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턴 동물 이야기 1 사계절 아동교양 클래식 5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지음, 윤소영 옮김 / 사계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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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턴이 갇힌 호랑이를 보았을까?

최근 노원구청의 아기 호랑이 전시가 언론의 이슈가 되었다. 행동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아기 호랑이들을 가로, 세로 2~3m의 아크릴 상자에 가둬놓은 것이다. 비상식적인 행동 자체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분노케 한 것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아이들의 동물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노원구청의 변명이었다. 좁은 상자 안에 갇힌 아기 호랑이를 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 한 순간의 호기심은 채웠을지언정 자연과 함께 올바로 사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진정 자연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면 감금된 아기 호랑이 관람이 아니라, 자연속의 야생동물을 관찰 기록한 ‘시턴 동물이야기’를 추천한다.


100년도 전에 쓰인 시턴의 동물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동물들을 가두어 놓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관찰한 게 아니라 자연 속에 찾아들어 동물과 ‘마주보며’ 작성한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턴의 동물이야기는 실제 존재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 야생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려 준다. 늑대, 코요테, 여우, 개, 토끼, 비둘기 등, 시턴 동물이야기 속의 동물들은 인간 못지않은, 혹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략과, 우정, 사랑, 의리를 보여 준다. 시턴이 들려주는 처절하지만 숭고한 동물들의 삶에 빠져들면 어느새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은 사라지고 대등한 존재로서 동물들을 바라보게 된다.

모두들 미래를 위해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최재천 교수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고, ‘알면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람 뿐 아니라 동.식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때 ‘어떻게 알 것인가’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턴이 본 것은 ‘갇힌 호랑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놓았던 늑대 덫에 걸려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면서 비로소 덫에 걸린 늑대의 기분을 이해했고, 자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고 한다. 함께 살아가는 대등한 존재로 동물을 바라보는 시턴 동물이야기를 읽으면 동물에 대해 바르게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언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시턴 동물기’와 ‘파브르 곤충기’는 자연 기록기의 양대 산맥이다.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1860~1946)은 화가가 되기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술을 공부했지만, 결국 자신이 원했던 박물학자와 동물학자가 되었다. 영국 사우스실즈에서 태어났으나 여섯 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사했고,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자랐다. 그는 화가였고 작가였으며, 뛰어난 사냥꾼이기도 했다. 환경보호주의자로 인디언 문화운동과 보이스카웃을 발전시켰고, 삽화를 직접 그린 ‘시턴 동물기’를 비롯한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초등 중학년 이상 재미있게 술술 읽을 책이다. 시턴은 오랜 관찰로 야생동물의 습성과 생태를 정확히 묘사했고, 그들의 생존전략과 사랑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야생동물도 사람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모성애와 가족 사랑이 대단했고, 인간과 두뇌 싸움을 할 만큼 지혜로웠던 그들의 삶에 놀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동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고, 자연은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공존할 선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매끄러운 번역은 시턴의 세심한 묘사를 잘 살렸고, 지형과 동물들의 이름도 당시 그 지역 사람들이 쓰던 에스파냐어 뜻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표지나 본문 삽화도 초판 당시 시턴의 그림과 시턴부인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특히 뒤편에 시턴 삶을 보여주는 사진과 연보는 그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십수 년 전 TV에 방영된 ‘시튼동물기’와 책을 보면 자란 우리 삼남매는, 중.고.대학생이 되었어도 새로 나온 ‘시턴 동물이야기’에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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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계절 즐거운 책읽기, 순오기가 추천하는 책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25 11:48 
    사계절출판사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사계절 즐거운 책읽기>2010년 봄호가 나왔다.  청소년 대상의 1318 북리뷰도 같이 나왔다. 어제 우리집에 도착한 선물보따리다.^^     2010년 봄호에는 <파워블로거가 소개하는 이 책>이라는 코너가 신설됐는데, 바로 순오기가  추천한 책이 소개되었다. 요렇게~ ^^     
 
 
하늘바람 2010-02-0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뉴스 보면서 참~ 그랬어요. 하지만 몇년전 축구 보러가서 행사 나온 아기 호랑이 발을 만져보고는 기뻐한 적도 있었다는~나는 좋지만 불쌍한 마음도 있는 게 사람마음이겠지요.

순오기 2010-02-01 22:14   좋아요 0 | URL
어느쪽에 생각을 맞추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겠죠.

소나무집 2010-02-0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 주문 들어갑니다. 그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 책은 나온 지가 오래 된지라 편집이랑 서체 같은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구입은 안 했거든요.

순오기 2010-02-04 17:18   좋아요 0 | URL
선우랑 지우랑 다 좋아할 거 같아요.^^

희망찬샘 2010-02-0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튼 동물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계절에서도 나왔군요.

순오기 2010-02-06 19:06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죠.
사계절의 따끈한 신간 좋아요. 우린 논장에서 나온 5권 시리즈로 봤는데 이젠 두가지 다 갖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