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하여 - 박상영 연작소설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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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소설은 항상 믿고 읽는 편이다. 요즘 스타일의 문체와 줄거리, 나와 비슷한 나이대 다 보니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 소설책 <믿음에 대하여>가 연작 구성이라고 했을 때 전에 읽은 박상영 작가의 <재희><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 생각났다. 그 둘은 원래 한 소설이었다고 했었다. <재희>는 박상영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 소설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의 연작 구성이라는 말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어보니 과연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쉽기도 했다. 잘 나가고 이제 신인에서 벗어나는 연차의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이랄까? 이 정도면 잘 쓰는 것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 아쉬운 것일까.

 

<믿음에 대하여>는 네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 연작 단편집이다. 요즘 애들, 보름 이후의 사랑, 우리가 되는 순간, 믿음에 대하여 등의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자 다른 인물이 주인공인데 각 주인공은 다른 주인공의 지인이다. <요즘 애들>의 주인공의 입장에서 등장한 인물이 다른 소설에서 주인공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형식의 연작이 좀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재는 MZ세대의 블랙기업 적응기에서 시작해서 퀴어의 입장에서 코로나 19 버텨내기 등이 있다. 소설이 창작된 시기가 코로나가 한참 진행되는 시기이다 보니 코로나 이야기가 많고,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결합한 동성애 혐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원래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이니 참 재미있다. 문제는 같은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각으로 다시 보다 보니 구조적으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 첫 번째, 두 번째 소설은 다루는 주제나 사건의 반복이 적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인물들이 겹치고 이야기가 겹친다. 퀴어가 겪는 혐오의 구현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모두 퀴어이다 보니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박상영은 이전에 더 다양한 인물을 다루었는데 퀴어 소설을 워낙 잘 쓰다 보니 그것만 쓰게 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이고 더 이상 참신한 신인이 아닌 어느정도 관록이 쌓인 박상영이라는 작가가 써온 하나의 결과물이다. 다음에는 더 잘 쓰겠지 하는 응원의 말을 마지막에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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