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생활뿐 아니라, 70대 중반의 인생에도 혼자 극장가기 도전처럼 여전히 새롭고 설레는 일이 끝없이 생긴다는 걸엄마를 보며 무시로 실감한다. - P43

•책을 많이 읽는 나의 광고회사 시절 선배는 "아무리 봐도, 책이 가장 빠르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 P46

물론 바깥세상에 들이는 에너지를 자신의 내면세계로돌려 풍요롭게 깊어지는 삶을 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P47

나는 이것이야말로 엄마가 ‘즐거운 어른‘으로 사는 비법이자 핵심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많은 성향은 어느정도 타고나는 법이지만, 이것을 ‘성향‘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기술‘이라고 부름으로써 나 또한 의식하고 연마하면 계발할수 있는 것으로 여기려 한다. - P48

글의 도입부에는 헬렌 켈러와 친구가 나눈 대화가 나온다. 헬렌 켈러는 숲속으로 긴 산책을 하고 돌아온 친구에게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답했다. - P51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필요하지만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일도 필요하다. 나를계속 열어 두는 연습을 한다. 내가 세상을 궁금해하는 만큼세상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칭이다. 새로운 경험만큼 나는 더 유연해질 것이다. - P53

죽음의 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면누구를 더 사랑하고 돌볼지,
어떤 일에 집중할지 정리할 수 있다.
그렇게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된다. - P57

나는 새해마다 새롭게 죽을 결심을 한다. 남들이 미라클모닝이니, 책 20권 읽기니 하며 모처럼 건실하게 살 결심을할 때 (그리고 이미 사흘 만에 말아먹을 때) 나는 죽을 결심을 한다. 그 결심을 종이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다. - P57

죽음을 떠올리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며 책 읽기를 즐길 수 있다면 120세까지 너끈히 살고 싶다! 좀 살아 보니 나이 들어도 세상은 여전히 신기하다! - P58

다음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비명횡사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구상한 나의 사전 장례식 모습이다. - P62

작은 결혼식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부를 거다. 곧죽게 생겼는데 예의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나‘님 보시기에 좋으면 된다. 그런데 초청 명단을 작성하고 보니 나란 인간은 죽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이 한 줌밖에 안 되는, 내 기대보다 훨씬 내향형이었다. 목소리가 커서 ‘말술깨나 마시겠군‘
이라는 오해를 사곤 하지만 술을 전혀 못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오래도록 상처받는 경우는 장례식 명단에 한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걸렸을 때다. 한 줌도 안 되는 명단을 노려보면서 이 관계를 끝내도 후회하지 않을지 곱씹는다. 자존심이고시시비비고 그건 나중에 마음이 풀리면 이야기하고, 지금은(다소 억울해도) 싹싹 빌어서라도 이 관계를 유지할까 말까.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사전 장례식 명단을 꺼내보고 어떻게 할지를 정한다. 죽을 때 보고 싶은 사람이 내 관계의 기준인 셈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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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그런 거 아니면 뭔데요?
그게, 그때 왔던 친구랑 상의를 - P67

그럴 거면 나 안 할래요. 멀쩡한 집을 왜철거해? - P67

아마 배울 게 많을 거야. - P83

할아버지의 유창한 영어 발음에 이본이오, 하고 작게 감탄했다. - P85

안압지를 한 바퀴 돈 다음, 큰길을 따라황룡사를 천천히 거닐었다. 한때는 9층의웅장한 목탑까지 두었던 사찰은 풍파를거치며 이제 빈터로 남아 있었다. 중문과회랑의 흔적들을 쓸쓸히 바라보며 황룡사를빠져나왔다. - P89

난 너 서울 사람인 줄 알았어. 사투리를 안 써서 - P91

어때? 경주에서 배운 게 좀 있는 거 같아?
이본이 홍사애 씨에게 차례를 넘기며말했다. - P101

툇마루 밑에서 경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곧이어 집채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쿵, 하는소리와 함께 턴테이블에서 날카로운 마찰음이들려왔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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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네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네, 덕분에요. - P154

이마치는 의사와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를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 P163

"좀 드실래요?"
"아니, 난 이제 이게 가짜란 걸 알아." - P166

"알고 있어요."
노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 P142

"무슨 일이시죠?"
"물어볼 게 있어서요."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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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그렇게 책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던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 아주 오랫동안 단 한권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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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그렇게 책을 많이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던 아빠는 돌아가시기 전 아주 오랫동안 단 한권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 P39

심지어 지뢰찾기>라는 제목의 시도 썼다. 작은 사각형 틀안의 더 작은 사각형 칸들 속을 숫자로 채우며 아빠는 꼭 그정도만큼의 예측 가능성과 의외성만을 원했다. 아빠의 세계는 매일 조금씩 더 칸 쳐지면서 줄어들고 굳어 갔다. - P39

아빠가 세상에 대해 키우던 적개심을 캐비는 누그러뜨려 주었다. 아빠의 세상에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 한 마리의 행동반경만큼 사랑의 영역이 생겼을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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