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판사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바쁘신가 안부를 여쭈었더니, 요즘은 출판계 '비수기'라고 했다.
아하~ 그래서 10월의 TTB판매가 저조했구나,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하긴 나도 10월에 구입한 신간도서는 몇 권 안되었으니, 남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표어가 되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 관심도서를 챙겨보며 주문할 책들을 주섬주섬 장바구니로 옮긴다.
물론 다 구입하지는 못하지만, 장바구니에 담는 클릭질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리만족이 되는 걸 보면 나도 구매중독자다.^^
11월에는 알사탕이나 적립금 들어올 일이 별로 없어 카드를 긁어서 사게 될지도...
11월 6일 출간예정인 <태백산맥은 없다>는 아직 상품넣기가 안되는 걸 보니 예정보다 더 늦어지는 듯...
충청도 말의 향수를 불러온 이정록 시인의 책, 특히 그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고 고백했는데
그 어머니 말씀을 받아 적은 책이 나왔다. 표지의 어머니 모습이 반갑다. 내 어머니를 보는 듯이...
<어머니 학교>
어머니의 말씀은 받아 적는 대로 시가 된다. 시인은 여기에 몽땅 어머니의 말씀만을 담았다고 말한다. 어머니 삶에서 묻어나온 철학과 교훈이 깃든, 삶의 지혜와 해학이 넘치는 72편의 시, 이것이야말로 잠언이다. 시인과 시인의 어머니가 함께 쓴 <어머니학교>는 그러므로 시인의 학교이며 시인학교다.(알라딘 책소개)
이 어머니가 어떤 어머니신가?
귀하디 귀한 자식에게 공짜라고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힌 어머니시다.
참말인가 어디 볼텨?(충청도 버전이다.^^)
불주사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
절벽에 지은 절이라서 탑도 불전도 없다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뿐이다
귀하지 않은 아들 어디 있겠느냐만
엄니는 줄 한번 더 섰단다
공짜라기에 예방주사를 두 번이나 맞혔단다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됐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
보건소장이 아주 좋은 거라 해서
한번 더 맞히려 했는데 세번째는 들켰단다.
....
좋은 거라면 예방주사도 두세 번 맞히고 싶었던 시인의 엄니 마음에 절로 공감된다.
그런 엄니와 밤늦게 불루스를 추는 모습은 또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엄니의 남자
엄니와 밤늦게 뽕짝을 듣는다
얼마나 감돌았는지 끓일 듯 에일 듯 신파연명조다
마른 젖 보채듯 엄니 일으켜 블루스라는 걸 춘다
허리께에 닿은 삼베 뭉치 머리칼, 선산에 짜다 만 수의라도 있는가
엄니의 궁둥이와 산도가 선산 쪽으로 쏠린다
이태 전만 해도 젖가슴이 착 붙어서
이게 모자(母子)다 싶었는데 가오리연만한 허공이 생긴다
어색할 땐 호통이 제일이라, 아버지한테 배운 대로 헛기침 놓는다
"엄니, 저한티 남자를 느껴유? 워째 자꾸 엉치를 뺀대유?"
"미친놈, 남정네는 무슨?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 겨"
....
위에 쓴 시들이 든 시집 <정말>의 발문을 쓴 소설가 한창훈은
'구라'로 유명한 황석영 선생도 고개를 저으며 너한테는 졌다. 하신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말빨은 독보적이다. 고 적고 있는데, 우리나라 3대 구라의 한 사람인 황석영이 졌다고 할 정도의 말빨은 아마도 시인의 어머니께 물려받았지 싶다. <이정록 산문집 시인의 서랍>에 펼쳐낸 풍경화를 보면...
"근데 왜 답장이 안 와요?"
"꿈결에다 보내. 꿈속에서는 자주 읽어."
"뭔 내용인데요?"
"깨면 다 잊어버려. 그래도 매일 밤 잠들라고 하면 막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려. 너한테도 편지 오냐?"
"아뇨.?
"꼬박꼬박 받침을 쓴 네 편지는 못 읽는 거여. 받침 없는 교무수첩만 보다가 한글을 다 잊어버린 거여."
"어머니께 오는 답장에는 받침이 없어요?"
"당연하지. 넌 영어로 온 편지를 언문으로 답장허냐? 받침 없는 글에는 받침 없이 보내는 게 당연한 거여. 나만 혼자 남겨놓고 간 양반이 무슨 낯으로 글자마다 받침을 들이밀겄냐?" 하면서, 밤늦도록 어머니는 한글 받침 무용론을 펴신다.
"세종대왕이 나를 먼저 만났으면 받침을 아예 읈앴을 텐디."
시인의 시와 산문집에 그려진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어머니 학교>를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버튼을 꾹 누른다.
내일이면 우리집으로 찾아오실 시인의 어머니를 맞이하기 위해 집안 대청소도 하고, 날새면 밤새 내린 비설거지도 해야겠다.
매달 한두 권은 구입하는 이달의 좋은 어린이 책~ 1순위로 구입하는 책은 <비정규씨, 출근하세요?>
더 작가 모임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한땀 한땀 정성들여 쓴 작품집이라 당근 관심이 간다.
이 책은 서울의 어느 평범한 서민 지역에 위치해 있음직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각 세대별 사람들의 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병인, 시간 강사, 계약직 방송작가, 마트 계산원, 편의점 알바 청소년, 화물 노동자, 계약직 공무원 등 이곳에 사는 ‘엄마 아빠’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각개 전투하며 살아가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그동안 어린이책을 통해 비친 ‘화려하고 멋진’ 직업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 책은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게 ‘지금 여기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를 기획하고 구성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의 유쾌하고 힘 있는 상상력이 이뤄낸 결과다.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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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지니, 이달의 좋은 어린이 책 구매자를 위한 이벤트 자일리톨 핫초코 1상자에 혹해서 어떤 책을 담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고 노래한 나태주 시집도 관심도서...
그리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연락해오는 *은이가 부탁한 책과 몇 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