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2
0. 헨리 지음, 최순희 옮김, 리즈베트 츠베르거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난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에 눈물 한 줄기 흘리는 감동을 선사한다. 초등 고학년이 보기 좋게 삽화도 넣어 깔끔하게 만든 그림책이다. 



일주일에 집세가 8달러인 아파트에서 흐느끼는 델라,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집안을 둘러봐도 값나가는 살림 하나 없는 가난한 모습이다. 문패엔 '제임스 딜링햄 영'이라고 쓰여 있지만, 세월이 좋아 일주일에 30달러를 벌어들이다가 지금은 20달러로 줄어들었다니 이들은 지금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침대에서 흐느끼던 델라는 황급히 눈물 자국을 지우고 외출하는데 어디로 가는 걸까? 
 
 

이들 가난한 부부에게도 자랑거리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대로 물려받은 짐의 금시계였고, 하나는 여왕의 보석도 무색해졌을 아름다운 갈색 폭포처럼 윤기 있게 물결치며 어깨 밑으로 흘러내린 델라의 머리채였다. 델라는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짐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마담 소프로니 두발 용품' 가게로 들어갔다.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눈부신 머리채를 자른 델라는 멋진 금시계줄을 사서 돌아온다. 짧아진 머리를 보면 짐이 화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하지만 집에 남은 돈이라곤 1달러 87센트 뿐이었으니 그 돈으로 어떻게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겠느냐 스스로 위로한다. 다만 남편이 여전히 어여쁜 아내로 생각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간절히 할 뿐... 긴장과 기다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짐은 머리를 잘라 팔았다는 델라를 보며 멍해 있다가 와락 부둥켜 안았다. 무슨 일일까?

   
  오해하지 마, 델라. 당신이 머리채를 잘라 버렸던, 밀어 버렸건, 아니면 감았던 어쩌건 간에 내가 당신을 덜 사랑하게 될 리가 있겠어? 하지만 저 꾸러미를 풀어 보면 내가 왜 멍해 있었는지 알게 될 거야.  
   

델라는 재빨리 끈을 풀고 포장지를 뎦이는 순간, 기쁨에 찬 탄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눈물과 흐느낌으로 변했다. 왜 그랬을까?

그 상자에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은 델라가 꿈꾸던 진짜 거북의 등딱지로 만들어 가장자리에 보석이 박힌 머리핀 세트였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은 짐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바뀌어 있었으니... 델라는 자기 머리카락은 금세 자란다며 정신을 수습하고 짐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금시계줄을 내밀었다. 하지만 짐은 델라의 머리핀을 사기 위해 금시계를 팔아 버렸으니... 

가난한 부부의 눈물겨운 사랑의 선물은 그 옛날 아기 예수께 경배하며 선물을 드린 동방박사의 선물처럼 지혜로은 것이었다.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 사랑은 세상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었음을 이들 부부와 독자 모두 공감하리라.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여전히 생계와 겨울나기가 어려운 가난한 이웃이 겪어야 할 겨울은 춥기만 하다. 부자들은 아름답고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즐기겠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도 많이 식어버렸다고 한다. 있는 자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없는 자는 더욱 살기가 팍팍한 대한민국에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감동의 크리스마스를 꿈꿔보는 건 헛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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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전에 읽은적이 있지만 정말 가슴이 울컥해지는 단편이에요^^

순오기 2009-11-07 18: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울컥한 감동!!

섬사이 2009-11-08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베트 츠베르거의 그림, 참 분위기 있죠?
책그릇에서 나오는 명작의 재발견 시리즈도 모두 리스베트 츠베르거의 그림이던데,
<캔터빌의 유령>밖에 못 읽었어요.
<수수께끼 아이>도 읽고 싶은데.. 자꾸 미루고만 있네요.

순오기 2010-03-09 01:11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분의 그림책이 처음이라 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