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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꿈
목해경 지음 / 이숲 / 2017년 1월
평점 :
1. 최근 질문을 하나 받은 적이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가' 하는 질문이었고
그제야 지금까지 절대적인 목표점 같은 게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2. 처음에야 다 그렇듯 예쁜 게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손이 따라주질 않으니
내 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미를 탐구(?)하기 시작하였고
그러다보니 그로테스크의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해골과 꽃. 내 표현법으로 그나마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전자였으니 말이다.
결국 이제껏 내 그림이 흘러온 방향이란 것은
내 손이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따라간다였고
그것이 구체적인 그림체를 지향한 적은 없다.
이를테면 최대한 구체적이 되어봤자 투명한 색감
혹은 빛과 어둠의 대비 정도이지
어떤 식의 그림이라고 설명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이 되어본 적이 없다
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하기사 그것을 선망한다고 하여
타고난 손이 있는데 그대로 될까도 의문이지만.
3. 그나마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위에서도 얘기했듯 '빛과 어둠의 대비'
(묘사력이 약한 것을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연극적 연출, 그리고 옛날 유럽동화같은 삽화 정도랄까.
이 책의 삽화처럼 말이다.
4. 예전에 20대 갓 접어들어 만화학원을 잠깐 다닐 적에 가장 애먹었던 점이
바로 컷이었다. 그 때까지는 대부분의 작업방식이 수작업이었던지라
내가 들었던 수업방식 역시 만화용지에 직접 컷을 나누고
그 안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린다였는데
....대관절 그 조그만 컷에 어떻게 그림을 그리라는 거냐!! 가
첫 번째로 맞닥뜨린 난관이었다.
물론 이어진 수업에서
컷이 문제가 아니라 실력이 문제라는 결론이 나오긴 했지만.
5. 이후 이래저래 손기술을 익히면서도
(타블렛이 진화하여 액정타블렛이 보급되기 전까지)
여전히 컷 사이즈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고
결국 표현방식을 이미지 & 텍스트로 바꾸게 되었다.
쉽게 말해 스토리가 있는 일러스트?
아마 이 방식을 계속 고수했다면 지금 나의 작업물은
블로그에 올라오는 만화가 아닌 '겨울 꿈'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있을 거다.
6. 이런 책은 꽤 선호하는 편이다.
그림 자체도 훌륭하고
그리고 작가의 연출력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늘 떠나지 않는 의문은 이런 그림은 이런 이야기만 가능한 걸까?
즉, 난 저자의 그림이 길게 죽 이어진, 길고 풀어진 이야기를 보고 싶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져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의 그림이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흘러오게 되면 어떻게 될지
그 변화를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도 판화인 듯한 이 책의 삽화가
고등학교의 현실을 담아낼 경우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만 궁금한가?
7.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욕심이고 개인적인 작업관이기도 하다.
이제껏 어떻게든 그림을 그려오면서 느낀 것은
난 완벽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도,
그렇다고 동화적인 이야기도 쓰지 못 할 거라는 거고
그 중점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될 거라는 거다.
그러다보니 이렇듯 어느 한 방향을 치우친 작품을 보면
다소 의외인 곳에 갖다놓고 어떻게 변화할지를 보고싶은 거다.
8. ...솔직히 내용도 100% 다 이해는 안 간다. 그게 제일 큰 이유기도 하다.
9. 만약 저자의 다른 책이 나온다면
그 때는 꿈이 아닌 현실을 보고 싶다.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