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십이월이다.
어제밤 군대에 간 건우가 전화를 했다. 전화기너머로 강원도 화천의 한기가 넘어와 가슴이 시렸다. 입김이 하얗게 묻어나오는 것같은 시린 목소리 . .
건우가 삼월이면 제대를 하니 이달 말부터 복학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건우가 온다고 집으로 오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군에서 돌아올날이 얼마남지 않으니 기쁘다.
이렇게 추위를 지나고 전방의 고립감도 지나며 아이는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힘든일을 물을때마다 괜찮다 하고 필요한것 없냐고 물을때마다 원하는게 없는 아이가 안쓰럽다.
깊은밤 눈이 떠지면, 면회가서 보았던 건우와 또래의 새파란 아이들, 그 어린 청춘들을 낯선 숲속 어딘가에 모아놓고 자는 나의 단잠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