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똥 싼 날 보물창고 북스쿨 5
오미경 지음, 정지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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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일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오미경작가의 새 동화다. 책 두께도 얇아 저학년도 부담없이 집어들 책이다. 일기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맞아 맞아' 공감하며 끄덕거릴 것이다. 게다가 변비까지 있는 어린이라면 공감의 쓰나미가 밀려 들 것이다.  



'일기와 똥싸기'를 소재로, 일기쓰기는 똥싸기와 같다고 말한다.
 흔히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들 공감하면서도 먹는 걸 입에 올리는 건 용납해도, 싸는 걸 대놓고 말하면 마치 냄새라도 나는 듯 혐오의 감정을 드러낸다. 이 책은 똥싸는 얘기가 종종 나온다. 재밌는 부분을 소리내어 읽었더니, 우리 애들이 "엄마, 꼭 그렇게 소리내서 읽어야 돼?"라며 구박했지만 굳세게 읽었다.ㅋㅋㅋ 

   
 

"세호야, 너 또 화장실에 앉아 있니? 그러니까 야채 많이 먹으랬지? 넌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만 공부를 해도 전교 1등은 문제없겠다." (7쪽)

"애들 일기 검사하는데 거창하게 뭔 인권까지 들먹거린대? 선생님이면 당연히 애들 일기 검사를 해야지, 일기 검사가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애들이 검사를 안 하면 일기를 쓰냐고?"(8쪽) 

"힘들긴 뭐가 힘들어? 훌륭한 사람들 보면 다 일기 썼어. 이순신 장군도 썼고,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도 썼고... 가만 있어 보자. 또 누가 있지?"(19쪽)

 
   

푸하하하~학부모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라, 이런 유사한 발언이나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마치 내 속내를 들킨 듯 낄낄거렸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조상 운운하며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수없이 팔아 먹었고, 백범일지의 김구선생도 수차례 들먹거렸다. 오미경 작가님, 아이들 학교 보내며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하셨군요. 하하하~ 갑자기 친밀감이 확 일어나는 장면이었다. 작가님 자녀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었을까? 우리 애들은 중.고.대딩이라 일기 쓰기의 강제 조항에서 벗어났지만, 일기쓰기의 지겨운 기억은 여전히 갖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 유치원 그림일기부터 초등 6학년까지의 일기를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그 일이 언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아이들 일기장을 들춰서 확인하고, 아이들도 어쩌다 들춰보며 박장대소할 일이 많다. 혹시 지금까지 아이들 일기를 버렸다면 이제부터라도 버리지 말라 감히 조언한다. 훗날, 아이들 다 떠나보내고 무료한 나날에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추억을 빼먹을 날이 올 것이다. 또 손주들 데려 왔을 때, 네 엄마(아빠) 어렷을 적에... 옛날 이야기 들려주는 재미도 있을 테니까.^^  

일기의 긍정적인 면을 재밌게 살려낸 작품이다. 물론 그 역할은 담임선생님이 하시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분이 담임선생님이기에 충분히 공감되는 설정이다. 이런 선생님을 만나는 게 엄마의 희망사항이었지만, 이젠 우리 딸이 이런 선생님 되기를 소망한다.    

쩐새우라 불리는 전세호와 여깡이라 불리는 김예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기에 풀어낸 아이들 속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 주는 담임선생님을 만난 세호와 예강이는 좋겠다. 칭찬과 격려, 정직과 거짓, 자신의 아픔이나 부끄러움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 마음도 읽힌다. 비밀로 하고 싶은 내용이면 반 접어서 내도록 한 담임선생님의 배려도, 부모나 선생님들이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세호나 예강이가 왜, 일기쓰기가 왜 똥싸기와 같은 것인지 스스로 깨우쳐 가는 마무리도 멋지다!  



책 말미의 '꼼꼼히 읽고 꼼꼼히 생각하기'는 일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승정원 일기도 살짝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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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10-01-04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는데요.^^
저희 큰아이도 일기쓰기를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순오기 2010-01-04 15:43   좋아요 1 | URL
하하~ 재밌어요. 따님에게 좋을 듯해서 선택했는데 잘 됐네요.^^

희망찬샘 2010-01-06 0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무척 좋아하면서 읽었어요. 저도 마음에 든 책이었어요.

순오기 2010-01-11 15:35   좋아요 1 | URL
아이들도 많이 공감할 듯...

일기ㅜㅜ 2010-03-10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기 써야하는데 귀찮기만하구..그런데 이거 재미있을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