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쁜 일 오늘의 젊은 작가 37
김보현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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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젊은 작가 시리즈로 나온 책으로 작가 김보현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작가이다. 소설은 첫 장면부터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한강 대교에서 뛰어내린다. 뛰어내린 남자는 살아남고, 여자는 죽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있다. 소설의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사건이다.

 

소설은 끝없이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물들을 뒤흔든다. 주인공은 두 사람인데 하나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무력한 여인으로 보이는 정희와 아내를 잃고 진실을 찾고자 하는 북한 군인 출신의 철식이다. 소설은 정희의 남편이 이유 없이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랫동안 무력하게 지내온 정희는 그 순간부터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며 사라진 남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남편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점차 수상한 정황을 하나, 둘 발견해나가며 누군가가 남편의 행적을 의도적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경향을 발견한다. 그건 철식도 마찬가지다.

 

철식은 누군가의 제보로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을 찾는다. 오랫동안 매달려 온 일이기에 철식은 아내의 죽음과 관련된 이를 찾는 데 성공하고 그를 심문한다. 이 이후는 중요한 스포일러여서 더 말할 수가 없다...

 

남편의 실종에서 유발된 사건은 정희와 철식의 일상을 뒤흔들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나아가게 한다. 소설책의 분량이 제법 긴데 작가는 그 긴 분량을 정신없이 새로 일어나는 사건으로 독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을 읽은 나도 단번에 소설책을 다 읽었을 정도이다. 이 소설에서 타인의 죽음을 이용하는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악당의 존재는 사회의 시스템을 악용하고 이를 용인하는 사회가 문제일 때도 많은데 그런 점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이 소설은 그런 부분이 없더라도 정신없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스릴러 소설로써의 면모로는 굉장히 뛰어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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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대하여 - 박상영 연작소설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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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소설은 항상 믿고 읽는 편이다. 요즘 스타일의 문체와 줄거리, 나와 비슷한 나이대 다 보니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 소설책 <믿음에 대하여>가 연작 구성이라고 했을 때 전에 읽은 박상영 작가의 <재희><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 생각났다. 그 둘은 원래 한 소설이었다고 했었다. <재희>는 박상영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 소설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의 연작 구성이라는 말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니 과연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쉽기도 했다. 잘 나가고 이제 신인에서 벗어나는 연차의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이랄까? 이 정도면 잘 쓰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 아쉬운 것일까.

 

<믿음에 대하여>는 네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연작 단편집이다. 요즘 애들, 보름 이후의 사랑, 우리가 되는 순간, 믿음에 대하여 등의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자 다른 인물이 주인공인데 각 주인공은 다른 주인공의 지인이다. <요즘 애들>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등장한 인물이 다른 소설에서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형식의 연작이 좀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재는 MZ세대의 블랙기업 적응기에서 시작해서 퀴어의 입장에서 코로나 19 버텨내기 등이 있다. 소설이 창작된 시기가 코로나가 한참 진행되는 시기이다 보니 코로나 이야기가 많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결합한 동성애 혐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원래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이니 참 재미있다. 문제는 같은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각으로 다시 보다 보니 구조적으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 첫 번째, 두 번째 소설은 다루는 주제나 사건의 반복이 적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인물들이 겹치고 이야기가 겹친다. 퀴어가 겪는 혐오의 구현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모두 퀴어이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박상영은 이전에 더 다양한 인물을 다루었는데 퀴어 소설을 워낙 잘 쓰다 보니 그것만 쓰게 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고 더 이상 참신한 신인이 아닌 어느정도 관록이 쌓인 박상영이라는 작가가 써온 하나의 결과물이다. 다음에는 더 잘 쓰겠지 하는 응원의 말을 마지막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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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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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2월에 읽은 문학 공모전 수상작 3. 이번에는 한겨레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카지노 베이비>. 제목과 소재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전당포에 돈을 빌리는 대가로 아기를 주었다는 설정의 소설이다. 그래서 뭐 불행하고 우울한 얘기일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아이의 시점에서 진행되기에 경쾌하면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기에 무겁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고향은 강원도 영월로 실제로 자기 고향을 모델로 이 소설의 배경인 지음을 탄생시켰다. 4월까지 눈이 녹지 않는 도시.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먹고 자는 슬리핑 타운. 그들이 온갖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가는 전당포 거리. 마지막으로 그 모든 일의 원인으로 몰락한 탄광 도시인 지음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그만 큼이나 독기를 불어넣는 랜드가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이 눈에 그리듯이 그려진다. 이 소설은 아이의 눈으로 자신의 가족과 지음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도박에 중독되어 좀비처럼 슬롯머신을 내리는 사람들과 그를 이용하는 사람들. 사회 문제를 소재로 다루지만, 이 소설은 뜻밖에도 어둡지 않다. ‘전당포 아이인 주인공을 전당포 주인인 할머니는 성의 있게 기르고 그 아이의 엄마와 삼촌도 진심으로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지음에는 뜻밖에도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소설의 가장 재미있는 점이었고 습작기가 길어 다른 작가들보다 늦은 나이에 등단한 작가가 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이 이 소설을 가장 빛나게 해준 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파헤쳐나간다. 1부는 주변의 환경과 배경을 주로 묘사하며, 2부에서는 자신의 출생을 찾다가 대재앙 한복판에 서게 된다. 코로나19를 겪는 중이라 그런가 유독 이런 사회적인 재앙이 소설 속에 등장하고는 한다.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구하려고 목숨을 건 가족들을 보며 이들이 자신의 진짜 가족임을 깨닫고 출생의 비밀을 찾는 걸 멈추게 된다. 결국 주인공이 찾던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동시에 주인공인 아이가 성장했음을 말해준다.

