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ㅣ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씨가 화창하면 좋으련만 흐렸다.
그래도 오늘은 청소랑 빨래를 꼭 해야지.

니노에게 넘어가는 레누를 이해할 수 없다. 니노는 여자의 독립성과 사랑을 먹는 프레데터에 불과하다. 그 피해자(피해당사자들은 자신이 독립적인 여성이라 믿기에 피해자라고 부르면 화를 내겠지만)를 둘이나 알고 있으면서, 니노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에게 휘말려 들어갈 수 있지? 그도 변했고 레누 자신만은 그에게 특별한 마지막 사랑으로 남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나? 결혼했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고 배우자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 때문에 결혼을 유지한다는 건 껍질만 붙들고 살겠다는 의미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니노 같은 인간 때문에 결혼을 깬다는 건 정말... 니노 때문에 열받아서 또 청소하기 싫네. 아니 레누 때문에 열받은 거지.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나왔기에 이브는 아담이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담이 연장된 ‘여자 아담’이다” 같은 생각이, 여성성을 남성성의 확장으로 본다는 것이 여성의 주체성과 자아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L’amica geniale
Elena Ferrante (2011) / 김지우 역 / 한길사 (2016)

한강의 소설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나폴리 4부작 중 마지막 권이었지만) 관심이 생겨 챙겨 놓았다가 얼마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서평을 보고 읽기 시작. 유년기에서 사춘기에 걸친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가 이렇게 흡인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중후반부까지는 릴라를 너무 숭배하는 레누 때문에 약간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범접할 수 없이 뛰어난 인물’ 묘사는 언제나 불편하다. 아직 작가가 보여주지 않은 그 인물의 반면을 더 추하게 만들려는 속임수인 것 같고).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완성’되었기에 변할 것이 없는 존재인 릴라를 벗어나는 레누의 모습이 힘을 얻으면서 2권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릴라는 레누에게 의지의 화신, 완전한 인간으로 비친다. 레누의 기준점은 릴라이다. 릴라에게 가까울수록 ‘옳은’ 것이다. 릴라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릴라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아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레누의 자아는 돋보이는 의지의 화신이 아니다. 그녀는 관찰자 또는 중재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전쟁과 평화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전쟁과 평화>. <부활>과 <안나 까레니나>에 이어.
이제는 고전을 읽을 때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대가라는 걸 마음이 깊이 인정하고 가르침을 구하는 자세로(?!) 읽어서 그런가?

“살아가면서 어디서 구원을 찾고, 삶이 끝나면 저기, 무덤 속에서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지금 기도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안심될까•••••• 그러나 누구한테 그것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호소할 수도 없고, 위대하다든가 무가치하다든가 하고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막연하고 알 수 없는 힘에게 말인가? (•••)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다 부질없다는 것과, 뜻을 알 수 없지만 대단하 중요한 무언가가 확실히 위대하다는 것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ㅣ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큐멘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웨렐-예이오웨이 행성계를 배경으로 한 네 편의 중단편 연작이다. <어스시 시리즈>와 <헤인 시리즈> 초중반기(?) 장편 이후 거의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여진 작품이었고 그만큼 내가 마음 속에 품어왔던 르 귄과 많이, 뭐랄까, 달랐다.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은 르 귄인데 그 단정하고 조용한 문장에 실린 이야기는 격렬하고 고통스럽다.

내가 아는 르 귄은 언제나 압박에 시달리는 약자들의 편이다. 물론 웨렐-예이오웨이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 세계의 이야기들이 20년 전(르 귄의 시간으로도, 나의 시간으로도)보다 더 격렬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약자들이 이중의 압제에 눌려서 눌린 상태를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중의 압제의 고발은 당연히 한 겹의 압제보다 더 고통스럽고 격렬할 수밖에 없다. 그것들을 부수고 일어서는 과정 역시 느리고 고통스럽다. 한 마디로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르 귄을 판타지 작가, SF 작가라고 하는 건 당연하고 페미니즘 작가라고 할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모든 진실은 지역적이고, 모든 진실은 부분적이다. (그러나) 어떤 진실도 다른 진실을 진실이 아니게 만들 수 없다. 모든 지식은 전체 지식의 일부이고, 진실한 선, 진실한 색, 더 큰 패턴을 한번 보고 나면, 절대로 다시는 옛날처럼 부분을 전체로 볼 수 없다 . (p252)”

진실을 진실이 아니게 만드는 어떤 것은 그러므로 진실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진실을 진실이 아니게 만드는, ‘여성은 여성의 일이 있고 남성은 남성의 일이 있다’라는 말은 그러므로 진실이 아니다. 더 큰 진실이 실재하는 걸 한번 보고 나면, 지역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진실을 앞에 내세울 수는 없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모든 패턴을 포함하고 있는 가장 큰 패턴이다.

패턴의 확실한 발견은 한 여자가 한 남자를,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는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 완성된다. 여자 노예였던 이와 남자 노예였던 이가 서로 용서하고, 자유로운 헤인의 여자와 소유주였던 웨렐의 남자가 서로 용서하고, 더 큰 패턴을 보는 헤인의 남자가 예이오웨이의 노예였던 여자에게 배우고, 오랜 압박에 짓눌린 노예였던 웨렐의 여자가 각성하고 변화하고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자유를 세운 뒤 자유롭게 헤인의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헤인 시리즈>에서 르 귄은 인류를 대상으로 사고실험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류가 그 실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교훈을 얻으면 좋을 텐데. 그러니까 지금처럼 아무렇게나 폭주하다가 그냥 망해버리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ㅣ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이랑은 큰 상관이 없고 과학 관련 지식을 매개로 풀어놓은 시류 에세이였다. 약간 떨어지는 글도 있고 어 이걸 이렇게 갖다 붙이네, 싶은 것도 없진 않지만 즐겁게 후딱 읽었다. 한번 잡으면 쭉 읽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강점이겠다. 첫 번째 에세이의 코알라 이야기와 ‘버리기 때문에 빛을 내는’ 별 이야기가 자연-과학적 사실로부터 삶을 통찰하는 날카롭고도 따뜻한 저자의 시선을 특히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