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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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1969년 발표된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강아지똥>은 아동문학을 성인문학의 하위개념으로 여기던 인식을 바꾸고 어린이문학 수준을 높였으며, '똥'에 대한 정서까지 바꾼 획기적인 작품이다.  '정서'가 바뀌는 기간을 30년으로 보는데, 그저 더럽고 혐오스런 감정으로 대하던 '똥'이 <강아지똥> 이후 킥킥거리는 웃음의 대상이 되고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고 배려받는 대상으로 정서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 담 밑에 눈 <강아지똥>을 주인공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로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어린이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나 세계명작이 판치던 때, 우리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작고 보잘것 없는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 <강아지똥>을 선물하신 것이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보기 좋게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으로 태어난 <강아지똥>은 가히 그림책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흰둥이의 똥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스한 김까지 그려낸 섬세함은 웃음을 넘어 감동을 선물한다.

 

"똥! 똥! 에그 더러워......"
날아가던 참새도 콕콕 쪼면서 무시하는 존재인 강아지똥은 서럽다.

 

 

 

 

"넌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야!"

심지어 소달구지에서 떨어진 길가의 흙덩이조차도 비웃는 존재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더러운 똥이라고 버림받은 강아지똥은, 이제 어떡해야 할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존재를 인정받으려면, 강아지똥은 무엇을 해야 할까?

'착하다'는 의미가 요즘에 아무데나 붙여 이상하게 쓰이는데, 본래의 뜻에 맞게

'어떻게 하면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우리의 주인공 강아지똥의 고민이 깊어가는 겨울밤이다.

 

 

 

 

이 책의 주제는 누구나 쓸모 있는 존재라는 가치의 발견이지만, 빤한 주제를 넘어 다른 각도에서

나는 강아지똥을 보면서 '비'가 되고 싶었다.

강아지똥의 몸을 잘디잘게 부수어 쓸모 있는 거름이 되게 한 건, 바로 하늘에서 내린 '비'의 공로다.

이렇게 누군가 쓸모 있는 존재가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비'가 없었다면,

미안하지만 강아지똥은 민들레꽃을 피우기는 커녕 여전히 쓸모 없는 존재로 길모퉁이에 방치된 채 짓밟혔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강아지똥이 아니라 '비'라고.... 감히 선언하는 바이다.^^

 

 

 

 

강아지똥의 몸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아니 비가 내리도록 강아지똥의 인생에 봄이 오지 않았다면

어찌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워 올릴 수 있으랴!

강아지똥이 '비'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결코 꽃을 피우는 쓸모있는 존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에도 촉촉히 봄비 내리는 날이 있으리라.

나 또한 누군가의 인생에 한줄기 '비'가 되어 주는 날이 있으리라.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된다고 속삭이는 권정생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길가 돌틈이나 시멘트 사이에서도 흙만 있으면 피어나는 민들레는 사람들에게 짓밟혀도 꽃을 피운다.
흔하디 흔한 민들레지만 강아지똥의 희생과 헌신으로 피운 꽃이라는 걸 기억해주자.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은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존재라고 슬퍼하던 강아지똥이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했으며

강아지똥이 거름이 되도록 몸을 녹여 준 '비'는 돕는 역할을 했다.

물론 강아지똥은 거름이 되어 민들레꽃을 피워 내는 헌신을 했고...

따라서 사람 사는 세상은 이렇게 서로 돕고 도우며 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권정생 선생님은 강아지똥을 빌어 우리 인생에 등불같은 말씀을 들려주시기에 선생님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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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2-2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똥은 책도 애니도 정말 이뻐요..
민들레라니, 아흑, 겨울은 시작도 안 한 느낌인데, 벌써 봄이 그립네요.

순오기 2011-12-24 03:19   좋아요 0 | URL
빨리 봄이 왔으면....^^

희망찬샘 2011-12-21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들레는 꽃잎 하나하나에 암술 수술이 있어서 꽃잎을 떼면 꽃 한 송이가 된다고. 민들레 한송이만 바쳐도 꽃 한 다발을 바치는 거라고 교수법 시간에 말씀하시던 노교수님이 생각나네요.

순오기 2011-12-24 03:20   좋아요 0 | URL
오호~ 민들레 한 송이가 꽃 한다발~~~ 괜찮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