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쉬다 여덟시 좀 전에 택견전수관에 가는것이 저녁후의 건우와 연우의 주요 일과다. 그런데 왠일로 저녁을 먹은 건우가 영 풀기없는 모습이다.
나: 건우야 어디 아프니?
건우: 좀 추워요...
나: 전수관갈때 겉에 겉옷하나 걸치고 가라.
건우: 그냥 갈래요...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두녀석이 쌩하니 뛰어가버린다. 전수관까지야 아이들걸음으로도 5분 남짓한 거리이니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을일인데 건우상태가 영 마음에 걸렸다.
1시간이 조금지나 연우의 목소리가 짜랑짜랑 울리고 밖을 내다보니 건우의 눈이 반은 풀린채 서 있다.
급히 방안으로 들여 건우의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씻기는데 연신 춥다며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이마가 제법 뜨겁다.
연우: 관장님이 그러시는데요, 오빠가 몸살이래요. 오빠는 몸도 막 아프대요. 대련하다가 막 열이 올랐어요..
건우: 연우야 네가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파..
집에 있는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을 먹이고 따뜻하게 자라고 아이둘을 일찍 재웠다.
건우아빠가 좀 늦는것 같아 신경이 쓰이는데 11시가 넘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들어왔다. 밖에서 먹은 식사가 다행히 별 문제가 없었구나 안심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왠걸 새벽에 일어나는데 건우아빠가 아침준비를 하지 말란다. 여간해서 밥을 거르는 법이 없는데 의아해서 쳐다보니 편도선 수술을 한 부위에서 밤새 출혈이 있었단다. 다행히 지혈은 된 모양인데 마음이 영 찝찝한 모양이다.
건우아빠가 이른 아침에 책을 한보따리 싸들고 나가는 사이 건우가 일어나 나온다.
이마를 짚어보니 따끈하다. 아직 열이 내리지 않다니 심상치 않다. 어느새 잠자리에서 일어난 연우도 열심히 제오빠를 들여다보는 시늉을 한다.
나: 머리가 뜨겁네.
연우: 그러니까 감기몸살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것이죠?
나: 그런가보네.
연우: 해열제 먹고 물을 많이 먹어야 되겠군요..
나: 강연우, 네가 의사해라...
연우: 뭐 그럴수는 없는 일이지요. 근데요 엄마 속으로 그생각했죠?
나: 뭔생각?
연우: 이놈의 강씨들이 번갈아 아파서 내가 못살겠다 이런생각요.
연우가 눈꼬리끝에 웃음을 달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 그래 강씨들땜에 못살겠다...연우야, 근데 아빠듣는데선 이말 비밀이다.
말을 하고나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건우도 힘없는 얼굴로 히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