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 일력 (스프링) - 하루 한 번, 삶의 물음에 쇼펜하우어가 답하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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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심히 지키고 사는 것 중 하나가, “하루 단 5분이라도 책을 읽자!” 입니다. 물론 책 말고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단순한 저로서는 책이 가장 어울리는 도구이기에, 우매함을 조금이라도 이겨보고자 책을 가까이 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육아, 직장생활 등에 치이다보면 책을 도저히 읽지 못하는 날도 있는데, 이럴 때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일력이랍니다. 

 

일력은 매일 달력처럼 넘기며 간편히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육아나 명언, 한자나 한국사 등 무척 다양한 영역으로 제작되죠. 저희집에도 신발장, 화장실, 화장대 등 여러장소에 다양한 일력이 준비되어 있어요. 얼마전, 저의 화장대를 지키고 있는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확언 일력”을 만든 센시오출판사에서 무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일력』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아니, 일력도 너무 좋은데 심지어 쇼펜하우어라고요?! 지성인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지성인이라불리는 쇼펜하우어. 저 역시 다양한 책으로 만났지만 여전히 그에게서는 배울 것이 많기에 일력으로 만난다면 더욱 생생하게 문장들을 학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난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일력』이 너무 좋아서, 발빠르게 소개해드리고자 이렇게 잠도 안자고 소개글을 쓰잖아요. 8월을 넘기기 전에 더 많은 분들이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일력』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입니다 ㅎㅎ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일력』은 기존에 알려진 다수의 어록과 달리 쇼펜하우어 저작 전편에서 골고루 발췌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인생론》, 《행복론》, 《잠언집》뿐 아니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 전체 작품에서 365개의 아포리즘을 인용하여 월별 주제에 따라 다채롭게 배열했기에, 한 주제에 대해 더욱 깊이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로 엄정하게 번역한 원서에서 문장을 따왔다고 해요. 또 영문과 한글 번역문을 동시에 실었다는 점, 그가 즐겨 인용한 원어 문장의 경우 하단에 QR코드를 수록해두어 라틴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힌두어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원어 발음까지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잘 활용한다면 쇼펜하우어의 명 문장을 만나는 것은 물론 외국어학습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매일 몇 줄을 따라적으며 깊이 안정하고 내면을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력 곳곳에 배치된  야곱 반 로이스달의 풍경화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쇼펜하우어가 사랑했다는 야곱 반 루이스달과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이라니. 천국에서 두분이 하이파이브하며 기뻐하시면 어쪄죠? ㅎㅎ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확언 일력”에서도 느꼈지만, 센시오의 일력은 그저 짜깁기하여 만든 느낌이 아니라, 한줄 한줄 철저히 번역하고 구성하여 독자에게 마치 여러 권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일력』은 한층 더 정확한 원문 번역, QR코드를 통한 원어 발음까지 만날 수 있어 더욱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많이 덥지만, 그래도 올해는 어느새 하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65일력』로 2024년을 조금 더 행복하게, 가치있게, 또 나를 조금 더 돌보며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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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무엇이든 법대로 - 법치국가 조선의 별별 법 탐험 지식 잇는 아이 18
윤지선.이정환 지음, 리노 그림 / 마음이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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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암행어사가 그려진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 - “법치국가 조선의 별별 법 탐험”이라는 흥미 넘치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는 법치국가였던 조선의 “법”을 주제로 초등역사, 초등한국사의 다양한 상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역사교육에 진심인 현직 초등교사가 직접 집필한 책인만큼 교과연계와 누리 교육과정 반영까지 믿음이 가는 책! 만약 아이에게 초등역사, 초등한국사, 초등사회 등을 재미있게 알려줄 책을 찾고 있었다면 바로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를 만나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는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의 교육․복지제도와 정책, 조선의 신분․병역․환경 제도와 정책, 조선의 사법 제도와 정책 등을 알차게 다루고 있는데,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 덕분에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이라는 제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고, 법이 그 시대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 지까지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더욱이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는 교육, 복지, 신분, 병역, 환경, 정치, 경제, 외교, 사법 등 500년 조선의 역사를 잘 담고 있었다. 나라의 법과 제도는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데 아이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사실 의아했다. 하지만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어떤 가치가 중시되었으며, 사회 분위기는 어땠는지, 어떤 법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는지 상세히 알게 되었다. 더불어 조선이라는 나라의 분위기와 가치도 엿볼 수 있어 아이의 한국사학습에 무척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던 성균관 그림책에서는 “인재 등용”. 홍길동에서는 “신분제도”, 김만덕에게서는 “복지제도” 등의 법들을 만날 수 있음을 발견하며 아이는 재미와 지혜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엄마 역시 아이와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를 읽으며 “법”이 이렇게 역사교육의 주제로도 사용될 수 있음에 놀라움이 들었다. 학창시절에 배운, 법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새삼 이해가 되더라. 

