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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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대학가에 있는 지하철 역사에는 크게 통로가 나 있었고, 그 통로로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들이찼다. 역사에는 의자도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나는 책을 읽기 위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다. 간신히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손끝이 차가웠지만 방금까지 읽은 소설의 결말 때문에 가슴이 뛸 정도였다. 대밀 해셋의 <몰타의 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소설 중 하나였지만 오랫동안 내 책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방치되어 있었다. 겨울이 되어서 읽기 시작한 건 아니고 단순히 손에 닿아서 읽은 것이지만 오랜만에 굉장히 만족스럽게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두고 가장 크게 내려지는 평가는 바로 생생한 등장인물일 것이다. 주인공 샘 스페이드는 사립 탐정으로 의뢰인의 돈에 충성하는 탐정이다. 하드보일드 시대 탐정이 그렇듯이 여자가 많이 꼬이고 그중에는 무려 동료의 아내도 있다. 인성이 개판이며 성질도 욱해서 범인으로 의심되는 이를 협박하거나 괜히 시비를 거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때려눕히기도 한다. 요즘 시대에 맞는 등장인물은 아니다. 정말 소설의 배경인 1930년대에 있을 법한 탐정 캐릭터다. 요즘 웹소설에 사이다패스라는 말이 유행인데 샘 스페이드는 사이다패스 기준에서도 좀 나갔다.’고 평가할 캐릭터다. 돈을 중시하는 것도 그렇고 특유의 냉혹함도 그렇고. 냉혹한 건 마음에 들지만 말이다.

 

내가 이 소설에 있어서 좋았던 건 바로 다음 내용이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각 장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바로 다음 장에서 전장의 내용을 배신하는 내용이 나온다. 일단 2장부터 충격적이었고 캐릭터중 심지어 주인공까지도 거짓말을 내뱉으며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설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왜 이런 일을 벌였을지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갔다. 밝혀진 진실은 참 냉혹하다는 것이었고, 이런 야수들의 세계에서 주인공 샘 스페이드는 범인, 악당들 못지 않게 독종이었고 냉혹했다. 그 냉혹함이 나를 사로잡았다고 할까.

 

가장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인 샘 스페이드는 안타깝게도 작가가 너무나도 짧은 시간동안에만 작가 활동을 한 까닭에 더 후속작을 쓰지 못했다. 돈이야 꽤 벌었겠지만 안타깝다고 할까. 작가가 지금 시대에 활동했다면 웹소설을 써서 때돈을 벌었을 것 같은데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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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2-30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하나로 끝난것이 넘 아쉬워요.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좋아하는 계기가 된 작품인데요 이 작품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 제 눈엔 안들어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