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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양반 -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2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7월
평점 :
남북 어린이가 함께 읽는 두번째 책으로, 권정생 선생님이 옛이야기 중에서 남북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두 편이 수록되었다.
선생님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을까? 남을 속여서 부자가 된 게으름뱅이라니 별로 본이 될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되는데,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 무얼 얄려주고 싶었는지...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려보느라 세 번이나 읽었다.
표제작인 <똑똑한 양반>은 게으름만 피우는 총각은 자기가 꼰 새끼줄 서발만 갖고 집에서 쫒겨난다. 게으른 총각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진 물건을 바꾼다. 새끼줄을 깨진 물동이와, 그 다음엔 좋은 물동이, 좋은 물동이는 죽은 개와 바꾸고, 죽은 개는 다시 산 개와 바꾸게 된다. 다음엔 죽은 말과, 죽은 말은 산 말과 바꾸고, 산 말은 죽은 처자와 바꾸고, 죽은 처자는 다시 산 처자와 바꾸게 된다. 이렇게 바꾸는 과정에서 게으른 총각은 상대를 속이는데, 그렇게 속이는 것이 옳은 짓은 아니라서 마음이 좀 불편하다.
예쁘장한 처자가 탐이 난 양반은 수수께끼 내기를 하여 양반이 이기면 처자를 얻고, 게으른 총각이 이기면 양반의 재산을 주겠다고 한다. 게으른 총각은 그동안 자기가 얻었던 물건을 줄줄이 읊으며 수수께끼를 냈지만 양반은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게으른 총각이 한 행동들이 어리석고 남을 속이는 짓이라 생각했는데, 그 덕에 색시도 얻고 재산도 얻어 집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부모를 모시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남보기엔 어리숙한 거 같아도 골똘히 생각해 상대를 속이고 유익한 것으로 바꾸었으니 정녕 똑똑한 양반인가? 비록 행동은 게으르지만 꾀가 많으면 잘 살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는지,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쓰셨는지 권정생 선생님 마음을 잘 모르겠다.
두번째 이야기는 <업이하고 가재하고>는 아홉 살 업이가 당장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운명이라는 얘기를 시주승이 들려준다. 업이 부모는 업이를 살리기 위해 스님의 가르침대로 준비를 해서 업이를 떠나 보낸다. 업이는 길을 가다 가재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떡을 주고 가재를 구해낸다. 업이는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는데 결국 그 가재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가재는 자기 목숨을 구해준 업이에게 은혜를 갚은 것이다. 결초보은이란 말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선생님은 남북어린이에게 어떤 깨우침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아동문학평론가 이재복 선생님 말씀처럼 빈둥빈둥 노는 것 같아도 마음속에도 아주 많은 꾀가 들어 있으니 느긋하게 생각하며 살 수 있게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어른들에게 말씀하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