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를 손에 쥔 가영을 보며 당차고 올곧은꽃말을 되새겼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물과 햇빛을 주면서 일로 만나는 사이를 가꿔 나가려 한다. 우리는 어떤 열매를 맺고 또 어떤 씨앗을 남기려나. - P58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문장은 오래전에 폐기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나는 엄마만큼도 살 수 없을게 분명했다. - P65
우선 조언대로 내비게이션을 켜는 상상부터 해야겠다. 잘 늙는 것만큼이나 계속 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 P74
성소수자의 존재는 찬성과 반대를 나누는 영역이 아니므로, 두 글은 애초 주장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논리도 빈약했다. - P81
무엇보다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며 다 된 영화에함께 글을 얹을 다음 사람이 기다려진다. - P85
보고조금 아까 불이야 하고 소란을 피운 건무지개였습니다벌써 한 시간도 넘게 늠름히 떠 있네요-미야자와 겐지, 봄과 아수라 - P89
왠지 허기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렀다. 푹신하고 싱거운 것으로골랐다. 이것이 여름의 일이다. - P97
나는 잘못 자고 잘 못 잔다. 회복과 재생, 밝은 미래와 간절한 사랑을 후순위로 미루고 배수구나 지켜본다. 나무젓가락으로 구멍을 후벼 작은 돌과 꽁초를 건져 올리면서 안도하고, 무알콜 맥주에 취한 채 허리를 두드린다. - P103
맥락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면 "결국 나 때문에다 망쳐버릴 거야"라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어 "처럼 자의식 과잉의 대사를 중얼거리게 되는데, 그냥 그쯤에서 ‘방금좀 과했지?‘라며 시동을 끄는 것이다. 스스로 죄를 사할 수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자고 다짐한다. - P105
곧 새해다. 모든 소란을 무지개라고 바꿔 적는다. 보고 끝. - P110
하지만 감탄과 실망 사이를 왕복하며 많고 많은 영화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순간을 맞이한다. - P115
학교를 졸업하고 영화 일에 뛰어들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내게 독립영화란 나와 내 친구의 얼굴을 보여주는, 신기하고 드문 공간이었다. - P117
그러니까 누군가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동시에 만들고, 장편을 내놓은 후에도 단편을 제작한다. 중요한 것은 그 영화에 맞는 가장 적절한 형식을 찾아내는 일이다. 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제약을 허들로 여기는 대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길어 올리는 우물처럼 활용하는창작자도 있다. - P121
. ‘갓생‘을 꿈꾸지는 않았다. 그저 청소하는 대여섯 시간이 하루 전체를 쥐고 흔들지는않기를 바랐다. - P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