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6~10>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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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뛰어노는 한자 ㅣ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6
이어령 지음, 박재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0월
평점 :
생각이 뛰어노는 한자,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내 머릿속에서도 한자가 뛰어 논다. 부수에 따른 한자의 가족을 줄줄이 소개하고, 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뜻글자 한자를 제대로 알게 된다. 게다가 사람을 중시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글자에 담겨 있음에 감탄했다. 한자의 조합을 하나씩 풀어 설명해서 글자에 담긴 옛사람들의 생활과 마음까지 알 수 있다. 글자의 어원으로 옛사람들의 정신도 알게 된 한자의 매력에 듬뿍 취한 독서였다. 재미있는 삽화는 한자의 생성과 변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손가락 모양으로 일, 이, 삼을 만들고, 사방에서 온갖 숫자가 모이는 것을 나타낸 글자 십(十).환갑을 나타내는 화갑의 화(華)자는 十자 모양이 여섯 개, 一자가 하나가 조합된 글자로 61을 나타낸다니 놀랍다. 사람이 먹는 밥 한 톨에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씩 닿았다는 쌀(米)을 먹을 때 감사의 마음은 당근이다. 5만자가 넘는 한자를 부수가 같은 가족별로 나누면 214종이라는데, 그것으로 우주와 천지만물을 나타내는 글자를 만들어 냈다. 그중에도 으뜸인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꼽은 인(仁)은, 사람과 사람이 합쳐진 글자로 두 사람 사이에 마음이 오가려면 자기를 살짝 낮춰야 한다는 건 새겨둘 말이다.
계수나무로 초가삼간을 지어 한 식구가 모여 살 수 있기를 꿈꿨던 소박한 마음은,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현대인이 보기엔 아름다운 미담이다. 집(家) 속에 들어 있는 돼지의 정체를, 돼지가 새끼를 많이 낳듯이 사람도 번성하라는 뜻이고, 식구들이 먹고 살기 위해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다는 것, 혹은 돼지를 잡아 조상께 제사를 지내는 곳이 집이라는 다양한 해석도 재밌다. 늙을 로(老)자를 거꾸로 한 효도 효(孝)자는 '어려선 부모에게 업혀서 자랐으니, 커서는 거꾸로 늙은 부모를 업어 드려야 한다'고 효도의 뜻을 쉽게 담아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괴상한 한자 찾는 내기를 하면서 발견했던, 수레가 세 개 모인 굉(轟 )자가 소개되어 반가웠다. 인간이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손으로 도구를 사용했으니 재주나 기술을 나타내는 말에 손(手)이 들어가고, 바퀴가 발명되면서 문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인간이 생각을 자유롭게 키워가며 발전했다는 건, 오늘의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사물을 보고 생각을 맘껏 펼쳐 한자를 만들었으니, 그 한자 속에서 생각이 뛰어놀게 그냥 즐기면 된단다. ^^
사람들이 쓰는 말은 3천 개쯤 되지만 글자는 겨우 4백 개밖에 안된다고 한다. 중국은 신화로 창힐이 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 우린 신화가 아닌 역사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으니 정말 자랑스런 일이다. 우리가 쓰는 말의 7~80%가 한자말이기 때문에 우리말을 잘 쓰기 위해서도 한자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 순우리말로 알고 있는 것들도 실은 한자에서 유래됐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긴가민가, 흐지부지, 김치, 돈, 술래, 실랑이, 양치질의 어원을 풀어준 말미의 책속의 책은 신선한 발견이었다.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는데, 다섯 권의 책을 10일만에 리뷰를 쓰라는 건 엄청난 압박이다. 그 마감일이 오늘이라 만사 제쳐두고 올인해야 숙제를 끝낼 듯하다. 그동안 '알라딘증정' 도장이 거꾸로 찍혀 왔는데 이 책은 바로 찍혀서 보기 좋다. 이어령 선생님 책을 읽었으니 이런 고정관념도 버려야겠지? 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도 일종의 편집증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