 

근래에 읽은 다른 공모전 수상작인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되지 않는다>에서도 <카지노 베이비>에서처럼 유사 가족이 등장한다. 거기에서도 주인공이 피 한방 울 이어지지 않은 아이를 거두어 키워준다. 어찌보면 같은 소재를 다루는 것 같지만 두 이야기의 결은 완전히 다르다. 이 맛으로 소설을 읽는 건 아닐까 한다.

 

<카지노 베이비>는 근래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좋았다. 최근에 읽은 수상작 세 편 중에 순서를 정한다면 이 소설 <카지노 베이비>가 가장 맨 첫 번째에 위치할 것이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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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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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되지 않는다>

 

2월에 본 공모전 수상 작품집이다. 이번에는 K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 한 작품이다. 기억하기로는 김초엽 작가와 이미예 작가가 심사를 한거로 기억한다. 지옥에게 세를 주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어필한 작품이다. 악마와 지옥이라는 설정이 등장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악마는 누군가를 유혹하는 느낌의 악마다. 굉장히 스윗한 악마로 이 소설은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첫인상과는 참 다른 소설이다.

 

뭔가 제목과 소재 소개로만 보면 한국의 부동산 지옥을 풍자한 공포 소설일 것 같지만 의외로 스윗한 악마가 등장하는 로맨스 소설이다. 다정하고 심지어 사려 깊기까지 하다. 지옥에 세를 줘 지옥의 죄수들이 집안을 돌아다니고 지옥의 공무원인 악마는 열심히 일하면서 주인공을 열심히 꼬신다.

 

악마와 지옥이 주 스토리 라인의 소재가 될 것 같지만 이 소설의 뼈대는 주인공 서주와 집주인이자 서주를 거두어서 키워준 할머니의 관계성이다. 빌런들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악마가 서주에게 위기를 준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고 서주를 좋아하는 스토커 알바생, 할머니가 내다 버린 망나니 아들이다. 지옥이 실존한다는 설정임에도 빌런들이 묘하게 악하지 않다. 서주를 따라다니는 스토커 알바생은 소름이 끼치지만 바라지 않은 호의를 주고는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할머니의 망나니 아들은 여러 소동을 일으키지만 그뿐이다. 뭔가 이 쪽이 더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읽은 <검푸른 고래 요나>의 악마들은 너무 악의적이라 평면적이게 느껴져서 그런 듯하다.

