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동네 2 창비아동문고 213
김남중 지음, 류충렬 그림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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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5.18 민주화운동 32주년,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이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2004년 ’제 8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1977년 11월 11일 밤 9시 15분에 일어났던 이리역 폭발사건과, 80년 5월 광주를 한 줄로 꿰어 기찻길 옆동네에 사는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좋은 어린이 책 수상작이고, 5학년 선학이와 서경이가 나오지만 결코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청소년이나 어른, 누가 봐도 좋을 책이다. 

1권은 이리역 폭발사건의 피해지였던 현내마을 교회에 서경아버지 이준행 목사가 부임하면서 시작되어,  이리 건설 사업에 뛰어 들었던 선학이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이 목사의 주선으로  광주로 이사오면서 끝났다. 2권은 80년 5월 광주를 예견하지 못한 이들의 앞날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지켜보자.

광주 산수동에서 모여 살게 된 이들은, 이 목사의 초록빛 교회와 선학이네가 세들어 사는 완도댁 할머니네서 하숙하는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다. 이 시대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보다는 고생하는 어머니가 더 소중하다는 근수. 누군가 목숨을 내건 희생의 대가를 거저 누리는 양심 없음을 질타하는 명식, 두 사람의 주먹다짐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야학에 오는 학생들에게 현 시국을 알려주려는 창원과 용일은 정보망에 노출되고, 위험을 감지한 이 목사의 발빠른 대응으로 구속은 면하지만 이 목사가 잡혀간다. 공수부대의 과격한 진압으로 사망자가 생기자 흥분한 광주시민들은 총을 든다. 마지막 날 도청으로 가려는 용일과 창원과 명식, 이 목사는 총을 들기보다는 살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설득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목사님 말씀대로 살아남아서 오랫동안 계속해야 할 싸움이라면,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면 목사님은 왜 현내를 떠난 겁니까? 정작 목사님 같은 사람이 필요한 현내 사람들을 두고 왜 광주로 내려왔습니까? 목사님이 떠난 뒤 현내 사람들은, 희망을 줄 목사님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 아니었습니까? 목사님의 싸움이 이기는 싸움이라면, 정말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면 우리는 현내에 남았어야 했어요. 광주로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고요!"


용일의 외침에 이 목사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목사는 그날 밤 도청으로 간다. 그리고 그밤 도청을 지켰던 사람들은 스러졌다.
 

"그날 밤 우리들이 지키고 있던 곳으로 천사 같은 사람이 찾아왔어. 글쎄, 진짜 천사였는지 모르지. 겹겹이 쳐 있던 군인들의 포위망을 어떻게 뚫고 도청까지 들어왔는지 다들 신기해했으니까. 어쨋든 그 사람은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밤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었어. 밤이 깊어 갈수록 우리들은 긴장했거든.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진압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쳐 버렸을지도 몰라. 벽시계의 종소리에도 놀라 발작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맑은 정신으로 도청을 지켰어. 한 달 같은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고 정말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건가 의심하며 새벽을 맞이하려던 참에 도청 진압이 있었지. 정신을 차려 보니까 그 천사가 내 위에 쓰러져 있지 뭐야. 천사는 아니었겠다. 그 사람도 죽은 걸 보면. 우리가 있던 곳에서 나 혼자만 살아남았어." 

 

5학년이던 선학이와 서경이는 중학생이 되고 은성이를 좋아하는 선학이와, 야학 선생님인 대학생 용일이를 좋아하는 중학생 은성이의 설레이는 첫사랑도 예쁘다. 총을 가진 용일에게 은성은 절대 죽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는 다짐을 받고... 그 때문이었는지 용일은 혼자만 살아 남아 3년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다. 그날 모두 초록빛 교회에 모여, 끝나지 않은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마무리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없이 눈물이 났다. 가난한 신학생이었던 이준행 전도사와 부잣집 딸이었던 서경엄마와의 시련, 엄마를 잃은 서경을 장인의 요청대로 미국으로 보내야 했던 아버지 이 목사의 인간적 고뇌, 하숙생들을 내 아들처럼 아낀 완도댁할머니로 대표되는 광주의 모성애. 죽을 줄 알면서도 도청으로 간 젊은이들, 도청으로 나와 달라는 애끓는 가두방송의 호소를 외면해야 했던 그날 밤  선학이 아버지와 광주 시민들의 불면의 밤...... 결국 그들의 목숨값을 먹고 사는 우리들이 짊어진 산자의 죄의식까지!  

80년 5월 당시 10살부터 중.고생이었거나 방년의 꽃다운 나이였던 독서회원들은, 이야기가 5월 광주의 한 복판으로 뛰어 들지 못하고 주변에서 겉도는 것 같아 안타까워 가슴이 답답했다고 말했다. 광주 항쟁의 주역이 아닌 평범한 광주 시민의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여기 그려진 내용만으로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린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80년 5월에 목숨을 바친 이들을 잊지 말자. 세상을 바꾸는 힘은 한 장의 백지로부터 시작되기에, 날이 밝으면 투표를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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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4-1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울했던 현대의 자화상이죠.이젠 광주 민주화 운동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것 같습니다ㅡ.ㅜ

순오기 2012-04-13 11:16   좋아요 0 | URL
점점 잊혀지고 퇴색되어가는...

좋은날 2012-04-1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고 거짓이 진실을 덮고 사람들은 언제나속고 개표방송보면서 참 쓸쓸한 저녁입니다.

순오기 2012-04-13 11:16   좋아요 0 | URL
쉽게 바뀌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열어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