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새면 강진으로 문학기행을 떠난다.

이웃 중학교 독서회 프로그램인데 동행하게 됐다.

 

금년 3월 초 시교육청에서 동아리 활동지원 우수프로그램을 공모할 때

어머니독서회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서기 어머니가 신청서를 냈는데 100만원을 지원받았다.

우리가 작년에 했던 광산구 역사투어와, 올해 다산 탄생 250주년 기념 행사로 다산초당 답사를 넣었다.

00중학교 독서회장과 서기 엄마는 오래전부터 00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학부모였고,

우수동아리 지원금을 받기까지 나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헤택을 입게 됐다.

더불어 어머니독서회원 와일드보이 엄마와 써니까지 함께 간다.

 

지난 8월 4일 토요일에도 막내 학교에서 '장애우와 함께 하는 문학기행'으로

영랑생가와 백련사를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오르는 코스로 가자고 제안했다.

밤새 비가 내려서 조금 걱정이지만, 다산초당 오르는 건 험한 길이 아니니까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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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 앞에서 장애우들과!

 

 

독서회원 친정엄마가 하시는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은 된장국 포함 열여덟 가지...

우리 앞에는 장애우 두 분이 앉았는데,

이것저것 물어보며 말도 시키고 더 드시라고 반찬도 옮겨주었더니 밥도 한 그릇 더 먹고 반찬 접시도 싹 비웠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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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에서 유홍준 교수는 영랑생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영랑생가는 동산 중턱 양지바른 쪽 읍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터에 본채와 사랑채가 널찍이 자리잡고 있다. 화단에는 방문객을 위함인지 그를기리기 위함인지 모란꽃을 가득 심어놓아 그 작위적 발상이 가상스러운데...... 오직 볼만한 것은 뒷담 쪽으로 빽빽이 들어선 대밭의 싱그러움과 해묵은 고목이 된 동백나무 여남은 그루가 있어 아리땁고 그윽한 남도의 정취를 보여주고 있음이다.        (52~53쪽)

 

 


글씨를 알아보기는 힘들겠지만, 눈 좋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영랑생가 안채~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있던 장독대를 안채 곁으로 옮기고 '오매 단풍 들것네' 시비도 세웠더라.

본래 장독대 위치에 있어야 '장광에 골 붉은 감님 날러와~' 라는 시가 어울리지

난네없이 살구나무 밑 장독대에 골 붉은 감잎이 날아오기는 어렵겠더라,ㅜ

 

 

안채 지붕과 그 앞으로 보이는 행랑채~

 

안채 뒤태~

 

 

 
유홍준 교수가 볼만하다고 한 동백나무와 대나무 숲~

 

 

용아 박용철을 비롯한 시문학파와 문학을 논하던 사랑채~

 

 

사랑채 앞에서~

 

 

사랑채 옆 모란꽃밭, 그리고 시비~

 

 

사랑채 앞 아름드리 은행나무~

 

 

 

오늘 영랑생가를 가면 다섯 번째 방문이다.

계절로는 봄, 여름, 가을에 가봤는데, 오늘은 아마도 빗속의 영랑생가를 보게 될 듯하다.

2006년 5월 세 번째 다녀와서 아이들 학교 신문에 내느라 썼던 글이 있어 추억을 더듬을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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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풍, 영랑생가를 찾아 - 시인은 시로 남고

