냐...라는 불만 섞인 사고가 들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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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우아한 회고록. 오랜만에 접해보는 부담스럽지 않게 지적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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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그대는 문득 후회할 것이다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왜 용서하지 못 했나
왜 조금이라도 밑둥을 빼볼 생각도 않고
더욱 견고한 밀실을 만드는 데만 주력했나

이제야 그대는 깨닫는다
분노. 분노로부터 비롯된 자학심과 우울
결국 용서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방법임을
이제야 깨닫지만 용서받을 이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한다
때론 시간은 앞질러 모든 것을 채간다
그렇게 그대가 디디고 선 대지는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그대가 더 견고한 밀실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사이
그대의 세상은 그렇게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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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점 하나.

폐가처리반 - 망가진 물건들의 병원 - 우리 생애 최고의 해 등의 요소로 이어지는 

상처받고 상실된 사람들의 이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구원이 있을 것인가 를 보여줄 듯 하다가 결국 보여주지 않는다

 

 

인상깊은 점 둘. 

상상을 실제로 펼쳐놓은 듯한 문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메리-리 가 아들과 재회하면서 아들의 뒤를 캐왔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실제 그들의 대화는 마치 대본처럼 씌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깊게 애착을 느끼지 못 하는 이유.

마일스의 상처에 깊이 공감되기보다는

그 상처가 마일스라는 인물을 

'어딘가 상처가 있는 우울하지만 배려심 많고 사려깊은 조용한 젊은이' 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장치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그가 필라를 만나게 된 이유나

선셋 파크의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좋은 동거인으로 인정받게 된 데는

결국 '어딘가 상처가 있지만 꽤 멋지고 조용한' 이라는

그의 이미지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고

그가 도피를 하게 된 형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두고 보았을 때도

죄의식이야 분명 생길 만 하지만 과연 그 정도로 친밀했는가 에 대해서는 조금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그의 상처는 '형이 나 때문에 죽었어' 가 아니라

'내가 사람을 죽게 했어' 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마일스의 실체는 '상처많은 젊은이' 가 아닌

사실 자기연민과 자기애로 가득차 있는 사람이 되는 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사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것은 마일스를 제외한 나머지다.

도무지 마일스=상처입은 젊은이 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

공부를 잘 했는데, 야구까지 잘 했으며, 독서를 좋아하는 취향에

배우인 생모를 닮은 탓인지 아니면 사려깊은 성격 탓인지

고등학교 때는 그럭저럭 인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후에 빙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부분)

라는 여러 조건들이 '상처입은 젊은이' 와 매치되기는 이질적이라고 생각되어 영 껄끄러웠다.

 

그에 비해 선셋 파크의 동료들은 정말 말 그대로 '홈리스' 들이다.

과거에서도 떨려나오고 미래에도 별 기대는 할 수 없으며

현재도 별볼일 없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겨우겨우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더 눈에 들어왔던 듯 싶다.

 

 

총평을 해보자면-

현실이 갑갑하고 전쟁같은 건 알겠으나 몇몇의 전쟁은 그저 식자처럼 읽힐 뿐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일스는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방황하는 재벌집 도련님' 으로만 보였다.

그래서 결국은 그저 그랬다. 마일스의 동료들이 끌어당기면 마일스가 밀어버리니...

'실내인간' 과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와 비슷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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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는 가사가 떠오름. 정확히는 난 정말 물정을 몰랐네 정도. 하나의 상황을 두고 다층의 시각이 존재함+몰라도 너무 뭘 모르는 주인공이라는 요소 때문인지 오전에 읽은 `봄에 나는 없었다`의 확장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왜인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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