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공개 예정이라는 걸 보고
알림 신청까지 따로 할 정도로 기대했던 작품.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컸던 작품.
서스페리아 라는 영화에 처음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우연히 서스페리아(아마도 서스페리아 1977인 듯) 의 음악을 듣고 나서였다.
가수의 이름은 Goblin.
이 음악 하나만으로 서스페리아에 매료되어 서스페리아 1977을 보려고 했으나
첫 장면부터 막혀서 보길 포기했더랬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방 창문을 열었는데 옥상에서 떨어지는 건가. 방에서 옥상으론 언제 간 건가)
그 후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에 틸다 스윈튼이 나온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VOD로 뜨기만을 기다렸더랬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는 내가 영화관에 안 가던 때라)
VOD로 뜨고 나서도 한참을 다른 볼거리들에 밀려 안 보고 있다가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데
감상은 "......" 이랄까...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포함이니 주의하시길.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스포일러도 있음)
1. 설정이 너무 많다.
- 무용단, 세 마녀, 소녀들 등의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풀어낼 법 한데
하필 분단 시절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무엇이며
수시로 등장하는 운동권의 메시지는 왜 들어가는 건가.
백 번 양보해서 전쟁 중에도 살아남은 마녀들의 무용단을 나타내기 위해
종전 이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할 수는 있다 쳐도
왜 여기에 좌파인지 우파인지 운동권의 메시지까지 추가되어야 하는지
대관절 마녀들과 운동권이 무슨 상관인지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간다.
2. 시작 부분부터 "???"
- 서스페리아의 핵심 줄거리는 무용단에 수지 라는 소녀가 들어오고
그 이후 무용단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 일 텐데
수지가 무용단에 들어가기 앞서 나오는 장면은
패트리샤(수지 이전의 무용단원. 이 장면 이후 실종) 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장면과
어떤 여인이 침상에 누워 앓고 있는 장면이다.
후에 그 여인은 수지의 어머니인 걸로 밝혀지지만
여전히 꼭 필요한 장면이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패트리샤의 등장이야 무용단의 기이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치지만
수지의 어머니의 등장은 글쎄...
어머니를 등장시킴으로써
어머니조차 꺼리는 수지의 존재를 말하기 위해서 라고 하기엔
수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굳이, 반드시, 꼭 어머니를 등장시켜야 했다면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이 아닌 어린 시절이 나왔어야 할 듯.
3.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 샌디가 알고보니 살인자 였다 는 반전에
오히려 마음이 식어버린 이유는
토마신이 샌디에 대한 꿈을 꾸면서
그녀에게 공감하며 쌓아올렸던 여성으로서의 유대가
반전 하나로 와장창 해버렸기 때문이다.
여성을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뻔한 공포영화는 아니고자 하는 노력은
인정하지만 영화 중반 넘게까지 잘 쌓아올린 유대를
한순간에 엎어버릴 정도로 반전이 꼭 있어야만 했나.
서스페리아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무용단에 들어와 악몽에 시달리며
자신이 아닌 것처럼 되어가는 수지를 표현하는 듯 싶더니
갑자기 알고보니 수지가 마녀들의 어머니란다.
아니 그럴 거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되어가는 걸로 표현할 게 아니라
억눌리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처럼 표현해야 할 거 아닌가
하다못해 어릴 적부터 기이한 행동을 보여왔다던가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 있었다던가 마녀들의 어머니다운 뭔가를 보여줬어야지.
내내 보여주기는 '마녀를 위한 제물' 이 되어가는 수지만 보여주다가
갑자기 내가 그들의 어머니다 이러고 나와버리니
이걸 반전이라고 넣은 거냐 싶어 할 말을 잃었더랬다.
4. 솔직히 패트리샤도 이해 안 간다.
초반에 잠깐 나오고 말기 위해
나름대로 얼굴이 알려진 클로이 모에츠까지 캐스팅해야 했던 걸까.
5. 운동권의 메시지를 들어내고
차라리 수지를 제물로 만들려는 선생님들과
그걸 막으려는 블랑 선생님의 구도로 갔으면 나았을 듯.
굳이 꼭 수지를 마녀들의 어머니로 만들어야겠다면
차라리 수지의 일대기를 만드는 편이 나았을 듯 하다.
....서스페리아 와는 많이 멀어지겠지만.
6. 서스페리아(1977) 도 이런가 싶어 궁금하긴 하지만
....방 창문을 열었는데 옥상에서 떨어지는 미스터리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보지 못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