 

악마, 지옥이라는 소재를 취했지만, 이 소설은 유사 가족 관계를 맺고 있는 서주와 할머니의 변화가 주요소다.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할머니가 나이 들어 그 악몽에 괴로워하고 서주가 그 할머니를 돌봐준다. 사실상 간병 일기와 같은 느낌이다. 지옥이 실존하므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일 텐데 할머니의 죽음에서 그 사실이 어떤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참신한 소재에 비해서 스토리 진행은 뭔가 밋밋하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예상이 1도 맞지않은 건 또 새롭게 느껴지기는 했다. 같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책들의 부엌>은 요즘 유행하는 소설 그 자체여서 영 재미가 없었는데 이 소설은 참신하고 인물들(특히 할머니)이 살아있어서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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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고래 요나 -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명주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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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고래 요나>

 

2월에는 유독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을 여러 권 읽었다. <검푸른 고래 요나>는 지난 2022년 혼불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혼불 문학상은 상금이 7000만원으로 문학 공모전 중에선 상금이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수상작인 <플라맹코 추는 남자>는 꽤 재밌게 읽었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검푸른 고래 요나>도 구입했다.

 

가끔 유튜브 쇼츠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장면들은 참 재미있다. 대사는 재치있고, 상황은 웃기고 강렬하다. 쇼츠를 넘기다가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것 같다. 막상 쇼츠로 재밌게 봤었던 영화를 전부 보게 되면 실망할 때가 종종 있다. 대사는 재치있고, 캐릭터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 장면 장면을 모두 이으니 영화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검푸른 고래 요나>가 그렇다. 아이돌, 고래 인간, 환상성, 폭력도 나오고, 국정원도 나온다. 이 모든 소재를 하나로 엮은 소설의 분량은 굉장히 길다. 그 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이쿠.하고 이마를 치고 말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으로 주미와 요나다. 주미는 최정상에 올랐었던 아이돌로 우리가 사랑하는 여러 아이돌을 옮겨 놓은 아이다. 올랐었던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미는 현재 한쪽 다리를 다친 학생이다. 아이돌까지 했지만 주미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던 날 중에 요나와 마주치게 된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 요나는 노래도 잘 하고 키도 큰 남학생이다. 한마디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나의 정체는 1년 중에 때때로 고래로 변하는 고래 인간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주미와 요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주미가 어떻게 최정상 아이돌로 등극하고 추락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 부분은 참 재미있었다. 요나의 경우는 설정이 워낙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기에 그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빛나는 부분은 장면 장면의 역동성과 묘사의 디테일일 것이다. 앞서 말한 주미의 아이돌로서의 성공, 실패담이나 요나가 고래로 변신해 겪는 일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문제는 그런 장면들을 잇는 전체 스토리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갈등을 일으키고 그 갈등은 파국을 일으키는 데 문제는 그 파국을 초래하는 과정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파국을 초래하는 것을 몇몇 악역들에게 일임했다는 것이다. 아이돌 시절 주미를 망하게 한 건. 같은 그룹내의 여자아이들의 질투와 주미를 철저하게 수단으로 활용한 소속사 사장과, 여러 음모 때문이다. 요나를 파국으로 몰고 간 건 그냥 도시 한 복판에서 눈깔을 파버리겠다고 소리치는 깡패들 때문이다. 소설의 결말은 조금 많이 급진적인데 음모론과 첩보기관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활용한다.


그 파국을 일으키는 악역들은 기본적으로 평면적이다. 매력적인 악역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초반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잔인한 수위의 폭력적인 장면이 이어지는데 시원하기는 하나 이래도 되나? 혐오스러운 인물을 양산하고 그들을 심판하는 구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잔인한 이미지를 연속으로 배치해 놓는다. 그 과정에 도달하기 위한 설명이 미진하고 한마디로 말해서 개연성이 없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의 서사에는 도무지 설득될 수 없었다. 개연성이란 이야기를 독자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데 개연성이 없으니 속아주고 싶어도 속을 수가 없었다.

책말미의 심사평을 보면 이 소설의 그런 특징을 심사위원들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의견은 이러한 개연성의 미진함을 환상성을 통한 도약으로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 환상성에 도무지 속아 넘어갈 수 없었다.

 

빛나는 부분이 많지만, 그것을 엮는 요소가 부족했다. 초반에 주미의 서사를 쌓아 나가는 것처럼 이야기의 서사를 쌓아 가는 건 어떨까 싶었으나 이미 출간 된 소설에 이런 말을 더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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