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도미노 오늘의 젊은 작가 15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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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안했던 일을 다시 하려니 이리저리 핑계만 대다가 읽은 지 한참 되는 오늘에서야 글을 쓴다. 문예지를 구독하지 않는 한 젊은 작가를 접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작가도 전체 소설가에 비하면 아주 한정된 숫자일 뿐이다. 그렇기에 민음사에서 나오는 젊은 작가전이라는 이름의 소설 시리즈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이 시리즈를 접하면서 전에는 모르던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좋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괜찮은 소설도 있었고, 내 생각을 바꾼 소설도 있었으며, 읽고 내가 뭘 읽은 거지 하고 의문스러운 소설도 있었다. 이번에 읽은 <공기 도미노>의 경우에는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앞의 감상 중 세 번째의 것이었다. 책을 읽는 중에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뒷부분을 다시 읽기도 해서 짧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읽는 시간이 꽤나 많이 들여야 했다. 아니 사실은 읽기가 싫었다. 분량이 짧았기에 다 읽을 수 있었을 뿐. 분량이 이것보다 많았다면, 읽는 것을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다.

 

책의 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연작 소설에 가깝다. 여섯 장으로 나눠진 소설은 각 장에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고, 소설의 시점 또한 그들의 시점으로 바뀐다. ‘연주라는 등장인물과 멀거나 혹은 가깝게 관련 되어 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각장의 스토리는 서로가 별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1장은 연주가 할머니의 애인을 데리러 갔다가 애인의 가족의 불행한 가정사를 목격하는 내용이고 2장에서는 뜬금없이 연주가 운영하는 카페의 알바생이 카페에서 밀회를 하다 카페를 탈출하는 내용이다. 3장에서는 불륜을 하는 요가 강사를 욕하러 고향의 친구 엄마가 찾아가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작위적인 내용이다. 4장은 연주의 할머니가 5장에서는 4장에 나온 연주의 남자친구의 아는 형이다. 6장에서는 1장에서 등장하는 부잣집 사모님이 다시 등장한다. 연주라는 인물의 가정사에 가깝거나 멀게나마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각각의 장이 미완된 단편 소설이라고 할 정도로 내용들이 상이하고, 소설로서의 유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또 각장이 시작될 때. 몇 문단 정도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 한 문단 안에 너무 많은 문장이 들어가 있어서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기 보다는 문장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특히 3장의 첫 번째 문단이 그렇다. 그중에서 가장 어색한 것은 소설의 관찰자적 시점이 보여주는 전능함이다. 단순히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넘어서 그들의 삶을 평가하고, ‘이들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것을 적시하는 몇몇 부분은 미숙하게 느껴졌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소설 안에 열 명이 넘는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독자가 그 인물이 누구라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작가는 문장을 통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모두 적시한다. 이런 부분이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것을 인지하고 작가가 취한 조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인지 나는 이 소설이 무슨 말을 하고 그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하거나 평가 할 수 없었다. 새로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행동을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 소설을 읽고 나서는 뒤에 실려 있고는 하는 비평가의 글을 읽지 않는 편이지만, 이 소설 같은 경우에는 소설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서 읽어보았다. 그제 서야 이 소설이 무엇을 썼는지 조금 감이 잡혔다. 하지만 비평가의 글을 읽고 서야 이해된다니. 어떤 소설의 비평을 하는 일을 필요는 하지만, 책을 읽는 데는 중요하지 않는 요소로 여기는 나로서는 이 책의 뒤편에 실린 비평이 이 소설의 설명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설명서를 읽는 것처럼. 비평이 하나의 의견이 아닌 소설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소설. 이런 소설을 나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

 

어떤 소설이든 그 소설 안에는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담겨있다. 그 말은 대놓고 보이기도 하고 배배꼬아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말은 무엇일까. 한 가족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간군상? 그러나 이 소설에서 연주의 비극은 그렇게 비극적이지도 않고. 주변의 인간들은 작위적인 설정과 상황들로 채워져 있어. 인간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히스테릭한 등장인물과 그에 휘둘리는 등장인물들이 보일 뿐이다. 차라리 이 소설이 미완의 작품이라면 나는 더 나은 평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완성되었고 책의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이 소설에서 하는 말을 듣기위해서 13000원이라는 돈과 책을 읽는 몇 시간의 시간을 들어야 하는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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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USALON 2017-11-15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보다 더 재밌는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