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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ㅣ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평점 :
정운찬 총리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며 어떤 인간이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을 인용하더라. 스스로 생각해도 더러운 정치인들이 감히 끌어다 쓸 말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들이 모인 곳이 정치판이라 이미 그곳을 기웃거리는 것 자체가 역겨운 일이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작가와 독자들이 사는 세상은, 하루 세끼 밥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정말 죽고 싶을만큼 암울한 곳이다. 청소년들도 참담한 현실에서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여기 수록된 여섯 편의 단편은 공선옥 작가가 따뜻한 시선으로 잡아 올린 청소년의 눈물겨운 현실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태어난 가정의 조건들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그들도 고달프다.
한때 멋진 미래를 설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빛나는 삶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현실은 꽃같은 청춘을 흘려보내고, 처음부터 착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살아가기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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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은 사람보다 돈을 더 귀하게 여기더라.(101쪽)
술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취하려고 마신다는 것을. 술에 취하면 겁이 없어진다. 말하자면 어른들은 세상 사는 게 겁나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10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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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의 알바 경험으로도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순간, 그런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가려면 순수성은 버려야 한다. 그럼에도 여기 등장한 나, 연주와 민수, 승애와 건용이로 내세워진 청소년들은 비겁하게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나는 죽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면서...
신산한 삶을 그려냈던 '명랑한 밤길'을 볼때도 편치 않았지만,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명랑한 밤길' 같아서 "가슴에서 버저가 울린다.'고 하면 굳이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하다.(83쪽)"는 민수처럼 내 가슴에서도 찌잉 찌잉 버저가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는 따뜻한 마무리에 청소년소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는 작가의 말에 동감하는 어른들과, 바로 지금 나중에 빼먹고 살 감성들을 비축할 청소년 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공선옥 작가를 알아가는 청소년을 위한 입문서 같은 책으로 '역시 공선옥이다' 추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공선옥 작가는 '명랑한 밤길'과 '나는 죽지 않겠다'로 2009년 만해문학상을 받는다.