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태수 씨 장례식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은 동생수진이었다. 나와 수진은 일주일을 절반씩 갈라 태수씨의 간병을 도맡았다. - P78

"모든 일에 훼방을 놓고야 마는 사람." - P71

그래서 우리 가족은 태수 씨가 아픈 뒤로도 조금씩기뻐했다. 물론 많이 슬펐지만, 슬픈 와중에도 틈틈이기뻐했다. 우리는 태수 씨가 아프고 나서 태수 씨의 먹는 것과 싸는 것에 모두 집중하고 좋아했다.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습게도 그 순간 미루는 자신이 준회와의 관계를 더 이어갈 수없었던 이유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때, 평범하고 행복했던 어느 날들에 작은 다툼을 끝낼 때마다 그가 미루에게 장난삼아, 작은 동물을 대하듯 그녀를 귀여워하며 "정신 나간 여자 같으니"라고 말했던 것. 아무런 악의 없이 반복되었던 그 말. 그녀의 가장큰 두려움이었던 그것. 바로 어머니의 세계에 속해버리는 것. - P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습게도 그 순간 미루는 자신이 준회와의 관계를 더 이어갈 수없었던 이유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때, 평범하고 행복했던 어느 날들에 작은 다툼을 끝낼 때마다 그가 미루에게 장난삼아, 작은 동물을 대하듯 그녀를 귀여워하며 "정신 나간 여자 같으니"라고 말했던 것. 아무런 악의 없이 반복되었던 그 말. 그녀의 가장큰 두려움이었던 그것. 바로 어머니의 세계에 속해버리는 것. - P205

이야기 속에서 집이라는 중심이 비어 있는 그 거대한 공간은 인간의 영혼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자신들이을 소유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집이 사람을 갖는다. 집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집어삼킨다. 집은 대가를 원한다. 점유자는 그 - P204

어느 집이나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지 - P209

염사장은 무뚝뚝한 얼굴로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명식은 기분이 좋은 나머지 되도록 말을 적게 하라는 미루의 조언을잊어버리고 혼자 쓸데없는 말들을 계속 이어나갔다.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되면서 명식은 말이 많아졌다.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은채 떠드는 거라 대화라기보다는 본인의 뜻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말하기였다. 염사장은 이미 그걸 깨달았는지 그냥 묵묵히 들으면서 몇 번인가 고개를 움직거릴 뿐이었다. - P211

*수전 손택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아는 한 지적이거나 독립적이거나 활동적이거나 열정적인 여자 중에 어린 시절 소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 어린 소녀들은 항상 이건 못 한다 저건 못 한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되어요. 그래서 더 큰 자유를 누리는 성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겁니다. 대다수 소년들은 여자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대략 십육 개월 무렵부터 남자아이인 게 ‘낫다‘는 걸알게 되죠." (수전 손택의 말』, 김선형 옮김, 마음산책, 2015, 118쪽) - P213

괴담의 종류는 여러 가지로 제시될 수 있다. 그중 이 업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것으로는 실현되지 못한 천재 건축가의 독창적인 설계 같은, 약간의 비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비화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어쩌면 학교나 병원, 도서관, 박물관처럼여백이 발생하는 공공시설에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어떤 공통적인 결핍 같은 게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 P221

그러나 가끔씩 유명한 감독의 영화가 상영되면 백 명의 관객이 몰려왔다. 미술관 극장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인원이었다. 사람들은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유명한 감독의 유명한 영화를 좋아한다. 영사기사는 그런 경향에 대해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문제는 어찌됐든 매일 오후 네시에 영화를 시작시킨다는 루틴뿐이다. -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의기소침해졌다가도 들뜬 기분을 자제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했고, 조그만 의견 차이도 견딜 수 없어하며 명식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내는 옆집 사람들이 벽에다 대고 계속자기 험담을 한다며 불안해했다. - P165

두 사람은 1979년 9월에 그해 문을 연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고, 석 달 후 결혼식을 올렸다. 상견례 다음날박정희가 죽었고, 결혼식 며칠 전에는 쿠데타가 터졌다. 탱크가한강 다리를 막고 있어서 하객들이 결혼식장까지 제대로 올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1980년 봄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 - P171

돈을 쏟아부어 고도로 전문화된 백수를 양산하겠다는 속셈 아닌가. 명식은 눈앞이 깜깜했지만 미루가 원한다면 그것조차 도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차 속을 다잡았다. 그동안 악착같이 돈을벌었던 이유도 다 그러려고 한 것이었다. - P173

나는 왜 내게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178

그러는 사이 그녀는 아무도 집에 초대하지 않았다. 초대할 수 없었다. 노원은 멀어도 너무 멀었다. - P182

"미루씨는 박사 안 해?"
어느 날 관장이 물었다.
"요새는 작가들도 다 박사더라. 심사 가면 다 박사야."
관장은 힘 빠지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 P185

그토록 사랑하던 세계를 어째서 이렇게나 쉽게 내쳐버리게 되었는가. 그녀는 스스로가 만든 정교한 함정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도 깊숙이 들어와버렸다. 자신이 인생에 무슨 일을저지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그녀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았다. - P190

준회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타고난 걸까, 아니면 어릴 때 엄마가 교정을 시켜준 걸까. 준회의 티 없이 완벽한치열을 볼 때마다 주눅이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 P194

"너 그렇게 치명적이진 않거든." - P2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해경의 시에선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고김혜순의 시에선 아해들 머리 위로 13마리의 새가 하늘을 질주한다 - P52

간척지의 신기루가 붉게 물든 손뼉처럼 새들을 잡아챈다 - P54

나는 이제야 느낀다새가 날지 않으면 세상이 거울처럼 납작해진다는 것그리하여 나의 새는 잠들어서도 날아간다는 것 - P56

나는 경청하려고 애쓴다그녀는 말한다은 워크中小吃가슴에 와닿아 가슴에나는 생각한다 가슴 어디에? 심장에? 아니면 폐에?
아니면 갈비뼈에?
나는 가슴에 와닿는다는 말을 싫어한다 - P59

새들의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새들이 맞댄 머리 위에 죽은 새를 올려 운구하고 있다더 높아서 오히려 검은 하늘로미리 준비되어 있는 새들의 묘혈로 - P63

자아自我라는 이름의 뚱뚱한 소녀를 생각한다그녀를 오늘 밤 굶겨 죽여야 한다그 소녀를 죽이고 내가 해탈에 이르는 것은과거보다 미래를 먼저 죽이는 짓인가 아닌가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