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권여선 작가의 인터뷰에서 사람에게 가장 힘든 일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은 적이 있다. 동의한다. 텅 빈 시간, 텅 빈 일정, 텅 빈 머리, 텅 빈 대화. 이런 것들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쳐야 하는데 그렇게 마주친 자신의 존재를 감당하는 일이란…… 정말이지 끔찍하다. 그것이 너무나 어려운 나머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만들고, 쓸데없는 말로 침묵을 채우고, 사람과 사건에 대한 이론을 계속해서 생성해 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충분히 버티는 사람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