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아버지는 자식을 여럿 두고 몇십년을 부부로 살아왔으면서도 살아온 세월만큼의 벽을 쌓아두고 사신다.

두노인네가 서로를 측은지심으로라도 불쌍해하며 의지가 되어주면 좋으련만....

 

퇴근무렵무터 여간한일로는 전화하는법이 없는 남동생이 전화를 했다.

사이도 좋지않은 엄마와 아버지는 생일은 어쩌자고 앞뒷날로 딱붙어,  매번 자식들좋자고 하루에 묶어 보낸터라 올해도 우리는 모두 예사로 그렇게 예년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당항한 동생 목소리를 들으니 그 생일이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공교롭게 생일은 매번 아버지 날짜에 맞추어왔던 모양이고(사실 우리는 두분을 함께 챙긴다는 생각에 어느분 날짜라는거에 거의 무신경했다) 엄마는 두고두고 그게 서운하셨던 모양이었다.

주말에 맞추어 모인다는 생각에 우리들은 각자 그전에 휴가계획도 세웠었고, 엄마는 그게 또 더 서운해서 남동생과  언니에게 한소리 하신 것을, 듣고 못넘긴 아버지가 엄마의 염장을 지르신 모양이었다.

이래저래 진정되지 않는 노인네의 서운함에 언니는 비행기표며 여행계획을 부도내고 이집저집 일정이 죄 꼬여버렸다.

일을 키운 아버지의 퉁박이 짜증도 나고 한편으론 두노인네가 가여운 밤, 냉장고를 뒤지니 먹다남은 와인이 눈에 띄었다.

커다란 맥주컵에 와인을 한컵 무식하게 따라 베란다에 앉으니 물이 불어난 갑천이 드문드문 가로등불빛에 몸을 뒤척이며 흐른다.

 

세월은 물같이 바람같이 흐르는데, 미움은 흐르지도 않는 것일까....

비내리는 열대야가 계속되는 여름, 건우아빠옆에 누우니, 공부에 지쳐 잠들었던 그가 잠결에 중얼거린다.

  술마셨구나...

엄마와 아버지곁을 지나간 세월이 물소리를 내며 우리 옆으로도 지나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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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9 0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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