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현숙의 내조재테크 - 팽현숙이 전하는 아주 특별한 21년간의 재테크 스토리
팽현숙 지음, 김혜경 감수 / 다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먹고 살기도 힘든 내게 재테크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결혼 전 3년 적금으로 친정 집 살 때 보탰지만, 결혼 후엔 저축하며 살지 못했다. 전세대출을 안고 시작한 살림과 경제권을 장악하지 못한 잘못은 지금도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아버님부터 시댁 형제들 모두 전적인 경제권을 아내에게 주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주는 이상한 대물림이 있다는 걸, 십수년을 살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들은 흔히 '돈이 중요한게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건 웬만큼 살만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정말 끼니를 걱정할 극빈의 사람에게 이런 말은 언어폭력일 뿐이다.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월급에 맞춰 그냥 저냥 살 때는 돈이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유년기부터 한번도 풍족하게 살아보지 않아서 잘 사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지금도 하루 세끼 밥 걱정 안하고 살면 된다는 정도의 경제관념일 뿐이다.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없고 삼남매 거두고 사는 것도 벅차서 그야말로 '너희가 엄마의 노후대책'이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팽현숙의 노하우를 배워 재테크 할 형편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받은 신선한 충격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신데렐라 폼플렉스에서 깨어나라' 남편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나를 먹여 살리겠지, 나는 고생하지 않고 잘 살겠지. 남편에게 의존적인 생각 자체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정경제는 남편의 책임이라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여자의 경제활동은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큰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수입으로 살기 힘드니까 내 한몸 사는데 필요한 돈은 의존하지 않겠다는 경제 홀로서기였지, 노후를 위한 저축이나 재테크를 시도할 경제력은 아니었었다. 

팽현숙은 '돈은 없는데 부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적은 돈을 굴려 목돈을 만들었고, 적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그게 재테크라고 생각했단다. 자신과 같은 생각과 방법으로 한다면 자기 정도의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그맨 남편 최양락의 수입이 많거나 일정하지 않아서 신혼부터 경제권을 넘겨 받아 관리했다. 그녀의 경제관념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 저축하고, 그 종자돈으로 도자기 장사를 시작했다. 도자기를 보는 안목도 있었고 그 일을 좋아했지만, 손님들이 원하는 걸 찾아내는 안목이 부족했고 처음부터 강남에서 크고 번듯하게 시작한 허영을 깨닫고는 접었다. 남다른 패션감각을 살려 '오월의 신부' 옷가게를 잘 했지만 큰돈은 벌지 못했다. 그후 외식업으로 비로소 큰돈을 벌었는데, 매일의 수입을 저금했고, 적금을 들면 도중에 깨지 않았다. 필승비법은 저축과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 일했다'로 압축된다.

팽현숙은 참으로 현명하게 가정을 꾸린 듯하다. 최대한 남편의 뜻을 거스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지혜가 있었다. 부부가 되기 전부터 개그선배로 존경하고 사랑한 때문인지, 남편에게 절대적인 순종과 지지를 보냈다. 그녀는 남편이 상처받고 힘들때마다 '떠나요 병'이 도지면 그곳이 어디든 과감히 짐을 꾸려 떠났다. 그렇게 떠난 호주에서의 1년으로 부동산임대업에 눈을 떳고, 수없이 발품을 팔아 어떤 것이 투자가치가 있는지 가려낼 안목을 키웠다. 남편의 처진 어깨를 보면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남편명의의 부동산권리증을 내미는 통큰 아내였다. 남편이 하고 싶어하는 개그만 하고 살 수 있도록 내조하고, 기뻐하는 남편을 보는 것이 자신도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남편이 술김에 가출하겠다고 했을 땐, 밤새 눈물로 쓴 일곱 장의 편지로 초강경 대응해 제압하는 그야말로 현숙한 아내였다.^^ 

저축과 부지런함이 팽현숙의 재테크 비법이라고 읽히지만, 내게는 그녀의 재테크 노하우를 배우는 것보다, 부부란 서로가 배려하고 보완하는 관계라는 걸 깨닫고 현명하게 살아낸 삶이 더 멋져 보인다. 적은 수입에서도 쪼개어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나의 잘못을 심각하게 깨달은 것으로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했다. 딸을 호주의 귀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한 것으로 유산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은 칭찬할 만하다.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가, 자신의 꿈인 별다섯의 호텔을 경영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다면 진정 멋진 인생이 되리라.

*내가 읽은 책은 6쇄였는데 오타와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이 종종 눈에 띄었다. 책값도 12,000원인데 쇄를 거듭하면서 오타나 비문 정도는 걸러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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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은 감동이 있는 재테크책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1-27 16:28 
    최양락씨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재테크로 어떻게 수익을 냈는지,호주에 갔다 와서 다른 나라의 재테크가 어땠는지,부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고로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마노아 2009-11-0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6쇄를 찍었군요. 어릴 때 그녀가 남편과 함께 출연했던 개그 프로가 생각나요. 네로 황제의 부인이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짧은 기억이지만 무척 귀엽다는 생각을 했는데 굉장히 야무지고 알찬 분이었군요. 현명하기도 하지만 사업 수단이 빼어나네요. 리뷰 잘 읽었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순오기 2009-11-07 14:46   좋아요 0 | URL
나도 그거 봤던 기억이 있지만 그녀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당차고 야무진 주부로 거듭난 삶이 멋져 보였어요.

세실 2009-11-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책이었군요. 저에게도 도움이 되겠습니다.

순오기 2009-11-07 14:47   좋아요 0 | URL
금세 읽혀서 주르르 읽고 반납했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다른 점이 분명 있지요~ 세실님도 멋져요.^^

카스피 2009-11-0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팽현숙의 재테크중 부동산 투자가 많아서 상당히 네티즌한테 비난을 받았는데 책속에 그런 내용도 나오나요?

순오기 2009-11-07 19:08   좋아요 0 | URL
책속에는 집이 몇채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없어요. 다만 지목을 변경할 수 있는 임야를 사서 개발하는 이야기는 좀 자세히 나와요.
예전에 목영자 산부인과 원장이 아파트 40채를 보유해서 논란이 되었었죠.
나는 부동산임대업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그 부분은 별로 칭찬하고 싶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