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가방 하나 둘러메고 쪼리 끌고 날이면 날마다 어딘가로 출타하는 아들,

녀석이 중학교 2학년 때 잠시 원어민 교사 홈스테이로 만났던 '버논'을 생각나게 한다.

해거름에 나가는 것도 그렇고 차림새도 딱 닮았지만, 버논처럼 게이 심볼이라는 가방을 메는 건 아니다.

출필고(出必告하고 반필면(反必面)하라 했거늘,

말없이 나서는 녀석에게 어딜 가냐 물으면 산책 간다고 하는데, 아마도 PC방으로 출근하는 거 아닐런지?

지난 주말엔 지역 게임 대회에서 전승으로 우승했다던데....그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증명하는 거지.ㅋㅋ

 

엊그제는 새벽 2시 반이 넘도록 안와서 전화했더니, 친구들과 만나 술 마시고 집에 오는 중이라고...

방학에 열심히 일해서 2학기 학비 마련하라고 했더니

지난 주 딱 하루 물류센터에서 심야 알바하곤 날마다 띵가띵가 노는 중이다.

 

메일에서 '걸어서 봉하까지, 2012 도보행진' 소식을 접하고 스탭으로 참여하라고 권했다.

행진단은 20만원, 스탭은 15만원 낸다고, 네가 참가하면 엄마가 내줄수도 있다 했더니~~~ 잠시 망설인다.

출타하는 녀석에게 어쩔거냐고 물었더니,

"내일 말해줄게~"

하면서 나갔다. 어쨋든 참가여부는 내일까지 기다려봐야지.

젊은 날 이런데 참여하는 것도 멋진 경험 아닐까...

카페에 들어가 확인하니 스텝은 벌써 마감됐고 행진단도 별로 안 남은 듯...

 

 

   세종시~봉하마을 257km…청년들 발길이 이어간다

                 <걸어서 봉하까지 2012 도보행진>-노무현의 가치를 찾아서 




자녀나 조카에게 도보여행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체험하는 곳을 소개하고 싶다면 귀 기울여 주십시오. 한창 푸르른 20대 청춘이지만 올 여름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특히 이 행사를 주목해 주십시오.

<‘걸어서 봉하까지’ 2012 도보행진>. 8월 11일 ~ 21일까지 10박 11일 간 세종시에서 출발해 봉하마을까지 약 257km 구간이 ‘깨어있는 시민’을 향한 청년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집니다. 상상만해도 걷기엔 엄두가 안나는 긴 구간입니다. 그런데 24명 정원 중 벌써 16명이나 모였습니다.

이 행사는 ‘조현오 소환촉구 1인시위’에 참가했던 한 청년의 열정과 정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26살의 김선기씨는 1인시위를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고 합니다. 1인시위에 참여하며 처음엔 막연히 또래 청년들과 봉하마을까지 걸으며 삶에 대한 공부와 우정을 나누는 기회 정도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1인시위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만류한 분도 있었지만 대개 그 용기에 감탄하며 힘을 돋구어 주었습니다.

용기를 낸 김선기씨는 곧 포탈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고 SNS를 통해 함께 준비기획단을 꾸릴 청년들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은 더욱 꼼꼼하고 완벽한 준비를 위해 역할을 배분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청년정신에 대한 세미나를 준비하는 교육부, 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안전부, 앞서 길을 알아보는 사전답사부 등을 구성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전답사부원들은 경북 상주 어디쯤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참가 신청한 청년들은 직장인도 있지만 주로 20대 중반의 대학생들입니다. 취업난 시대에 도서관이 아닌 과감히 도보행진을 선택한 동기를 묻자 “졸업을 앞둔 4학년 여름방학에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땀 흘리며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싶어서” “걷고 생각하며 토론하는 여행” “언젠가 노 대통령이 계신 곳에 꼭 걸어서 가고 싶었다” 등 다양합니다.

김선기 기획단 단장은 이 행사를 꾸린 이유에 대해 싯구를 인용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누구도 걷지 않는 길은 생명을 잃은 것이며, 좋은 길은 몇 번이고 다져주어야 하고 계속하여 걸어주어야 좋은 길로 남는 것이죠. 깨어있는 시민으로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다짐합니다.”

낮엔 힘든 도보로 자신을 이겨내고 저녁엔 세미나를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청년들이 준비하고 있는 <‘걸어서 봉하까지’ 2012 도보행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카페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cafe.naver.com/tobo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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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6-2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얼굴 보니 괜히 눈물이 핑 도네요. 이제 술마시러 가야 하는데... ㅠㅜ

순오기 2012-06-29 00:20   좋아요 0 | URL
볼때마다 울컥하는 건~~~~~~
술이 부르는 날이었군요.

책읽는나무 2012-06-2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멋져!
아드님 참가했음 좋았을텐데..
나도 나중에 아들녀석 장딴지 말근육 만들어서 이런 곳에 꼭 보내야 되겠네요.^^
멋져요.멋져.
그분은 항상 곁에 계신 것같아요.^^

순오기 2012-06-29 00:21   좋아요 0 | URL
12시가 넘었는데 여직 안 들어오네요.
10박 11일 도보행진 하고 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는데...

프레이야 2012-06-2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평전까지 나왔네요. 몰랐어요, 저 책은^^

순오기 2012-06-29 00:22   좋아요 0 | URL
노무현 평전, 아직 구입하진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