 

이렇게 알찬 구성을 할 수 있는 작가님이 놀랍고 궁금하여 찾아봤더니, 역시.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는 현직 초등교사들로 역사교육에 진심인 분들이었다. 윤지선 선생님, 이정환 선생님 두 분 다 교사가 직접 교육콘텐츠 개발을 하는 단체인 교사크리에이터협회 집필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로, 아이들이 조금 더 즐겁게 역사를 배우고 접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분들이었던 것! 역사를 사랑하는 학부모로서, 이렇게 알찬 구성의 책이 꾸준히 이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알차고 재미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의 구성 역시, 아이들이 지겨워하지 않도록 만화와 일러스트, 동화가 번갈아 등장하고 각각의 지식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또한, 돌발퀴즈나 팩트체크 등으로 아이들의 집중도를 확인할 수 있어 수업에 활용해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 

초등역사나 초등한국사, 초등사회 학습에 무척 큰 도움이 될 책이기에 초등학생추천도서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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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의 12가지 조언
퀸시 존스 지음, 류희성 옮김 / 이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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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필연적인 어려움에서도 중요한 건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어디로 발산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피해의식에 빠지는 순간 당신은 외적인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뿐 아니라 한 인간이자 창조적인 존재로서의 성장을 지배하는 내적인 문제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당신 삶의 주머니 속으로 침투한 괴로움이 당신 삶 전체를 잠식하게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내가 창의성이 우리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31) 

 

 

많은 스포츠경기나 다큐멘터리 등에 삽입되어, 많은 이의 눈물을 쏟게 한 노래, “We are the world”. 사실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음을 입증할 수 있을 만큼 퀸시 존스가 대중음악에 남긴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그와 작업한 스타들만 해도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등 세계적인 별인 데다가, 한번도 거론되기 어려운 그래미상에 무려 80번이나 후보로 지목되었으며, 이 중 28번을 수상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재즈음악가들'에서 그의 이름이 있는 것은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퀸시 존스의 에세이,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출간된 퀸시 존스의 자전적 에세이로 그에게 있어 창의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 왔는지, 그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오고, 그 태도는 그의 업적을 어떻게 쌓아왔는지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그의 음악을 꽤 좋아했으면서도, “음악적 지식”을 가지지 못했기에 “자전적” 에세이에 도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를 읽고 난 지금, 이 책은 “음악책”이 아닌, “인생에 관한 책”이라고 소문을 내고 싶어졌다. 나처럼 막연한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독자들이, 부디 이 아름다운 지혜들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김광석의 노래에 삶이, 유재하의 노래에 시가 있다면-- 퀸시 존스의 노래에는 '나로 사는 지혜'가 있었다.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는 퀸시 존스가 남기는 12가지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전해야 알 수 있다”, “저평가 당하는 데서 나오는 힘”, “관계의 가치를 이해하라” 등의 주제로 고통을 이기는 방법, 목표의식을 가지고 도전하는 법,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법, 성실한 하루하루를 준비하는 것 등에 대해 무척이나 명확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기록하자면, 

