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달이 끝날 무렵 긴급히 조사할 일이 생겨서 내 퇴근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대개 7시까지는 돌아와서 나오미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었지만, 9시까지회사에 남아 있다가 돌아오면 그럭저럭 11시가 넘게 됩니다.
그런 밤이 대엿새나 계속될 예정이었는데, 정확히 나흘째 되던날이었습니다. - P192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쫓아낼 수는 없잖아."
"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 방해가 되니까 돌아가 달라고 냉큼 쫓아내주겠어요.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나요?"
"그랬다가는 또 구마가이한테 놀림을 받을걸."
"놀림을 받아도 좋잖아요. 남들이 모처럼 가마쿠라까지 왔는데 방해하러 오는 사람이 나쁘죠." - P191

기라코는 반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리고 반쯤은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나오미의 얼굴을 훔쳐보면서 어디까지나 "어머나!"라는 한 마디로만 대꾸했습니다. - P139

"어머나, 뭔데요?"
"아니, 저분이 원숭이 같은 느낌을 주잖아요. 그래서 내가일부러 원숭이, 원숭이 하고 말해준 거예요." - P139

그러자 나오미는 허리춤에서 부채를 꺼내 건네주고는,
"그래도 하마상은 아주 잘하던데요. 어시스턴트 자격이 충분해요. 언제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 P93

"왜?"
"나도 댄스를 할 수 있을까‘ 하고 말했잖아요?"
그래서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왠지 나오미에게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P103

‘카페 엘도라도‘로 댄스를 하러 간 것은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오후 7시 반부터라고 해서 5시쯤 회사에서 돌아와 보니, 나오미는 벌써 목욕을 끝내고 웃통을 벗은 채 부지런히 화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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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고 먼 곳에서 바라보면 - P103

스크린과 관객은 계약 관계다. - P105

마음을 다지고 최전선에 섰더니, 영화가 사라졌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 P111

대개 재난 영화에서 재난은 극복해야 할 상황으로 제시될 따름이다. 정작 영화가 뼈대로 삼는 건 재난이 아니라 이를 돌파하는 인물들의 관계다. 어떤 경우 이는 주인공의 영웅담으로 포장되기도 하고, 인물의 성장을 따라가기도 하며간간이 로맨스가 양념처럼 버무려지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위기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연대에 초점이 맞춰지며 재난이라는 압력이 더해질수록 관계는 단단해진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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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기지가 않네, 아무것도 - P94

멀리서 바라본 안쪽은 거대한 유리산을 이루고 있었다반사된 빛 때문에 좀처럼 눈을 뜰 수 없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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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여덟시. 한주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있다.
거실장 안에서 꺼낸 플라스틱 상자 하나. 나는 상자에 들어있는 손톱깎이로 손발톱을 자르고 족집게로 눈썹을 다듬는다. 거실장에는 자주 들여다보는 거울도 있다. 돌아가신아버지의 거울. 내 얼굴을 비추지만 아버지가 보이기도 하는 거울. - P77

‘내 발톱을 자르듯이 해보면 되지 않을까?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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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캐스팅하면 어때? 한 역할을 세 사람이 맡는 거야. 실험적으로 가보자. 나쁘지 않을 거야. - P132

괜찮냐니까. 말을 좀 해봐. - P133

"언제 왔어요?"
"세 시간 전에 공항 떨어졌어. 너는?"
"방금 왔어요. 무궁화호 탔거든요." - P136

천장과 바닥이 맞붙기 시작한다. 녹아내리는 유리지붕 뒤편에서 검표원이 걸어온다. 항아가 나와 눈을마주친다. 그렇지만, 하고 말한다. 꿈속에서조차 쇠고집이다. - P134

부산역에 내린다. 플랫폼을 통과해 계단을 오른다.
정문으로 나가 택시를 탄다. 새벽 부산의 추위는 엷거나 부드럽다는 말이 어울리는 정도다. 하늘 가장자리가 부옇게 밝아오고 있다. 택시에서 내리자 병원 뒤편으로 번지는 붉은 기운이 보인다. 일출이다. - P135

과연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디션장이 내 앞에 나타난다. 항아가 종을 흔든다. 링포 오디션, 링포오디션. 두번째 조가 무대에 오른다. 황 쌤과 선배, 선이 있는 조다. 황 쌤이 남자, 선이 여자, 선배가 천사 역을 맡겠노라고 한다. 항아의 눈길이 느껴진다. 항아가웅을 볼 때처럼 나도 선을 보고 있을까? 아니길 바라며 배를 누른다. 꿈속인데도 속이 울렁인다. - P118

"다들 예쁜 걸 좋아하니까요."
"맞아요. 옷도 사람도 그렇죠." - P19

"그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배를 한 대 태우겠다는오스틴을 두고 전철역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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