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현지의 소리를 녹음해 오곤한다. 사진이나 동영상과 달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내가 간직한 주관적 기억이 더욱 생생하게, 대체로 미화된 방향으로 재생된다는 효과가 있다. - P149

팟캐스트에 음성을 담으면서 가끔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이런 용도로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미국에 계신 고모가 자주 못 만나는 친구가 내가 모르는 사이 휴대폰을 열어 내 목소리를 듣는다고 상상하면 마이크 앞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의지가 생긴다. - P153

영화음악이란 기능적인 음악이다. 작곡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한 음악이 아니라 분위기를 형성하고 감정을 견인하라는 특정 임무를 부여 받아 탄생한 음악이기 때문에 여타의 작가주의적 음악과는 달리 듣고 읽어 내기에 어렵지 않다. 하려는 말을 쉽고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뜻이다. 귀에 거슬릴 만한 부분도 적고 길이도 짧다. 음악이 말하는 바를 주변 정보가 아닌 내부의 언어 그 자체로 알아듣는 연습을하기에 이보다 좋은 재료는 없다. - P159

그건 악보에 표시되지 않은 부분에도 드넓은 세계가 있기때문이다. 그 세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를 아티큘레이션 Articulation이라고 한다. - P177

말없이 전해져도 그저 그때의 내 감정을 살피면 된다. 내슬픔을 더 짙게 만들었는지, 슬픔도 기쁨으로 바꾸었는지, 참을 수 없이 바깥으로 나가고 싶게 했는지, 아니면 한없이 가만히 주저 앉게 만들었는지. -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잖아. 그때 왜 죽지 않았어?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놓고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였다.
시선을 끄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 - P21

있었다. 왜 없었겠는가.
그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 P28

내게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내가 절대 통제하지 못하는 것. - P44

걔랑 친했냐고? 세상에 엄마, 나는 해리아를 사랑했어. - P60

그러나 해리아를 원했던 사람은, 꼭 아이들뿐만은 아니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랬다. - P63

그날 김이영 선생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나는기억한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 차고, 곧 이어공포와 절망이 깃들던 그 순간을 - P73

성적은 오르지 않았지만 살이 빠졌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성적을 올리는 건 어렵지만, 몸을 다루는 건 쉽구나.
한번 굶고 두 번 굶으면, 원하는 숫자가, 금방 나타나는구나.
적어도 내 몸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구나. - P77

5년동안
무려 5년 동안이나계속끝없이 - P112

여기가 정말로 한때 마을의 온갖 괴기한 소문이란 소문을 다끌어안고 있던 곳이 맞나. 내가 그토록 원망했던 무능하고 무책임한 병원이 맞나. 이제는 그 모든 이야기가 거짓말 같다. - P147

"원인 불명의 신경통이요." - P165

폭식.
통증이 올 때마다 함께 밀려오는 역겨운 충동. 식욕. - P1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지만 사운드 자체로 호감이었던 그 언어를,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는 기분으로 15초가량 녹음했다. - P143

놀랄 일은 또 있었다. 객석 한가운데에서 비명과 울음 사이의 어떤 소리가 짧게 들린 것이다. 공연이 다 끝난 뒤에 알아보니 그건 지체 장애인 관객이 낸 소리였다. 내가 음악회에서장애인을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돌발적인 소리를 낼수 있는 장애인의 음악회 관람에 대해 우리는 얼마큼 수용할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적어도 퀸즈홀에서는 소리가 난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 P1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미 소리가 확실히 더 커졌다. 창문을 더 많이 열고 잔다.
이제 휴대폰은 없어도 된다. - P133

그리고 그게 아름답다고 느낀 뒤로는삶의 불확실성 앞에도 좀 더 바로 서게 됐다. 여름의 소요를떠올리며 이게 다 내가 살아있어서라고, 가짜가 아닌 진짜라서라고 되뇌인다. - P1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어떻게 알지요?"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