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번역 출간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흥미가 동함. 여행지에서 하루에 반 읽고 다음 날은 쉬고 그 다음 날 마저 읽음. 여행 중 숙소에서 자기 전에 두어 시간 읽었는데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여행지에서 뭔가를 잘 읽게 되지 않는 걸 감안하면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뭐... 어른(?)이 읽기엔 인물과 사건이 지나치게 특이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이다.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너무 빤히 들여다보인다는 거다. 중학생 딸에게 한번 읽어 봐, 하고 내밀 만은 하다. 한승혜의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에서 이 책에 대한 꼭지만 건너뛰었는데 집에 돌아가면 그것부터 읽어봐야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기억으로 읽는 두 번째 데이비드 미첼. 소설을 읽는 이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만족시킨다. 촘촘한 플롯과 치밀하고 아름다운 문장(번역된 문장이 이런데 원문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 허투루 버려지는 인물들도 없고.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게 시작되어 그 눈이 움직이면서 모든 인물과 사건이 휩쓸려 가고. 모든 것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만 흘러갈 뿐이라는 덧없는 깨달음. 다만 초반부의 조용하고 느린 흐름의 분량에 비해 후반부를 너무 급박하게 흘려보낸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좀 있다. 야코프 더주트와 마리뉘스 선생님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데이비드 미첼의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 다 몰아서 읽어버릴까 보다.
베르호벤 시리즈 3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팜므파탈이 등장하고. 까칠하고 자기만의 기준 때문에 팀을 거부하는 걸 넘어서 애먹이고 결국 거의 혼자서 사건의 답을 내고 뒷맛은 씁쓸한. 애초에 탐정/형사가 사건에 얽혀들게 된 이유가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아무튼 까미유 베르호벤에게 호감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가 타고난 조건은 유감이지만 그 나머지는 다 그 자신이 지은 업이겠기에. 연민이나 슬픔보단 개운치 않음, 씁쓸함 뿐. 카미유 베르호벤이 은퇴한 후 루이가 강력반의 새 반장이 되면 좀 산뜻한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하드보일드는 안 되겠지. 루이의 결핍이란 상상하기 어렵고 결핍의 자의식이 없는 하드보일드 탐정/형사를 상상하기도 어렵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는 안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도 절대 스스로에게든 남에게는 ‘바른생활 사나이’적인 면은 전혀 없었으니까. 범죄소설을 6권 연이어 읽으니 머리도 마음도 좀 어떻게 (어떻게?) 되는 것 같다. 때맞춰 끔찍한 더위까지. 가볍고 신나는 이야기나 절절한 만큼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데. 아니 너무 더워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게 1번.
베르호벤 시리즈 1부인 <이렌>보다는 덜 잔인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사건이 조금이라도 덜 끔찍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신체에 폭력이나 도구로 직접적인 고문을 가하는 건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정말 고문이 소름끼치게 싫다. 그런 걸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부터 싫다. 여행가방에 아이를 가두는 여자같은.. 아 뭔소리야. 아무튼. 소설 속 소설로 시점을 완전히 뒤집는 <이렌>의 플롯도 독특했는데 이 소설의 플롯도 독특하다. 전체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 2부 3부가 시점과 분위기의 변화 때문에 마치 각각 독립된 소설인 것 같다. 물론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잘 쓰여진 소설이고 그런 면에서 읽는 맛(!)이 있었지만 한 권의 읽을거리를 넘어서는 무언가는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