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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의 12가지 조언
퀸시 존스 지음, 류희성 옮김 / 이콘 / 2024년 4월
평점 :
망가진 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필연적인 어려움에서도 중요한 건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어디로 발산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피해의식에 빠지는 순간 당신은 외적인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뿐 아니라 한 인간이자 창조적인 존재로서의 성장을 지배하는 내적인 문제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당신 삶의 주머니 속으로 침투한 괴로움이 당신 삶 전체를 잠식하게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내가 창의성이 우리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31)
많은 스포츠경기나 다큐멘터리 등에 삽입되어, 많은 이의 눈물을 쏟게 한 노래, “We are the world”. 사실 이 노래 하나만으로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음을 입증할 수 있을 만큼 퀸시 존스가 대중음악에 남긴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그와 작업한 스타들만 해도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등 세계적인 별인 데다가, 한번도 거론되기 어려운 그래미상에 무려 80번이나 후보로 지목되었으며, 이 중 28번을 수상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재즈음악가들'에서 그의 이름이 있는 것은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퀸시 존스의 에세이,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출간된 퀸시 존스의 자전적 에세이로 그에게 있어 창의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 왔는지, 그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오고, 그 태도는 그의 업적을 어떻게 쌓아왔는지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그의 음악을 꽤 좋아했으면서도, “음악적 지식”을 가지지 못했기에 “자전적” 에세이에 도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를 읽고 난 지금, 이 책은 “음악책”이 아닌, “인생에 관한 책”이라고 소문을 내고 싶어졌다. 나처럼 막연한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독자들이, 부디 이 아름다운 지혜들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김광석의 노래에 삶이, 유재하의 노래에 시가 있다면-- 퀸시 존스의 노래에는 '나로 사는 지혜'가 있었다.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는 퀸시 존스가 남기는 12가지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전해야 알 수 있다”, “저평가 당하는 데서 나오는 힘”, “관계의 가치를 이해하라” 등의 주제로 고통을 이기는 방법, 목표의식을 가지고 도전하는 법,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법, 성실한 하루하루를 준비하는 것 등에 대해 무척이나 명확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기록하자면,
외부에 의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정의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당신의 정체성을 인지시켜줄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그러한 외부의 세력과 맞서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은, 스스로 다진 기초만큼 힘을 가진다. (p.74)
우리가 가진 최고의 영감이 대단히 멋지고, 크게 들릴 거란 생각과 달리, 현실에선 대부분은 속삭임 정도에 가깝기때문에, 우리는 그걸 쉽게 흘려버리곤 한다. (p.136)
탄탄한 토양 위에 쌓는다면 당신의 성공은 영원히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모래 위에 쌓는다면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다. (p.195)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요즘 가장 고민하던 것들에 대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답을 얻었다. 마흔에 고민하긴 너무 늦은 것인지 모르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부지런히 고민하며 가치 없는 것들에 대한 이별과 내가 우선순위에 두고 싶은 가치들을 정리 중이었기 때문. 그래서 그가 남긴 문장들이 무척 큰 깨달음을 주었고,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살고 사랑하고 배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선순위를 더욱 분명히 설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즐거움은 꼬리가 없는 '樂'이 아니라, 차라리 '休'였음을 또 한 번 깨달으며 그의 문장으로 나의 감상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그의 말대로 부지런히 삶을 즐기고 사랑해야지. 대신 올바른 가치를 향해 나태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야지- 하고 다짐하며.
“욜로 코코!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것. 그러니 계속 나아갈 것!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