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걸으며 생각하거나손으로 메모하면서 생각함으로써사고를 확장하라. 뇌로만 생각하지 마라. - P42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상황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하여할 일을 줄여나가라.
대참사가 되지 않을 일들은 전부 없애라. - P43

정직한 사람을 속이기는 어렵다.
이는 진실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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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을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

콩 봐라.
어느 틈에 깼는지 오제의 어머니가 뒷좌석에서 말했다.
저 아까운 콩 봐라. - P13

오는길에 보니 배추 썩히는 밭이 많더라고 오제의 어머니가 말했다.
배춧값이 너무 싸다고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우리도 우리 먹을 것만 뽑고 다 내버려뒀어.
아까워라.
배추랑콩이랑 사람 사서 수확하는데 값이 그래서 올해는 어려워. - P17

계단 아래쪽에서 멍멍이가 소리를 냈다. 짖는 것은 아니었고 툴툴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는데 옥상에 오른 낯선 사람들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해 애가 타는 모양이었다. 오제는 더는 말이 없었다. 오제의 어머니도 말없이 천평 밭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외투 주머니에 손을은 채로 계단을 내려간 뒤 나는 오제를 향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오제는 가타부타 말은 않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 P19

콩밭과 배추밭을 향한 창엔 불빛 한 점 떠 있지 않았다. 그저 막막하게 닫혀 있을 뿐이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말할 수 없도록 검은 눈을유리창에 찰싹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무게로도 밀도로도 도시의 밤과는 다르게 닥쳐온 밤 속에서 개들이 짖었다. 신통한개들이라고 고추밭 주인이 말했다. 불행한 소식이 들려오기 전에 반드시 운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죽을 때도 개들이 울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수줍은 동생은 한겨울에 갑자기 쓰러져서 일주일을 의식이 불명한 상태로 입원해 있었는데 그가 죽은 날, 새벽부터 두 마리가 허공을 향해 길게 울었다는 것이었다. 추운 게 싫었나보죠, 오제가퉁명스럽게 말했고 오제의 어머니와 고추밭 주인은 그 말을 못 들은척했다. 노부인이 김을 사각사각 잘라서 접시에 올렸다. - P31

그 서점은 낡은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 P39

맑은 날도 우중충한 날도 여섯 폭짜리 유리 너머에 있었다. 나쁘지 않은 환경이었다. 나는 서점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당시엔 그걸 깨닫지 못했지만 그랬다. 지상을 향해 부채꼴로 퍼진 계단을 올라가면 벚나무가 있었고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고 그것에 조명을 비추듯가로등이 서 있었다. 봄이 되면 가로등 곁의 벚나무가 가장 먼저 개화했다. 꽃이 질 무렵의 밤엔 떨어지는 꽃잎들이 은백색으로 빛났다. 계산대에서 그 광경이 다 보였다. 한 장 한 장이 공중에서 수십 번 뒤집어지며 떨어져내렸다. 그 시기엔 서점으로 내려오는 계단 곳곳에 점을 찍은 것처럼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꽃잎은 돌풍이 불면 구석진 곳에서 소용돌이치며 날아올랐다. 진주라는 여자아이가 서점 부근에서실종되었던 것도 그럴 무렵이었다. - P40

그런 부끄러움은 겪고 나면 잊었다. 잊을 수 있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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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그저 글쓰기 기와 다향은 글로평가될 수 없다. - P130

이건 사소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 : 달팽이 한 마리가격자 모양 잎들을푸른 나팔 모양 꽃들을 기어오른다. - P119

다만 감히 내 의견을 말하자면, 그런 교감은 푸른 하늘의 축복 아래 햇살 가득한 세상이 평온을 구가하고 바람의 신이 잠들었을 때, 그 조용한 순간에 몰입하는 사람에게 일어나기 쉽지 않을까 한다. 그런 때 우리는 모든 겉모습과 부분성의 베일을 들추고 그 속에 숨겨진 걸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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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달리 말수도 웃음도 없는 모습에 반했지만,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앵무새처럼 안 돼,만 반복해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점점 인내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 눈을보라고, 고개를 돌리지 말라고, 고개를 들라고 말할 때마다 일초가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처박는 모습에 답답해 미칠 지경이 되어갔다. - P287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앙토냉 아르토다 이 말을 즉각 할 수 있기에 나는 그리 말하나니당신들은 현재의 내 몸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져만개의 분명한 양상들로 모이는 것을 보게 되리라당신들이 결코 나를 잊을 수 없게 할하나의 새로운 몸으로 - P326

나는 감상에 빠지는 대신 눈앞의 그를 바라보며, 엄마도, 나도, 서로에 대해 정말로 모르는 채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도 엄마도 때로는 상처가 될만큼 진부한 말을 내뱉고 때로는 미칠 듯이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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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는 묘지의 서쪽 끝에 은거라도 하듯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열일곱 살 무렵 로트레아몽과 함께 열렬히 사랑했던 보들레르. 작은 섬마을의 하나밖에 없는서점에서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사 들고 집으로돌아오던 저녁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 P212

『외로운 남자』는 이오네스코가 쓴 단 하나의 장편소설이다. 예기치 못한 유산을 물려받고 인생 경주에서완전히 물러나기로 작정한 남자. 그가 속한 모든 사회와의 관계를 끊은 뒤 자발적인 유폐 상태에 자신을 가둔 남자. 존재의 인식과 불안을 낱낱이 따져보는 남자. - P215

한쪽 어깨 위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새 한 마리를 올려놓고서 ‘오늘이 그날인가‘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 순간인가‘라고 물으며 순간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깨어있는 연습을 했던 수행자처럼 묘지라는 장소는 생에 대한 깊은 명상 속에 들게 했다. - P217

순간 속에서 순간을 향해 - P220

중요한 것은 이 세계가 아니다. 이 세계의 조건이아니다. 나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다. 구름은 어제보다 조금 더 죽는다. 바람은 어제보다 조금 더 짙어진다.
하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멀어진다. - P222

도착하는 순간에야 알 수 있는 것을, 그 무엇을 기다리면서. 매일의 책상 위에서. 삶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흐릿한 믿음에 의지한 채로, 모든 순간을 다시 의심하고 부정하면서. 알고 있던 이름을, 얼굴을, 표정을,
색깔을, 소리를, 거리를, 공간을 잊고. 마치 처음 본다는 듯이 세계를 바라보면서. 손가락과 심장으로. 순간속에서 순간을 향해.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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