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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만 백만 번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집 ㅣ 작은도서관 36
김리하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다. 출판사마다 장편공모를 많이 하는데, 단편을 공모하는 푸른문학상은 그래서 빛난다.
70년생 김리하 작가의 세 개의 단편은, 소재는 참신하지 않지만 정말 공감가는 소재다.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이 과장되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속내를 잘 보여주는 심리묘사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솔직한 주인공과 만나는 동안 화려하고 재밌는 삽화도 책읽는 재미를 더한다.
완전 공감하는 <자전거를 삼킨 엄마>
"진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게 맞나 봐. 내가 밤낮으로 열심히 사니까 이렇게 운도 척척 따라 주는 거라고. 우리 엄마가 나처럼 마음 착하고 반듯하게 사는 사람은 언젠가 복 받을거라고 했는데..... 나, 오늘 그 복 다 받았다. 그치?"(13쪽)
공감의 썩소를 날리게 하는 엄마의 말, 대체 무슨 복을 받았기에 이리 호들갑일까?^^
아빠는 이런 엄마를 0.1톤에서 '톤'자를 떼고 0.1이라고 부른다. 나도 남편을 0.1로 불러야 할까?ㅋㅋ
"당신, 이제 나 못 놀릴걸? 나 이 자전거 타고 살 쫙 뺄 테니까 두고 봐. 내가 살만 빼면 어디 가서 빠질 인물이 아니라고."(14쪽)
하하하~ 초긍정 마인드에 자기애로 돌똘 뭉친 이 엄마가 너무 좋다. 그래 살 좀 쪘다고 기죽을 필요 없잖아!ㅋㅋ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 여태껏 엄마는 엄마 몫으로 된 변변한 물건 한 번 못 사 봤어. 전부 다 너랑 네 아빠 좋은 거해 주느라고 말이야.(20~21쪽)
아무도 엄마에게 이렇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의 엄마들은 대부분 이렇게 산다. 마치 내 이야기인양 언성을 높여 대사를 읊어 봤더니, 공연히 슬퍼졌다. 우리 엄마들은 이렇게 살지 말자~
"앞으로 나 정말 운동 열심히 할 거야. 우리 딸이 넘어진 엄마 척척 일으며 세워 줄 수 있을 정도로. 딱 그만큼만 살 뺄게. 내 자전거도 생겼으니까 이번엔 기필코 성공할 거야."(28쪽)
이렇게 딸한테 다짐하면서 기름에 튀긴 찹쌀꽈배기를 먹다니...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야. 나도 이제 꽈배기가 점점 싫어지더라고."(29쪽)
하하하~ '오늘까지 먹고 내일부턴 다이어트 할 거야~'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결코 미워할 수없는 뚱보 엄마한테서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 엉덩이가 자전거를 삼키던 말던 오늘까지는 먹자고요.ㅋㅋ
자전거가 어디서 왜 생겼는지 상상해보라. 만약 책 내용과 딱 맞췄다면, 작가적 재능을 타고 났다고 긍정해도 좋으리라.^^
통쾌한 반전 <찍히면 안돼!>
졸다가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번쩍 잠이 깬 진윤기의 행동에 크게 웃었던 고영서는 윤기에게 복수를 당한다. 별명 그대로 진드기 윤기는 가지가지로 괴롭히지만 영서는 참는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는 윤기 때문에 '절대 참지 않겠어, 당하기만 하진 않을거야'라고 외치며 큰 덩치로 반전을 시도한 영서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래, 그렇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땐 참지 말고 대응을 해야지. 짝짝짝~~~~~ 영서 멋지다!
"야, 그리고 참고로 말하겠는데 너 말야. 너, 나한테 딱 찍혔어. 앞으로 두고 볼 거야."(54쪽)
밥 친구 되기 <발차기만 백만 번>
표제작인 발차기만 백만 번은, 차여사라 불리는 차윤재를 싫어하는 신혁과 애어른 같은 차윤재가 '밥 친구'가 되는 유쾌한 이야기다. 싫어하는 윤재와 자꾸만 엮이는 게 싫은 신혁, 늘 바쁜 아빠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는 신혁에게 동병상린을 느끼는 윤재. 같은 아파트 아래 위층에 살게 된 녀석들은 어떻게 마음을 나누게 되었을까...
"네 엄마, 돌아가신 거 말야.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먼저 아는 척해서 말이야. 그때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내 눈엔 네가 이전과 똑같은 조신혁으로 보이질 않더라고. 나와 같은 아픔이 느껴져서 그냥 친해지고 싶었어. 나도 참 많이 힘들었거든. 아빠 없다는 사실이..... "(85쪽)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고 심통났나고?
천만에, 네 마음을 다 알아~~ 우린 친구잖아!!
세 편의 동화 속 주인공에게 가만히 손내밀어 등이라도 토닥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