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고래 요나 -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명주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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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고래 요나>

 

2월에는 유독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을 여러 권 읽었다. <검푸른 고래 요나>는 지난 2022년 혼불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혼불 문학상은 상금이 7000만원으로 문학 공모전 중에선 상금이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수상작인 <플라맹코 추는 남자>는 꽤 재밌게 읽었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검푸른 고래 요나>도 구입했다.

 

가끔 유튜브 쇼츠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장면들은 참 재미있다. 대사는 재치있고, 상황은 웃기고 강렬하다. 쇼츠를 넘기다가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것 같다. 막상 쇼츠로 재밌게 봤었던 영화를 전부 보게 되면 실망할 때가 종종 있다. 대사는 재치있고, 캐릭터도 흥미롭다. 하지만 그 장면 장면을 모두 이으니 영화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검푸른 고래 요나>가 그렇다. 아이돌, 고래 인간, 환상성, 폭력도 나오고, 국정원도 나온다. 이 모든 소재를 하나로 엮은 소설의 분량은 굉장히 길다. 그 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이쿠.하고 이마를 치고 말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으로 주미와 요나다. 주미는 최정상에 올랐었던 아이돌로 우리가 사랑하는 여러 아이돌을 옮겨 놓은 아이다. 올랐었던 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미는 현재 한쪽 다리를 다친 학생이다. 아이돌까지 했지만 주미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던 날 중에 요나와 마주치게 된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 요나는 노래도 잘 하고 키도 큰 남학생이다. 한마디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나의 정체는 1년 중에 때때로 고래로 변하는 고래 인간이다. 소설의 초반부는 주미와 요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주미가 어떻게 최정상 아이돌로 등극하고 추락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 부분은 참 재미있었다. 요나의 경우는 설정이 워낙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기에 그 맥락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빛나는 부분은 장면 장면의 역동성과 묘사의 디테일일 것이다. 앞서 말한 주미의 아이돌로서의 성공, 실패담이나 요나가 고래로 변신해 겪는 일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문제는 그런 장면들을 잇는 전체 스토리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갈등을 일으키고 그 갈등은 파국을 일으키는 데 문제는 그 파국을 초래하는 과정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파국을 초래하는 것을 몇몇 악역들에게 일임했다는 것이다. 아이돌 시절 주미를 망하게 한 건. 같은 그룹내의 여자아이들의 질투와 주미를 철저하게 수단으로 활용한 소속사 사장과, 여러 음모 때문이다. 요나를 파국으로 몰고 간 건 그냥 도시 한 복판에서 눈깔을 파버리겠다고 소리치는 깡패들 때문이다. 소설의 결말은 조금 많이 급진적인데 음모론과 첩보기관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활용한다.


그 파국을 일으키는 악역들은 기본적으로 평면적이다. 매력적인 악역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초반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잔인한 수위의 폭력적인 장면이 이어지는데 시원하기는 하나 이래도 되나? 혐오스러운 인물을 양산하고 그들을 심판하는 구도. 작가가 의도적으로 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잔인한 이미지를 연속으로 배치해 놓는다. 그 과정에 도달하기 위한 설명이 미진하고 한마디로 말해서 개연성이 없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의 서사에는 도무지 설득될 수 없었다. 개연성이란 이야기를 독자에게 설득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데 개연성이 없으니 속아주고 싶어도 속을 수가 없었다.

책말미의 심사평을 보면 이 소설의 그런 특징을 심사위원들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의견은 이러한 개연성의 미진함을 환상성을 통한 도약으로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 환상성에 도무지 속아 넘어갈 수 없었다.

 

빛나는 부분이 많지만, 그것을 엮는 요소가 부족했다. 초반에 주미의 서사를 쌓아 나가는 것처럼 이야기의 서사를 쌓아 가는 건 어떨까 싶었으나 이미 출간 된 소설에 이런 말을 더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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