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는 묘지의 서쪽 끝에 은거라도 하듯 조용히 누워 있었다. 열일곱 살 무렵 로트레아몽과 함께 열렬히 사랑했던 보들레르. 작은 섬마을의 하나밖에 없는서점에서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사 들고 집으로돌아오던 저녁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 P212

『외로운 남자』는 이오네스코가 쓴 단 하나의 장편소설이다. 예기치 못한 유산을 물려받고 인생 경주에서완전히 물러나기로 작정한 남자. 그가 속한 모든 사회와의 관계를 끊은 뒤 자발적인 유폐 상태에 자신을 가둔 남자. 존재의 인식과 불안을 낱낱이 따져보는 남자. - P215

한쪽 어깨 위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새 한 마리를 올려놓고서 ‘오늘이 그날인가‘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 순간인가‘라고 물으며 순간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깨어있는 연습을 했던 수행자처럼 묘지라는 장소는 생에 대한 깊은 명상 속에 들게 했다. - P217

순간 속에서 순간을 향해 - P220

중요한 것은 이 세계가 아니다. 이 세계의 조건이아니다. 나무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다. 구름은 어제보다 조금 더 죽는다. 바람은 어제보다 조금 더 짙어진다.
하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멀어진다. - P222

도착하는 순간에야 알 수 있는 것을, 그 무엇을 기다리면서. 매일의 책상 위에서. 삶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흐릿한 믿음에 의지한 채로, 모든 순간을 다시 의심하고 부정하면서. 알고 있던 이름을, 얼굴을, 표정을,
색깔을, 소리를, 거리를, 공간을 잊고. 마치 처음 본다는 듯이 세계를 바라보면서. 손가락과 심장으로. 순간속에서 순간을 향해.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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