(2006. 5. 4. 다녀오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남도의 들녘은 출렁이는 보리밭 물결에 꽃분홍 자운영을 깔아놓고 손짓합니다. 영랑시인 생가를 찾아가는 길, 광주에서 강진까지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신음 같은 탄성이 새어나옵니다. 계절마다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자연은 무디어진 아줌마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아~ 이 맛에 소풍 길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영랑생가는 두 번이나 가봤지만 여전히 초행처럼 설레며 흥분됩니다. 가을엔 잎을 떨군채 썰렁했었고, 이른 봄엔 아직 모란이 피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지금쯤은 모란이 한창일거라 기대하고 들어서는데, 아뿔사~ 이번엔 좀 늦었나 봅니다. 벌써 시들어가는 모란이 눈에 띄는데, 생가 입구에 자리한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가 우리를 다소곳이 맞아줍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시인은 시로써 이름을 남기는데, 영랑은 모란까지 남겨두고 갔습니다. 선덕여왕 일화에서 모란은 향기 없는 꽃이라 전하지만, 온통 모란꽃 향으로 감싸인 생가는 향기 없는 꽃이란 말을 무색케 했습니다.

행랑채 안으로 들어서니 널찍한 마당을 끼고 안채가 있고, 시인의 집필 산실인 사랑채가 우측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풋살구가 매달린 우물가 살구나무와, 수령 200년이 넘는다는 동백나무가 인상적입니다. 안채 옆으론 ‘오매 단풍 들것네’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장광(장독대)이 있고, 골 붉은 감잎을 노래한 감나무가 연두 이파리를 훈장처럼 달고 있습니다.

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랑채에서 그의 시가 태어났고, 정지용, 박용철 시인과 ‘시문학’을 논했을 툇마루에 앉으니 벅찬 감동이 일렁입니다. 은행나무 아래서 들려준 가이드의 설명으로 문학기행의 맛이 더하여집니다.

강진군에서 매입하여 조성했다는 사랑채 옆 정원은, 모란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중입니다. 한 정원에서도 입구의 시든 꽃과는 다른 얼굴이니 자연은 참 신비롭습니다. 꽃밭 여기저기엔 모란 같은 여인네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어쩌면 그녀들도 시인의 감성으로 시 한수를 잉태하여 낳을지도 모릅니다.

영랑은 시와 모란을 남기고 떠났지만, 5월의 영랑정원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아직도 기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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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옆에 마련한 시문학파 기념관

 

 

 

 

자작나무 수피 같아서 만져봤는데 ... 오늘(8/24)  해설사님께 여쭈었더니, 러시아에서 사들인 자작나무라고.

나는 어려서 '닥터 지바고'를 본 후, 자작나무 숲을 향한 동경.... 이런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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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8-24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랑생가 가본게 아주 오래전인데 조금 달라졌겠어요 지금가보면. 대밭에 대해 유홍준 선생이 그렇게 썼군요. 대밭 기억이 전혀 없네요, 전. 다산초당 잘 다녀오세요 언니. 지금 이미 가고 계시겠죠.ㅎㅎ

순오기 2012-08-24 08:37   좋아요 1 | URL
지자체에서 보존보다는 찾는 이들의 편의를 생각해선지 자꾸 바꿔가네요.ㅜㅜ
밤새 비가 내리고 지금도 줄기차게 오고 있어, 오늘은 빗속의 영랑생가를 보게 될 듯합니다.
이제 나갑니다~ 잘 다녀올게요,^^

글샘 2012-08-24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내인가요? 엄마랑 똑같애~ ㅋ~
제가 가끔 맞춤법 교실을 연재할까 하거든요~ 순오기 님 덕분에~
알아서 골라가지고 신문에 실으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분량은 제가 대~충 조절할게요. ㅎㅎ

순오기 2012-08-24 20:39   좋아요 1 | URL
막내가 저랑 똑같은가요? 숨길 수 없는 유전자의 힘!ㅋㅋ
방금 님 서재에서 확인하고 댓글 남겼어요.
알라딘 식구들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것도 좋지요!!
고맙습니다~~~~~ ^^

꿈꾸는섬 2012-08-2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태풍 피해 없으신가 궁금해서 댓글 남겨요. 무사하시길 빌어요.^^

순오기 2012-08-30 01:20   좋아요 1 | URL
예~ 저희는 태풍 피해 없네요.
서재방 창틀에 빗물이 좀 스미긴 했지만, 그건 피해도 아니죠.^^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