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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을겸해 연어구이와 활전복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두어시간을 마시다가 밖으로 나와 탄천쪽 하늘을 보니 햇솜같은 구름이 떠 있는게 보인다.

좀전까지 줄창내린 비탓일까, 어두운데도 구름이 가벼워보이는것은.

감기에 지친 연우는 진작에 잠들었고 건우는 아빠가 내준 수학문제를 풀다 잠이 들었다.

조용한 틈을 타 밖을보고 있는데 좀전에 할인매장에서 장보고 오는길에 흘러나왔던 라디오 멘트가 생각났다. 나이에 관한 거였나. 대충 들었는데 세월을잡고싶다는 의지를 나이에게 표현하는 그런 거였는데...

사실 나는 한번도 나이, 혹은 세월(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세월은 가라고 있는거 아니냐, 그리고 그흐름속에서 나는 별 아쉬움없이 살다가 어느날 자연스럽게 죽으리라, 그렇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스스로에게 한번도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삼십대가 끝나가도록 정말 절절한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는 것이냐하고...

나는 무기력의 끝에서 결혼을 했고, 하늘을 찌르는 책임감으로 이후의 관계에 대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다. 그러나 나에 대한 의무는 잘 해온 것일까? 대답이 무서워 나는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을 의도적으로 회피해왔다. 나는 가끔씩 비는 시간이 무섭다.

건우아빠가 늦게 공부에 매달린게 어느새 7년이다. 그는 그렇게 그의길을 간다. 그리고 별다른 고민없이 그의 생활을 영위한다. 그가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때나 혹은 그전에 돈안되는 단체의 일을 맡겠다고 했을때도 나는 늘, 그래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지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 사십을 바라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다닌 직장은 눈감아도 할수 있는 일들뿐이지만 나이가 돌덩이처럼 어깨에 앉아  어느새  경력은 거추장스러운 짐일뿐이다.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이십대가 그리워지는것은  나이먹음의 반증이다. 그리하여 세월을 되돌린다면 나는 무엇으로 살고 싶은것일까?

이렇게 불쑥 생각나는 것은 용기인지 혹은 취기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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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0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론장에서 다시 여러분이 십년전으로 돌아간다면 여러분은 뭘 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았었어요..그런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더라구요..글쎄, 십년전의 내 꿈이 무엇이던가..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가..싶더라구요..앞으로 십년후엔 내가 뭘 하고 있을까??또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난 꿈도 없나 싶을때가 있어요..

건우와 연우 2006-06-0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정말 십년후를 위해선 지금부터 열심히 질문해봐야 할까봐요.

카페인중독 2006-09-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의 나이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없는데...
가끔 시간이 의미없이 흘러갈때는 pause 버튼을 누르고 싶어요
 

밤 아홈시쯤 아이들 둘이서만 집을 보라하고 남편과 둘이 집근처 할인점에 갔었지요.

할인점이 집에서 걸어서 칠팔분쯤이면 되는 거리에 있는지라 우리는 종종 카트하나 달랑 끌고 걸어가서 장

을 보곤 했지요.

아직은 찬기가 남아있는 봄밤을 가로질러 가노라니 길가 맥주바의 새파랗고 싱싱한 아이들이 눈길을 자

꾸 잡아 끌더라구요.

시퍼렇던 젊은 날은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꽃보다 새순이 좋은 마흔직전의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자꾸만

청승맞은 생각이 들었지요.

아들녀석 생일잔치를 해주려고 장을 보러 갔던거였는데 오렌지 한박스에 샌드위치속재료랑 식빵 세줄만

사들고 돌아왔지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반가이 달려드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위로 삼아 인생별거냐, 이렇게 나이먹어

가는거지해보지만...

그래도 사십이 다가오는 벚꽃피는 봄밤은 아름다운만큼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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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5-24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보다 새순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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