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를 읊조리기에 딱 맞춤인 4월은 '배반의 계절'이었다.
작은도서관 등록을 취소하고 싶을 만큼의 충격과 비애를 경험했고, 협동조합 일에도 서운함을 맛본 4월이었다.
구구절절 말을 옮기거나 글로 적는 것도 부질없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었다는 싯귀로 대신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5월은 가신 님들이 그리워지는 달이다.
5월 2일 박경리 선생님
5월 17일 권정생 선생님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님...
이분들을 기억하며 다시 책을 더듬어 보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대신하지만.
천성 -박경리-
남이 싫어하는 짓을 나는 안했다
결벽증,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내가 싫은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
못된 오만과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반기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는
발걸음을 끊었다
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싫은 일에 대한 병적인 거부는
의지보다 감정이 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이 경우 자식들은 예외였다
그와 같은 연고로
사람 관계가 어려웠고 살기가 힘들었다
만약에 내가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짓도 하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


노무현 대통령 추모 4주기 기념 티셔츠가 나왔다.
어른용과 어린이용으로~
작년에도 구입해 23일에 입었는데... 
그는 죽었는가?
죽지 않았다.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영원히 사는 길을 갔으니
죽지 않았다.
짧게 지고 길게 이길 것인가.
짧게 이기고 길게 질 것인가.
몸을 던져
그 대답을 들려줬기에
죽지 않았다.
죽지 않았으니 과거형을
쓰지 말자.
나는 노무현을 사랑했다,
라고 하지 말자.
나는 노무현을 사랑한다,
라고 하자.
어떤 이들은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17일 석가탄신일.... 을 떠올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