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ica genialeElena Ferrante (2011) / 김지우 역 / 한길사 (2016)한강의 소설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나폴리 4부작 중 마지막 권이었지만) 관심이 생겨 챙겨 놓았다가 얼마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서평을 보고 읽기 시작. 유년기에서 사춘기에 걸친 두 소녀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가 이렇게 흡인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중후반부까지는 릴라를 너무 숭배하는 레누 때문에 약간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범접할 수 없이 뛰어난 인물’ 묘사는 언제나 불편하다. 아직 작가가 보여주지 않은 그 인물의 반면을 더 추하게 만들려는 속임수인 것 같고).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완성’되었기에 변할 것이 없는 존재인 릴라를 벗어나는 레누의 모습이 힘을 얻으면서 2권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릴라는 레누에게 의지의 화신, 완전한 인간으로 비친다. 레누의 기준점은 릴라이다. 릴라에게 가까울수록 ‘옳은’ 것이다. 릴라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릴라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아를 만들어간다. 그러나 레누의 자아는 돋보이는 의지의 화신이 아니다. 그녀는 관찰자 또는 중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