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동거하는 시인 - P138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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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언니의 소식을 들은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 P9

"공짜는 무슨 공짜야. 얘는 죽어라 일해야 하는데." - P11

언니가 안내한 식당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아니, 우리나라에 이렇게 제대로 된 이슬람 식당이 있었어요?"
"아, 여기 제대로죠. 그런데 아가씬 아직 안 먹어봤잖아요.
너무 현지 음식이라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는데." - P15

그날 우리가 마주앉았던 식당의 주인도 언니와 마찬가지로결혼 이주 여성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언니가 가르쳤던 엄마들이 특기를 살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게 되었다는것도.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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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에는 날이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고, 만약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는 문장을 읽으며 그 친구를 생각합니다. - P40

우리는 서로의 구름이자 추위, 밤과 그늘이었을까요.
노란색을 건네면 보라색으로 받으면서서로의 열병을 덜어주던 사이. - P41

졸업을 앞둔 12월. 제비꽃이 말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운동장에서 불꽃놀이를 하자. - P46

나는 미움을 미뤘습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요. - P56

당신에게도 나무가 있습니까?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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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정말 똑똑해
‘너도 똑똑해‘ - P347

"너 겁나?"
"누나 겁나?" - P349

"얼마나 있어, 여기는 과자 파는 점방이 아니야."
"약살 만큼 있어요. 열 내리는 약 필요합니다." - P355

마리코는 충격으로 얼이 나간 상황에서도 대온실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온실 앞에 도착해서야 방금 목격한 장면이 떠오르며 눈물이 나왔다. 최대한 숨죽여 우는 마리코의 울음은 울음이라기보다는 자기 신체 가장 안쪽으로슬픔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어떻게든 눌러넣으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런 압력에 자리를 내준 감정들이 눈물방울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밀려나왔다. - P358

"아버지는 오지 않았지?" - P365

. 평생 내 죄는 그것뿐이라고 여겼습니다. 마리코는 엄마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닙니다. - P366

돌아오는 KTX 안에서 나는 할머니 유품 중 하나인 스케이트를 안고 있었다. 사양했지만 할머니가 간직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일 거라는 원장의 설득에 받아들었다. - P373

서울에서 내린 나는 주차해둔 차를 찾아 원서동으로갔다. 낙원하숙도 대온실도 들어갈 수 없는 시각이지만오늘은 그 공간 곁에 있고 싶었다. 창경궁으로 걷는 내 옆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고 발을 내밀면 잠시 아무것도 없는 공중인 것도 같았지만 허방을 짚는 듯한 실패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치 팔짱을 끼듯 할머니의 스케이트를 옆구리에 끼고 고궁의 담장을 따라 걸었다. - P375

"어르신 오늘 컨디션은 좋으시죠? 어제 병원 갔을 때도약만 잘 먹으면 문제없다고 했잖아요." - P379

노인들은 동시에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 얘기에는 그다지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누가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에는 눈치가 빤해서마른기침이 그치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탕을 권하고 무른잇몸으로 느슨한 틀니를 한 노인에게는 모찌를 가위로 잘라 먹으라고 참견했다. - P381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하려다 지우고 마마무흰죽지수리의 사진을 첨부했다. 어쩌면 나를 대온실로 이끌어 인생을 수리할 기회를 준 것도 마마무였으니까. 다음 날 소목은 답신을 보내 그 둘 모두가 아니라는 것이 영두씨에게는 다행한 일인가요? 하고 물은 뒤 국군 전사자유해를 담당하는 부서에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 P383

"할머니가 너를 아주 예뻐하셨지, 그치? 나랑 자매처럼대하셨고.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 영두야." - P387

"여기서 그런 거 해도 돼요?" 벌새가 처음으로 나를 향해윙윙댔다.
"아니 안 돼. 하지만 안 되는 일도 가끔 해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 - P397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 P403

"아니란다, 영두야. 그건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지." - P403

"이모, 나무 좀 봐!"
한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지던 곳이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의 각자 다른 시간을 거느리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별처럼 느껴지는 집. 나는 잎을 다떨구고 가지를 층층이 올려 나무로서 강건함을 띠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기쁘게 뒤돌아 다시 섬으로 향했다. - P404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첫 장면을 기억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섬광처럼 떠오른 장면을 붙드느라 주위 풍경들은 지워지도록 놔두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하나가 남는다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망각하게된다. 무심히 살아가면서도 무언가, 어쩌면 내게 더 중요했을지 모를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당혹감에 휩싸이는건 그래서일 것이다. - P407

한때는 근대의 가장 화려한 건축물로,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대중적 야앵의 배경지로, 역사 청산의 대상으로 여러번 의의를 달리한 끝에 잔존한 창경궁 대온실은 어쩌면
‘생존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건축물과 함께 그 시절 존재들이 모두 정당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신에게도 이해되기를.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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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은 여기와는 완전히 매질이 다른, 이를테면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고 비현실적이며 듣기를 기대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 P334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 P335

"아니 근데 걔는 네가 그럴 거라고 예상하더라고. 멈추않을 거라고, 영두 너는 할머니를 좋아했으니까 뭐든하고 싶어할 거고 최선을 다할 거라고." - P337

"누나 배고프지?"
"너 배고프지?"
"누나 무섭지?"
"너 무섭지?"
"누나 눈물 나지?"
"너 눈물 나지?"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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