 

외부에 의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정의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당신의 정체성을 인지시켜줄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그러한 외부의 세력과 맞서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은, 스스로 다진 기초만큼 힘을 가진다. (p.74) 

 

우리가 가진 최고의 영감이 대단히 멋지고, 크게 들릴 거란 생각과 달리, 현실에선 대부분은 속삭임 정도에 가깝기때문에, 우리는 그걸 쉽게 흘려버리곤 한다. (p.136) 

 

탄탄한 토양 위에 쌓는다면 당신의 성공은 영원히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모래 위에 쌓는다면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다. (p.195)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요즘 가장 고민하던 것들에 대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답을 얻었다. 마흔에 고민하긴 너무 늦은 것인지 모르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부지런히 고민하며 가치 없는 것들에 대한 이별과 내가 우선순위에 두고 싶은 가치들을 정리 중이었기 때문. 그래서 그가 남긴 문장들이 무척 큰 깨달음을 주었고,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살고 사랑하고 배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선순위를 더욱 분명히 설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즐거움은 꼬리가 없는 '樂'이 아니라, 차라리 '休'였음을 또 한 번 깨달으며 그의 문장으로 나의 감상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그의 말대로 부지런히 삶을 즐기고 사랑해야지. 대신 올바른 가치를 향해 나태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야지- 하고 다짐하며.

“욜로 코코!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것. 그러니 계속 나아갈 것!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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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포르
마리아 스트셸레츠카 지음, 이지원 옮김 / 북극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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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수다 떨기) 『니키포르』

 

제가 직접 돈을 벌어 산 첫 번째 책은 “바리공주”였습니다. 

많이 가난한 편은 아니었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모든 종류의 전집을 척척 사는 집도 흔치 않았고, 책도 비쌌어요. 도서관 지금처럼 멋지지 않았기에, 종종 큰맘 먹고 사주신 책들은 정말 “나달나달할 때까지” 읽었습니다. 언제인가 무척 덩어리가 큰 명작, 전래동화를 엄마 친구와 사서 한집은 1~40권, 한 집은 41~80권으로 나누어 가졌는데 (언젠가 다시 바꾸어보기로 하고), 하필이면 바리공주가 40권, 41권에 상·하로 나뉘어있었지 뭡니까. 그래서 저는 바리공주 '상'만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었고 '하'는 한참이 지나서야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바리공주 때문에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수십 가지 상상하며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비록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이렇게 평생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북극곰의 그림책, 『니키포르』를 읽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빈곤했기에, 그의 작품은 더욱 아름다웠지 않을까. 그의 재료들은 늘 부족하고 한계가 가득했지만,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그 한계를 넘어 날개를 훨훨 달고 날아가지 않았나 하고. 

 

눈도 들리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이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니키포르는 엄마의 일터 주변 다리 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말을 하는 법을 배울 수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지만, 보이는 것을 모두 그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대는커녕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니키포르지만, 성당의 그림들에서 구도와 원근법 등을 터득할 만큼의 천재였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죠. 그는 비웃음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그림을 소중히 대했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때때로 자신의 그림 속에, 여러 가지로 변한 자신을 그려 넣기도 하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구걸하기도 하고, 도시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결국 결핵에 걸려 그림이 불태워지기도 하지만 그는 끝없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서도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냅킨 위에, 천국을.

 

물론 우리 대부분은 '사는 형편'을 따지자면 니키포르보다 훨씬 더 나을 겁니다. 바리공주 '하'를 읽지 못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던 못난 저도, 지금은 월급의 5%가량은 늘 책을 사는 인터넷서점 상위 1%인, '책 좀 사는' 사람이 되었으니, 니키포르보다 훨씬 나은 형편인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의 형편이 니키포르보다 낫다고 하여 우리 삶이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넘는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는 냅킨 위, 나뭇잎 위, 벽난로, 엽서 조각, 담뱃갑 등에도 그림을 그릴 정도로 궁핍했지만, 한순간도 손에서 그림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린 그 그림을 믿었어요. 자신이 창조한 것들이 '작품'이 되리라는 것을 믿었지요. 비웃음 속에서 그린 그림을 두고 “내 그림들은 내가 죽은 후에도 남을 겁니다. 이 그림은 다른 그림과는 다릅니다. 내가 그렸으니까요. 더 가까이 와서 봐주세요. 아무도 이렇게 그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자신이 한 어떤 것에 대해 이렇게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깊은 노력의 결론일까요? 

