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감이 드는 두께와 기묘하게 스산한 표지에 몇백 년에 걸친 가문의 어둠과 이를 우연히 목도한 이가 진실을 밝히고자 애쓰는 내용이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처참하게 배신당했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부분은
‘어둡고 비극적인 과거‘ 를 만들기 위해
왜 자꾸 성폭행이 이용되는가 하는 것.
특히 이 책에서처럼 어떤 단서도 기미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유년기의 그 사건으로 인해 그리 되었다
라고 해 버리면
글쎄...너무 게으른 선택이 아닐런지.

그리고 과거의 아픔, 충격적인 일, 씻지 못할 과거 등등으로 성폭행을 집어넣는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대상화는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듯.

차라리 다른 인물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훨씬 통일성이 있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지금 느껴지는 건
아주 얘기가 널을 뛴다는 것

배우자의 이중생활로 시작해서 갑자기 교회의 추악한 이면으로 넘어가더니 마지막은 가문을 위해 남편을 버린 비정한 악녀 로 끝...
거기다 틈틈이 형사추리물의 파트너쉽을 보여주고자 애씀...

아무리 가문의 어둠 속에 다 들어있는 얘기라 해도
이중생활, 교회, 비정한 여자 중 하나는 택일해서 끌고 갔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저 내 의견일 뿐이지만 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posty.pe/1on0nv

꽤 오래 준비해온 만화.
그리고 앞으로도 꽤 오래 그릴듯한 만화.

본래는 이 만화를 작업하면서
내가 집에서 겪은 일들을 되짚어볼 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건이 터지고
그로 인한 감정을 해소하느라
일기 식의 다른 만화까지 그리게 될 줄은 몰랐지.

어쨌든 이 와중에도 한 편은 그렸다.
부디 완성할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작년 7월에 구매한 책을 이제야 펼쳐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
그러나 그림이 취향마저 뛰어넘는다.

2. 대관절 왜 스타일리쉬하다는 것들에는 꼭 여자, 술, 마약, 살인이 빠지지 않는 걸까. 꼭 이런 것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타일리쉬 한 것들에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변환시키는 특징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마저 미화된다.

3. 문제는 최소한의 선인 듯 싶다. 최소한의 정의 내지는 상식 내지는 인권의식 등등등

4. 그도 못할 바엔 정말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는 캐릭터를 만들던가.

5. ...쓰다보니 뭔 얘길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스토리는 별로다. 허나 그림이 취향마저 압도한다. 그리고 술, 여자, 마약, 총 이 등장하는 스타일리쉬는 좀 지겹다.

6. 어쩌다보니 스타일리쉬 한 것들에 그런 것들이 나오게 된 건지 아니면 이미 이런 요소=스타일리쉬 란 공식이 성립되어 버려 스타일리쉬한 작품을 위해 술, 여자, 마약 등을 끼워넣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동양도 서양도 아닌 어떤 곳에서 일어나는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들.
무엇보다 너무 근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은 거리감이 맘에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휴 첫날에 모든 집안일을 몰아서 하고
다음 날은 좀비처럼 바닥에 늘러붙어 있었다.
작업은 한 컷 정도 그렸나...
써놓고 보니 좀비가 아닌
전자렌지에 너무 오래 돌려진 떡 같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연휴 셋째 날인 오늘은
그나마 정신이 좀 드는 거 같아서
아침부터 일어나 다시 쌓인 빨래를 돌리고 정리하고
그간 방치 중이던 영어교재도 다시 보고
새로 산 그림책이랑 천일야화도 조금씩 들여다보다가
sns서 기후위기 글을 읽고 무력감을 느끼다가
어쨌든 오늘은 작업을 하자 싶어 책상 앞에 앉은 상황.

혼자 산 지는 5개월.
가정폭력사건이 터진 지는 3개월
부모님이랑 연락 끊은 지는 2개월 정도 지났다.
명절이고 하니 연락을 드릴까 말까 하다가
결국 드리지 않기로 했다.

원망, 분노 등의 감정이 남아서는 아니다.
단지 내가 지난 이십여년간 들어온 그 하소연들이
내가 전화를 거는 순간 재개될 것이고
난 더이상 그것을 버틸 힘이 없다는 것 뿐.

과거의 재조립을 위해 그리고 있는 만화는
얼추 마무리 되어가는 단계이다.
친구는 다 그리면 부모님은 힘들더라도
언니, 오빠 에게는 보여주는 게 어떻냐 물었고
상담선생님도 그 의견에 부정적이진 않았다.
난 잘 모르겠다.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지.

10여년전 처음 상담치료를 받았을 때
상담선생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그렇게 힘들다면 그냥 외면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왜 그렇게 둘 사이를 원만하게 하려 하냐˝

당시에는 말리지 않으면 엄마가 맞을 테니까 가 이유였다.

어제 바닥에 떡처럼 늘러붙어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가족을 사랑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난 부모님이 싸우지 않는 걸 보고 싶었고
둘이 너무 사이가 좋아 내가 방해꾼처럼 느껴지길 바랬다.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그로 인해 좋았던 기억도 모두 휘발되었으며
내게 있어 그들의 인상은 ‘진짜 이기적인 사람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아마 이십여년 전의 나는
이런 결말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본인들이 자초한 거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난 그들 사이에서 할 만큼 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