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위대한 개츠비 (반양장) - 완역본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강미경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다. 영화에서는 늙은이로 태어난 아들을 보고 놀란 부모가 남의 집앞에 버려서, 그 댁에서 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았는데....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단편소설이 미처 담아내지 못한 것을 영화가 너무 훌륭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어쩌면 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일흔 살의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한 남자의 독톡한 삶으로 인생과 사랑, 청춘의 덧없음을 그려낸 작품이다. 1860년대는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고 집에서 출산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었지만, 젊은 로저 부부는 남들보다 50년이나 앞서 첫 아이를 병원에서 낳았다. 남북 전쟁 전의 볼트모어에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위치였고, 귀족사회에 편입할 만한 신분이었다. 로저는 아들을 낳으면 예일대학에 보낼 꿈을 꾸는 아버지였다. 

하지만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아들은 일흔 살 모습으로 태어났고, 놀란 의사는 괴물을 보듯 앞으로 두번 다시 그 집 식구들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사람 인심이란게 참 무섭구나.ㅜㅜ 

그래도 벤자민은 아버지의 아들로 살 수 있었고, 1880년에는 스무 살이 되었다. 하지만 외모는 쉰 살이 된 아버지 로저 버튼과 친구처럼 보였다. 벤자민은 힐데가르드 모크리프 양과 춤을 추었고, '서른 살의 남자와 결혼해서 그를 돌보기 보다는 쉰 살의 남자와 결혼해서 자신을 돌보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그녀와 마침내 결혼한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지금 가장 로맨틱한 나이를 살고 있는거다.^^   

"로맨틱한 나 이예요. 쉰 살이라는 나이는 그래요. 스물다섯 살은 너무 밝히고, 서른 살은 과로에 지쳐 있고, 마흔 살은 시가 하나를 다 피워야 할 만큼 긴 사연을 가진 나이죠. 예순 살은... , 예순 살은 일흔에 너무 가까운 나이예요. 쉰 살이 가장 로맨틱한 나이인 것 같아요. 저는 쉰 살의 남자가 좋아요."(34쪽)

벤자민은 아버지의 철물점 사업을 두 배로 번창시켰고, 아내 힐데가르드는 서른 다섯이 되고 아들 로스코는 열네 살이 되었다. 벤자민은 점점 젊어졌고 아내는 늙어갔다. 그 누구도 벤자민의 다른 시간을 이해하고 받아주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까지도... 벤자민은 성장기에 하지 못했던 하버드와 예비학교에 다니고 손자와 같이 유치원에도 다닌다. 그리고 아기가 되어 유모의 돌봄을 받다가 마침내 세상을 떠나는 운명...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벤자민처럼 거꾸로 가는 시간을 사는 것도 쉽지 않겠다. 작가의 상상력과 세상을 조롱하는 유머와 풍자는 강력하게 묘사되진 않았지만 느낌으로 이해된다. 내 인생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 어떤 삶을 살아나갈지 상상해보는 것은 덤이다.

벤자민 버튼 이야기는 55쪽으로 끝나고, 뒤에는 장편 '위대한 개츠비'가 나오지만 김영하의 번역으로 읽어보려고 이 책으론 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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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대 거꾸로 가는 시간을 살고 싶지 않을거 같아요..
너무 슬플거 같아서, 영화도 책도 손을 못 대겠어요.
타인과 다르다는 거... 어떤 점에서는 너무 무서워요. ^^

순오기 2010-05-19 05:54   좋아요 0 | URL
거꾸로 살아간다는 건 물론 힘들겠지만...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요.^^

오월의바람 2010-05-19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으로 두 권을 읽는 책인가봐요. 표지가 인상적이네요. 스무살이 된 아들과 쉰 살이 된 아버지. 그리고 점차 크로스되는 삶.겉모습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텐데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독특했을지 상상이 가요. 다 늙어서 유치원에 가고 유모의 돌봄을 받게 된다면......인생이 모래시계모양처럼 반복되는 것 같아요.어차피 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보살핌을 받게 되잖아요.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순오기 2010-05-19 09:02   좋아요 0 | URL
청소년이 보기 좋을 책이라 좀 짧게 줄여진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읽기엔 부담없지요.^^ 외형은 벤자민처럼 반대는 아니어도 인생이란 어차피 늙어서 어린아이가 되는 건 맞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