 

오늘, 북극곰의 그림책 『니키포르』를 다시 읽었습니다. 글씨가 꽤 많아 아이가 두 번 정도 엉덩이를 꼼지락거리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의 이야기에 마지막까지 귀를 기울였습니다. 길에서 그림을 그리며 웃는 그를 천천히 바라보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우리 아이도- 니키포르처럼, 우리의 하루하루를 더 성실히 살고, 그 성실함을 우리 스스로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그렇게 살도록 키워야겠다고. 

 

엄마께 없는 형편에도 책을 사줘서 고마웠다고- 그때의 나는 행복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지금 읽을 책이 많은 우리 집을 보면서, 매일 책을 읽는 우리 모녀의 모습에, 엄마는 더 행복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내 모습을 내가 더 많이 아껴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기록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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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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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세 명의 선원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나무 상자를 들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나, 목수, 앨런다이스는 그 줄무늬 상자를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얀 물거품이 일었고, 그것은 금세 사라졌다. 

만약 누군가 혹시라도 그 오래된 상자를 발견하고, 그 상자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위해 슬퍼할 것이다. (p.179)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시작점을 따지자면 너무 옛날이고 나의 기억보다는 부모님이나 언니의 증언에 기대어야 하니 접어두고, 내가 가장 왕성히 책을 읽었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면 거기엔 산더미처럼 쌓인 아서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들과 “토지”, “태백산맥” 등이 있다. 남들은 입시공부에 미쳐있었을 고등학생 시절, 나는 소설에 미쳐있었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낯선 아서 코난 도일이라니! 이것을 읽지 않고는 팬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출간과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은 '셜록홈즈'로 추리소설의 대가가 된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 모음집 “해적과 푸른 물 이야기”, “선장의 거래 & 해적의 신화” 등의 제목으로 1920년대에 출간되었던 책이지만, 한국어로 공식 번역된 것은 그로부터 100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이다. 즉, 대부분의 국내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것이기에 표지를 열기 전부터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게다가 표지는 왜 이렇게 고급스러운 오렌지색이며, 표지의 배는 그 자체로도 비밀이 가득할 것 같이 생긴 건데? 전국의 아서 코난도일 팬들! 지금이에요! 어서 100년간이나 기다린 아서 코난 도일의 선상 미스터리를 만나러 와요.)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은 선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미스터리를 다룬 이야기와 전설적인 해적 샤키 선장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가 함께 모여있다. 앞쪽 선상 미스터리는 셜록홈즈를 읽을 때처럼 함께 고민하고 추리하며 단서를 뒤쫓느라 바빴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어찌나 특색있는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항해했다. 뒤쪽의 샤키 선장 이야기는 그동안의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전설의 해적 샤키 선장이 벌이는 액션이나 잔인함 등은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짜릿하기도 했고, 이야기의 뒤에서는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이라는 한 권으로 엮어두었지만, 전혀 다른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어, 또 한 번 “역시 아서 코난 도일!”을 외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만에 만난 아서 코난 도일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의 책이 나란히 꽂힌 책장 앞에서 서성였다. 그 시절의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고, 내가 또 무엇인가에 그렇게 심취할 날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서 코난 도일에 심취했던 이들은, 나처럼 어느새 좀 나이를 먹지 않았을까. 여고생이었던 내가 어느새 초등학생을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난 아서 코난 도일의 오랜 팬들이 더더욱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을 읽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이 책은, 그때처럼 가슴이 뛰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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