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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편지 3 - 개정판, 조선 건국부터 조선 후기까지 ㅣ 12살부터 읽는 책과함께 역사편지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4월
평점 :
박은봉선생님이 딸 세운이에게 들려주는 세번째 역사편지로, 조선 건국부터 조선 후기까지 들려준다. 엄마가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에 사진과 자료가 충실한 썩 괜찮은 역사책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중학교 가기 전에 한국사 편지 5권을 다 읽으면 우리 역사에 대해 뭔가 안다고 우쭐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
3권을 읽은 초등 5학년 아이들은 짜증이 난다고 했다. "왜 짜증이 나는데?" 물었더니 "그냥요." 대답했다. "왜 짜증이 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역사책을 제대로 배우고 역사논술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다시 질문했더니... 위화도 회군으로 왕이 된 이성계가 나라 이름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명나라한테 정해 달라고 한 것부터 맘에 안 든다고 투덜거렸다. 게다가 청나라에 무릎 꿇은 인조의 모습도 보기 싫고 사화도 짜증난다고. 어리지만 힘이 없어 강대국에 비굴한 우리 역사가 짜증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속상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정말 한심하게 느끼는 건 바로 이런 문제들이다. 지금도 경제적으론 잘 살게 되었어도, 온전한 자주국방을 이루지도 못하고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나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자각은 힘빠지게 한다.
지도와 사진, 그림이 적절히 배치된 역사이야기는 이해를 돕는다. 명나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이성계가 나라 이름으로 '조선'과 '회령' 두 개를 보내어 조선으로 하라는 답신을 받았다.
"오직 조선이란 이름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유래가 오래다. 이 이름을 쓰고 하늘을 본받아 백성를 잘살게 하면 후손이 길이 번성할 것이다."
요동을 정벌하러 나섰던 고려와 다르게 명나라를 큰 나라로 섬기겠으니 인정해 달라는 조선은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한양 천도로 경복궁을 짓는 것으로 계획도시를 세워갔다. 드라마에서 자주 본 '전하, 종묘사직을 보존하소서!'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종묘는 왕실의 조상신을 제사 지내는 곳이고, 사직은 나라 경제의 근본인 토지와 오곡의 신을 제사 지내는 곳이다. 왕이 남면했을 때 왼쪽에는 종묘가 있고, 오른쪽에는 사직이 들어서야 했다. 조선 시대는 종묘와 사직을 나라의 생명처럼 신성시했다는 걸 기억하자.
개정판이라 불타버린 숭례문 사진이 들어 있다. 이런 젠장할~ 6백년이 넘도록 숱한 전쟁 속에서도 살아 남은 숭례문을 2008년 2월 10일에 불지른 채종기라는 이름도 기억해야 하리라. ㅜㅜ
세종이 한글을 만든 진짜 이유는, 글을 모르는 백성들의 편리와 유교의 가르침을 배우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세종은 백성들이 까막눈이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이롭지 않으며, 충.효의 유교 정신을 가르쳐 고려의 백성을 조선의 백성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글이었다는 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세종은 그 옛날에도 백성을 깨우치려고 노력했건만 현대에 국민을 우매화하려는 집권자들은 대체 어느 별에서 온 인종들인가!
조선시대 관리를 뽑는 건 엄격한 절차를 따랐다. 장원급제를 해도 종6품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위로 올라갔지 단번에 높은 관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왕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빨리 승진을 시킬 수는 있었지만 건너뛰게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돈이나 집안을 배경으로 하는 이른바 '낙하산'인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정승이 천명한 인물이 마음에 안들면 후보를 다시 추천하라고 명단을 물려, 왕의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나올때까지 몇 번이나 물리기도 했단다.
조선시대 의적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의 출현은 잘못된 정치 때문이었다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됐다. 당시 지배층도 도적이 들끓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여 백성을 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결국 조선을 무력화시키고 청나라를 섬기는 지경까지 몰아갔다. 명과 청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했던 광해군과,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서 서양문물을 접했던 소현세자가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의문사한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당쟁으로 무수히 피를 흘린 숙종. 영조시대의 사화는 붕당정치나 탕평책으로 당파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왕의 권위를 되찾고자 했으니 뜻대로 되지 못했다. 1693년 울릉도와 독도에서 일본인을 몰아낸 안용복을 다루지만, 아직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과 맞서고 있으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사 편지 4권에선 조선후기부터 대한제국 성립까지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